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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 대통령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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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5년 단임 댓글 0건 조회 1,614회 작성일 08-06-1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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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한 지 석 달, 아직 채 100일이 못된 새 정부가 격랑에 시달리며 분투하고 있다. 과도한 국민적 기대와 집권자의 의욕이 뒤얽히며, 특히나 예기치 않던 악재들마저 겹쳐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정권의 출발점으로부터 고속으로 달려나가고 싶었던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도 작금의 혼선을 자아내는 하나의 원인이 되었을지 모른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시작부터 서두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가까운 길일수록 돌아가라 했듯이 서두르기에 앞서 먼저 정치의 원리를 생각하고 그 원리에 충실해야 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선조 오백년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큰 업적을 남긴 임금들은 예외없이 장기집권이란 이점을 갖고 있었다. 세종은 32년, 성종은 25년, 영조는 52년이나 재위하면서 국가운영의 제도화나 민족문화의 창달이란 혁혁한 업적을 남겼다.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도 권위주의 체제를 18년이나 유지하였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5년 단임제만을 강력히 고집하는 한국의 실정에선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너무 방대한 국정목표를 세우고 이를 임기 안에 달성하겠다고 추진하는 것은 지극히 비현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세종대왕 같은 큰 업적을 남긴 위대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고싶다는 욕심은 지금의 제도에서는 이루기 힘든 망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러기에 5년 단임이란 제약 속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되는 대통령은 첫째, 정책의 우선순위를 과감하게 선별·조정해야만 한다.
 
임기 내에 실현할 수 있는 단기적 목표와, 다음 정부까지 연계해 달성해야 하는 장기적 목표로 나누어 조절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둘째, 이미 지적한 대로 가능하다면 임기 초부터 빠르고 확실한 행보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의 기본원리, 특히 권력의 균형적 운영의 중요성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것이나 개혁적인 것 등 많은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지출이 급격히 증대할 수밖에 없다.
 
반면 그러한 권력지출에 상응하는 권력의 수입, 즉 국민의 지지가 없다면 국가는 권력의 적자운영을 감내할 수밖에 없고 그 적자의 폭이 급격히 커질 때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가 초래되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으로부터 취임에 이르는 준비기간 동안의 대통령이나 인수위 및 여당의 활동을 돌이켜보면 거의 모든 노력은 새 정책의 개발,
 
개혁방안의 집행,
 
새 정부의 인사 등 권력지출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른바 진보세력 10년 집권의 국정운영 방식이나 방향을 크게 바꿔야 하는 새 정부로선 당연한 권력지출의 필요가 급증한 것이다.

문제는 그렇듯 급증한 권력지출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민적 지지, 즉 권력수입을 위한 정치적 비전이나 전략의 수립에 얼마나 충실하였느냐에 있다.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자원은 국민의 지지와 긍정적 여론의 추이로 이를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길은 의회에서의 다수 의석을 갖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한 지 44일 만에 18대 총선이 치러지는 상황에서 대선 승리의 여세를 국회에서의 다수 의석으로 연계시키며 안정된 권력수입 체제를 확보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었다.

이명박 정부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심리적 상승작용과 더불어 대단히 부풀어 있었다. 느슨해진 한·미관계를 탄탄한 동맹관계로 복원시키고, 남북관계를 실용적 상호주의의 궤도로 진입시키며,
 
경제성장의 동력을 다시 발동시켜 선진화로 나가는 국가운영의 획기적 전환을 이끄는 리더십과 정치력을 기대한 것이다.
 
사실 보수 대 진보란 측면에서 본다면 이미 대선에서 500만 표 차이로 압도적 승리를 안겨준 국민은 그에 상응하는 안정된 국회운영이 가능하도록 의석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석에 가까운 의원을 범보수 진영에서 선출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급격한 인기 하락의 깊은 늪에 빠져버린 것은 예상치 않았던 사건들이 겹친 불운도 있지만 거대한 범여권을 형성해 추스르는 정치적 리더십과 비전·전략의 빈곤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치의 원리를 깊이 생각하며 새로운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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