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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도시개발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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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느린 도시개발 댓글 0건 조회 877회 작성일 08-06-1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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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관광지나 쇼핑센터가 있는 시내를 둘러보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작 여행의 여운은 예상치 못한 뜻밖의 풍경에서 얻게 된다.
 
관광 안내서에도 소개되지 않은 오래된 마을이나 골목길의 풍경은 그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가장 좋은 기억으로, 그 어떤 일급 관광지의 아름다움에 비견할 바가 못 된다.
 
이태리의 산타페나 일본 교토의 작고 오래된 마을을 거닐면서 느끼는 감동이 거대한 도심에서의 감동보다 오래 기억되는 것은 그 지역 만의 독특한 삶의 흔적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은 초대형 테마파크, 유통단지 등의 관광단지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센텀시티의 신세계 UEC, 중동 해운대 관광 리조트, 동부산 관광단지의 영화·영상 테마파크, 광복로 롯데 월드, 오페라하우스 등의 수많은 개발계획은 이미 세계적인 관광 도시를 방불케 한다.
 
 이는 부산의 산업 구조가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바뀌어 감을 의미하며 상호간의 시너지를 통해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가진다.
 
그러나 이런 부산의 초대형 관광단지들이 산타페와 교토에서처럼 작지만 큰 감동을 줄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부산의 기억과 부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부재한 거대 자본의 보여 주기식의 개발과 통째 갈아엎기식 개발은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특색 없는 또 하나의 도시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또한 관광객들은 유사한 타 도시와의 비교 속에서 왜 부산을 찾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와는 반대로 고유문화를 존중하고 그 지역 만의 정체성을 찾고 보존하는 느린 방향으로의 개발을 시도하는 도시들이 생겨나고 있다.
 
 2007년 12월에 담양, 장흥, 완도, 신안군 일원의 전남 4개 지역은 전통 가옥과 음식, 염전, 갯벌 등
 
그 지역의 고유문화를 브랜드화함으로써 세계 100여개 도시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슬로우 시티로 지정되었다.
 
이는 아시아에서는 최초이며, 관광 상품과의 연계를 통해 주민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슬로우 시티란 전통 산업, 슬로우 푸드와 아름다운 경관, 지역민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의미하며, 느리게 사는 삶의 가치와 철학을 중시한다.
 
이런 슬로우 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에 있는 4개의
작은 도시 오르비에토,
그레베 인 키안티,
브라, 포시타노에서 시작되어 현재 독일,
노르웨이, 영국, 스페인 등
 
11개국 97개의 도시가 슬로우 시티 국제 연맹에 가입되어 있다.
 
 슬로우 시티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인구 5만명 미만,
친환경 에너지 개발,
전통 수공업 및 조리법 장려,
네온사인 없애기,
글로벌 브랜드 대형 체인점 거부,
패스트푸드 및 실외 자판기 거부 등
어려운 가입 요건들을 충족해야만 한다.
 
슬로우 시티 운동은 대안적인 삶이 아닌, 원래 우리가 추구해야하는 삶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으로 삶의 가치와 질을 추구한다.
 
 이런 슬로우 시티 운동은 새로운 도시 개발 운동으로서의 의의 뿐 아니라 오늘날 도시 개발이 놓치고 있는 철학적 시사점과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첨단 도시 뉴욕에서조차 옛 창고와 정육점, 쓸모없는 공간 등이 갤러리나 고급 상점,
 
생태 공원 등으로 변모하는 등 오래된 공간을 재생시켜 활용하는 변두리 지역의 특별한 문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첨단 하이테크의 기술보다는 감성적인 문화를 선호하는 뉴욕의 변화된 모습이다.
 
부산은 빠른 속도의 세계화를 꿈꾼다.
 
세계화의 가치가 도시의 정체성을 상실케 하는 의미로 잘못 이해됨으로써 낡고 오래된 옛 것과 우리의 화려하지 않은 도시의 기억이 부끄럽게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는 천편일률적인 마천루의 도시보다 이국적인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거리에서 더 큰 도시의 매력을 느낀다.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 빌딩이나 대형 테마파크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낡은 건축의 정겨움,
가파른 언덕을 걷는 수고로움,
소시민의 생활이 묻어나는 뒷골목 풍경,
그 지역 장인의 손맛 등을 살려내는
 
느리지만 의미 있는 개발은 부산을 이야기거리 풍부한 더욱 가치 있는 도시로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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