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에서 공무원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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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메가 댓글 0건 조회 3,181회 작성일 08-06-20 13:54본문
#1. 정부과천청사 뒷편 산책로. 중년의 두 여성 사무관이 뒷짐을 지고 걸으며 서로 넋두리를 풀어 놓는다. "뭘 바라겠어. '머슴'이라는데..."
#2. 주요 경제부처의 A국장은 얼마 전 부인으로부터 평생 들어본 적이 없는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민간에서 어디 오라는데 없어?" 민간 출신의 수십억원 자산가가 청와대 수석으로, 정부부처 장관으로 속속 임용되는 것을 보고 한 얘기였다. 공직생활 20여년을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A국장은 부인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무심한 듯 대답했다. "민간에 나가려면 일찍 나갔어야지."
공무원 사회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 일할 의욕을 잃은 표정이 역력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얼리버드'(Early Bird)라 불리는 '조기출근' 때문이 아니다. 적어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강한 업무 강도를 스스로 '숙명'으로 받아들여 왔다.
사기 저하의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올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된 공무원 감축 움직임이 공무원 사회에 불안감을 안겨줬다. 가장 믿었던 '공무원 신분 보장'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노후 불안도 커졌다. 당장 공무원연금이 축소될 조짐이다. 국민연금보다 낫다고 하지만 공무원직의 최고 장점인 '안정성'은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퇴임 후 갈 곳도 줄어들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 후 일자리로 생각했던 공공기관장은 더 이상 공무원의 '아성'이 아니다.
젊은 공무원들은 '꿈'마저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언젠가 국가의 미래에 중요한 정책을 지휘하는 장관이 될 수도 있다는 꿈이 있었다. 이런 꿈이 있기에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비해 적은 봉급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일해왔다. 하지만 이젠 장관도 민간 출신들 몫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첫 청와대 수석은 교수들이, 내각은 민간 출신이 채웠다. 경제분야만 봐도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부 장관, 지식경제부 장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수장 가운데 관료 출신은 강만수 재정부 장관 한명 뿐이다.
장관 인선에서 관료 출신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는 공공기관장 인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장관이든 공공기관장이든 민간 출신이 선호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자 "공직에 몸 담는 것보다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게 훗날 장관이나 공공기관장이 되기 더 쉬운 길"이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줄어드는 공무원직의 매력은 이뿐이 아니다.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 국제기구 지원으로 제공됐던 중앙공무원 해외유학 프로그램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면 사무관 때 해외 유학 한번은 다녀온다"고 했지만 다 옛날 얘기다.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 "앞으로도 '민간인 장관 시대'가 계속되면 공무원들의 가장 큰 꿈인 장관은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며 "그나마 믿었던 공무원연금도 축소되고, 인력 감축으로 신분 보장도 불투명해 공무원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민간으로 옮기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김영모 전 금융위원회 혁신행정과장이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전병렬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제도운영과장이 은행연합회 감사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공무원직의 여러 장점들이 추세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 사회에 충격적인 결정타를 날렸다. '공무원 머슴론'은 이 대통령이 공무원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말)에 대한 반감은 특히 크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국무회의에서 "전화를 걸어 '이 사람들 좀 써달라'고 부탁하고 제발 그런 나쁜 일 좀 하지 말자"며 "그러니까 '모피아'라는 말을 듣는다"고 말한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같은 관료에 대한 반감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많다. "노련한 관료 출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한다"(한 금융기관 임원)는 의견이다.
한 민간기업의 임원은 "관료들을 놓고 '권위적이다', '복지부동이다' 등의 비판을 하지만 실제로 함께 일해보면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며 "오랜 공직생활에서 나온 경륜은 무시할 수 없고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폐쇄성', '경직성' 등 공직사회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 출신 고위직을 적용 기용하되 능력있는 관료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위직 인선 때마다 적합한 인재풀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관료라면 능력은 따지지도 않고 일단 배제하고 보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출처] 머니투데이 / 2008.6.19
#2. 주요 경제부처의 A국장은 얼마 전 부인으로부터 평생 들어본 적이 없는 질문을 받았다. "당신은 민간에서 어디 오라는데 없어?" 민간 출신의 수십억원 자산가가 청와대 수석으로, 정부부처 장관으로 속속 임용되는 것을 보고 한 얘기였다. 공직생활 20여년을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A국장은 부인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무심한 듯 대답했다. "민간에 나가려면 일찍 나갔어야지."
