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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뗏목 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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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돌뗏목 댓글 0건 조회 6,560회 작성일 08-05-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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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땅 밑은 죽음의 세계다. 죽은 자는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하데스의 궁전에 이르기까지 5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
 
아케론(슬픔)-코키토스(시름)-플레게톤(불)-레테(망각)-스튁스(증오)의 강을 건널 때마다 강의 이름에 해당하는 이승의 것들을 던져버려야 저승의 새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거다.
 
이렇게 옛 그리스인들은 삶과 죽음을 지상과 지하로 나누고, 땅 밑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오죽하면 제우스의 동생이면서도 하데스는 신화 속에서 장가들기조차 힘든 가련한 처지의 신으로 그려질 정도다.

소설가는 대지를 돌로 된 뗏목으로 본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주제 사마라구의 1986년 작품 ‘돌뗏목’이 그렇다. 느릅나무 막대기 끝에서 땅이 갈라지고, 찌르레기떼가 하늘을 뒤덮는 이상한 예후(豫候)들이 나타나다 느닷없이 이베리아 반도가 유럽에서 떨어져나가 뗏목처럼 대양을 표류한다는 이야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질학적 재난과 그에 허둥대는 인간들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그려낸다. 포르투갈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것이라고는 하나 인간들이 발딛고 있는 흔들리는 땅을 돌뗏목으로 설정한 작가의 은유가 빛난다.

사마라구의 돌뗏목을 과학에 대입하면 판구조론(Plate Tectonics)이다. 지구 표면이 삶은 닭걀의 껍데기처럼 금이 간 조각판으로 이뤄졌고, 이것들이 움직여 지구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쓰나미와 지진, 화산 폭발도 판구조론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런데 이 지하세계가 과학의 대상이 된 것은 20세기 들어서이고, 판구조론이 확립된 것은 1968년의 일이다. 1940년대 빅뱅이론이 자리잡았고, 1961년 유리 가가린이 첫 우주인이 된 것에 비하면 땅 밑은 그리스 신화의 중력을 벗어나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야기됐다는 쓰촨(四川) 대지진의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두가 돌뗏목 위의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지진의 재앙은 언제나 지켜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이번 지진에서도 두꺼비들은 3일 전부터 대이동을 했다고 한다. 어쩌면 돌뗏목 위의 사람들만 예후를 몰랐는지 모른다. 차제에 발 밑도 모르며 지구의 대주주(大株主)인 양 행세해온 우리 모두를 되돌아봐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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