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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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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아름답다 댓글 0건 조회 641회 작성일 08-05-1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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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는 아름답다
 “죄송하지만 1회용 카메라 한 대만 학급에 기증해 주겠습니까?”

초등학생 딸을 데리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1년여간 안식년을 보낸 한국의 모 여교수. 학기 초 딸아이 담임 선생님 말에 영문도 모른 채 카메라를 사 보냈다고 했다.
 
그 카메라는 학기가 끝날 무렵 아이 손에 들려 돌아왔다. “OO(딸 이름)의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지 않나요?”라는 편지와 함께.

알고 보니 선생님은 기증받은 카메라로 아이들 하나하나의 학교 생활 순간순간을 담아두었다가 깜짝 선물을 한 것이었다.
 
그토록 아이들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는 모습을 보며 그 교수는 “과연 나 자신은 어떤 스승이었나”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나도 당시 중학생이던 딸과 함께 미국에서 연수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는 초기에 영어도 안 통하는 데다, 두고 온 친구들이 그리워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에 와서 좋은 점이 딱 한 가지 있다고 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학생을 진짜 인격적으로 대해 주신다”는 것이다.

수업 중 떠들어도 일단 좋은 말로 주의를 준다고 했다. 그래도 영 말을 듣지 않으면 복도로 따로 불러내 조용히 야단을 친단다.
 
다 큰 아이를 급우들 앞에서 혼냈다간 교육효과는커녕 수치심만 클 것이라는 배려 때문이란다.
 
“그럼 한국 학교에선 안 그래?”라고 묻자 기막히다는 듯 아이가 답했다. “다 알면서 뭘 물어봐요?”

미국에서 선생님들을 만날 때마다 “가르치는 일을 너무 사랑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그래서 박봉인 데다 교사들을 쥐어짜기로 호가 난 ‘낙오 아동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으로 잡무가 산더미처럼 늘었어도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선생님=좋은 선생님, 한국 선생님=나쁜 선생님’이란 소릴 하려는 게 아니다.
 
학급당 학생 수, 교사 1인당 수업시간 및 업무량… 양쪽의 교육환경을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이유가 수없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얘길 꺼낸 건 선생님들에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우리 교육의 난제들을 풀어갈 십자가를 져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다.

구호만 거창한 교육개혁이 도대체 어느 세월에 달성될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선생님들이 달라지면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알겠다.
 
방법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또 그 애들을 가르치는 일을 사랑하는 첫 마음을 되찾는 것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수업 기술은 고사하고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정성마저 학원 교사만 못하다는 불만은 이내 사라질 터다.
 
사교육과의 경쟁을 강요당하는 이때 공교육이 생존할 길 역시 바로 그 첫 마음의 회복에 있을 터다.

이어령 선생은 최근 『젊음의 탄생』에서 “취업이나 자격시험 때문이 아니라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아마추어’가 되라”고 학생들에게 주문했다.
 
 ‘사랑한다’는 뜻의 라틴어 ‘아마레(amare)’에서 유래한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기량이나 수준이 떨어지는 게 절대 아니라고 했다.
 
 자기 일을 밥벌이로 보느냐 사랑의 대상으로 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선생님들에게도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가 돼주십사 당부하고 싶다.
 
해마다 경쟁률이 14~16 대 1이나 되는 교사임용고시(중·고교 기준)의 선발 기준 어딘가에도 이런 아마추어 정신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믿는다.

“다음엔 네가 어떤 글을 쓸지 기대되는 걸.” 일기장 검사 때마다 정성스레 비밀쪽지를 끼워주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 덕분에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됐다.
 
내 아이도 가슴속에 그런 선생님 한 분쯤 품고 살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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