무한경쟁으로만 치닫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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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한경쟁 댓글 0건 조회 1,616회 작성일 08-09-16 08:17본문
초등생부터 입시체제·고입경쟁 전국 확산
적자생존식 구조, 사교육·양극화 부추겨
"피카소 될 아이까지 수학경시 내모는 격"
초등학교 3학년인 영훈(가명)이에게 지난 여름방학은 악몽이었다. 개학 직후 치러질 학교 수학경시대회 때문이었다. 방학 내내 학원을 다니고, 과외도 받고, 문제집도 10권이나 풀었다. 이 학교는 영재교육원 지원자 선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자, 경시대회를 치러 상위 3%안에 들어야 교장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는 국제중학교 얘기가 나오면서, 경시대회가 유난히 치열했다. 영재원 경력이 국제중 입학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예년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영훈이는 25%를 선발하는 1차 시험은 다행히 통과했지만, 며칠 전 치른 2차 시험은 자신이 없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새 정부 들어 초ㆍ중등 교육정책이 경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국제중 설립, 영어공교육강화, 기숙형공립고신설, 고교선택제 도입, 일제고사 부활,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하루가 멀다하고 내놓는 교육정책의 골간은 평가와 선발, 시험과 대회의 바늘구멍을 통과해야만 좋은 상급학교가 보장되는 적자생존의 구조다. 이러한 정책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상시 입시체제로 재편시키고, 서울 일부에 국한되던 고입경쟁을 전국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제중 전형에서 시사토론과 리더십을 평가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대치동 학원들은 토론기술과 시사까지 주당 8시간씩 가르치는 국제중 대비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린이회장 경력이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새벽같이 학교 나와 청소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정부가 영어몰입교육을 폐기한다고 밝혔지만, 눈치 빠른 영어학원들은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실'까지 앞 다퉈 열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고사리손을 잡고 여기저기 학원을 기웃거린다.
정부는 '경쟁을 통해 공교육 경쟁력을 높인다'며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은 이렇듯 사교육 비대화, 교육 양극화만 초래하고 있다.
농촌 등 지방 고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최근 82개의 기숙형공립고를 지정하면서, 지정되지 못한 학교 교사들은 "안 그래도 주눅든 학생들이 패배의식을 갖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서울 한 중학교 교사는 "300개 우수학교를 만들면, 전국 고교 5개 중에 1개는 좋은 학교, 4개는 나쁜 학교가 되는데, 누가 나쁜 학교 교복을 입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일제고사 부활 역시 교육 수요자들에게 '저 학교는 가면 안돼'라는 인식만 심어줘 학교 서열화만 심화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서울대 신종호(교육학) 교수는 "교육정책과 관련한 논란은 보수냐, 진보냐 이념적 문제가 아니다"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시장경쟁의 적자생존 논리만 교육에 들이대며 한국의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교육체계를 연구중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삼호 연구위원은 "학업성적은 인적자본 경쟁력에 있어 일부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너무 지나친 학업 경쟁을 줄여야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소와 모차르트가 될 수 있는 아이조차 죄다 수학경시대회에 내보내는 경쟁구조로는 세계와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자생존식 구조, 사교육·양극화 부추겨
"피카소 될 아이까지 수학경시 내모는 격"
초등학교 3학년인 영훈(가명)이에게 지난 여름방학은 악몽이었다. 개학 직후 치러질 학교 수학경시대회 때문이었다. 방학 내내 학원을 다니고, 과외도 받고, 문제집도 10권이나 풀었다. 이 학교는 영재교육원 지원자 선정을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자, 경시대회를 치러 상위 3%안에 들어야 교장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새 정부 들어 초ㆍ중등 교육정책이 경쟁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국제중 설립, 영어공교육강화, 기숙형공립고신설, 고교선택제 도입, 일제고사 부활,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하루가 멀다하고 내놓는 교육정책의 골간은 평가와 선발, 시험과 대회의 바늘구멍을 통과해야만 좋은 상급학교가 보장되는 적자생존의 구조다. 이러한 정책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상시 입시체제로 재편시키고, 서울 일부에 국한되던 고입경쟁을 전국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국제중 전형에서 시사토론과 리더십을 평가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대치동 학원들은 토론기술과 시사까지 주당 8시간씩 가르치는 국제중 대비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린이회장 경력이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새벽같이 학교 나와 청소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늘어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정부가 영어몰입교육을 폐기한다고 밝혔지만, 눈치 빠른 영어학원들은 '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실'까지 앞 다퉈 열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고사리손을 잡고 여기저기 학원을 기웃거린다.
정부는 '경쟁을 통해 공교육 경쟁력을 높인다'며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은 이렇듯 사교육 비대화, 교육 양극화만 초래하고 있다.
농촌 등 지방 고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최근 82개의 기숙형공립고를 지정하면서, 지정되지 못한 학교 교사들은 "안 그래도 주눅든 학생들이 패배의식을 갖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서울 한 중학교 교사는 "300개 우수학교를 만들면, 전국 고교 5개 중에 1개는 좋은 학교, 4개는 나쁜 학교가 되는데, 누가 나쁜 학교 교복을 입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일제고사 부활 역시 교육 수요자들에게 '저 학교는 가면 안돼'라는 인식만 심어줘 학교 서열화만 심화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서울대 신종호(교육학) 교수는 "교육정책과 관련한 논란은 보수냐, 진보냐 이념적 문제가 아니다"며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시장경쟁의 적자생존 논리만 교육에 들이대며 한국의 미래를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교육체계를 연구중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삼호 연구위원은 "학업성적은 인적자본 경쟁력에 있어 일부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너무 지나친 학업 경쟁을 줄여야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키소와 모차르트가 될 수 있는 아이조차 죄다 수학경시대회에 내보내는 경쟁구조로는 세계와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는 게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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