공무원 사회의 사기 저하가 심각하다. 일할 의욕을 잃은 표정이 역력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공무원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얼리버드'(Early Bird)라 불리는 '조기출근' 때문이 아니다. 적어도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강한 업무 강도를 스스로 '숙명'으로 받아들여 왔다.
사기 저하의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올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된 공무원 감축 움직임이 공무원 사회에 불안감을 안겨줬다. 가장 믿었던 '공무원 신분 보장'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노후 불안도 커졌다. 당장 공무원연금이 축소될 조짐이다. 국민연금보다 낫다고 하지만 공무원직의 최고 장점인 '안정성'은 점점 옛말이 되고 있다. 퇴임 후 갈 곳도 줄어들고 있다. 고위 공직자들이 퇴임 후 일자리로 생각했던 공공기관장은 더 이상 공무원의 '아성'이 아니다.
젊은 공무원들은 '꿈'마저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언젠가 국가의 미래에 중요한 정책을 지휘하는 장관이 될 수도 있다는 꿈이 있었다. 이런 꿈이 있기에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비해 적은 봉급에도 불구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 일해왔다. 하지만 이젠 장관도 민간 출신들 몫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첫 청와대 수석은 교수들이, 내각은 민간 출신이 채웠다. 경제분야만 봐도 청와대 경제수석, 재정부 장관, 지식경제부 장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금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수장 가운데 관료 출신은 강만수 재정부 장관 한명 뿐이다.
장관 인선에서 관료 출신은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는 공공기관장 인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장관이든 공공기관장이든 민간 출신이 선호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자 "공직에 몸 담는 것보다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게 훗날 장관이나 공공기관장이 되기 더 쉬운 길"이라는 자조가 나오고 있다.
줄어드는 공무원직의 매력은 이뿐이 아니다.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 국제기구 지원으로 제공됐던 중앙공무원 해외유학 프로그램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면 사무관 때 해외 유학 한번은 다녀온다"고 했지만 다 옛날 얘기다.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은 "앞으로도 '민간인 장관 시대'가 계속되면 공무원들의 가장 큰 꿈인 장관은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며 "그나마 믿었던 공무원연금도 축소되고, 인력 감축으로 신분 보장도 불투명해 공무원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민간으로 옮기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김영모 전 금융위원회 혁신행정과장이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전병렬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제도운영과장이 은행연합회 감사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공무원직의 여러 장점들이 추세적으로 축소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 사회에 충격적인 결정타를 날렸다. '공무원 머슴론'은 이 대통령이 공무원에 대해 얼마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말)에 대한 반감은 특히 크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국무회의에서 "전화를 걸어 '이 사람들 좀 써달라'고 부탁하고 제발 그런 나쁜 일 좀 하지 말자"며 "그러니까 '모피아'라는 말을 듣는다"고 말한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하지만 이같은 관료에 대한 반감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많다. "노련한 관료 출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한다"(한 금융기관 임원)는 의견이다.
한 민간기업의 임원은 "관료들을 놓고 '권위적이다', '복지부동이다' 등의 비판을 하지만 실제로 함께 일해보면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며 "오랜 공직생활에서 나온 경륜은 무시할 수 없고 충분히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폐쇄성', '경직성' 등 공직사회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 출신 고위직을 적용 기용하되 능력있는 관료에게 불이익을 주지는 말아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위직 인선 때마다 적합한 인재풀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관료라면 능력은 따지지도 않고 일단 배제하고 보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출처] 머니투데이 / 200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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