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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별 보기 운동… 월화수목금금금… 술자리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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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벽별 댓글 0건 조회 1,456회 작성일 08-05-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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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따라하기' 요즘 관가는 대통령 지시따라 각 부처 '일하는 모습 보이기' 안간힘 "일도 좋지만 중요한 건 행정 내용이 변화해야" 지적도

"(공무원들이) 일하고 술 먹으면 괜찮은데 놀고 먹으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종교단체 지도자들과 만나 한 얘기다. 한 참석자가 "대통령이 너무 부지런하니까 장관과 비서관들이 힘들다. 술 마시러 갈 시간도 주라"고 하자 보인 반응이었다. "바쁘게 일하지 않는 공무원은 술도 마시지 마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그러지 않아도 공무원들은 현 정부 출범 후 2개월여 동안 '밤 12시 넘어서까지 일하면서 술도 잘 마시지 않는' 이 대통령과 '주파수'를 맞추느라 애를 먹고 있다.

◆새벽 별 보고 출·퇴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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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확대 비서관회의에서 김백준 총무비서관이 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기간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려졌던 '새벽 6시30분 비상 소집'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경제수석실이 꼴찌네요. 상(賞) 줘야겠어요"라고 했다. 한 참석자는 "일순 분위기가 썰렁해졌다"고 했다. "아침 7시 출근, 한밤중 퇴근이 일상인데 비상 소집 한 번 늦었다고… (타박까지 들어야 하느냐)" 하소연이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윗분들이 밤 11시고 12시고 회의 소집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이러니 정시 퇴근이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총리실의 한 과장은 "한 달째 밤 12시 넘어 퇴근하고 몇 시간 못 자고 새벽에 출근하고 있다. 완전히 '새벽 별 보기 운동'이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회의가 자주 열리는데 아침 8시에 열리면 담당 국장은 7시 이전에 나오고 아래 서기관이나 사무관은 그보다 한 시간 전에는 사무실에 나와야 한다. 또 아침에 출근해서는 보고서를 손 볼 시간이 없으니 전날 밤 몇 시가 되더라도 문건은 만들어 놓고 가야 한다"고 했다. 금융위의 한 과장급은 "아침 보고 준비를 하려면 6시까지는 출근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4시3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한 중앙부처 간부의 경험담이다. "얼마 전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가 아침 7시30분쯤 시작하는 바람에 고위급은 6시 좀 넘어, 그 아래 담당자는 5시쯤 출근했다. 아침 식사는 업무보고장에 차려진 샌드위치로 때우려 했는데 대통령이 '아침 먹고 왔다'며 곧바로 회의를 시작해 우리는 아무것도 못 먹고 굶어야 했다."

국토해양부는 정종환 장관이 아침 7시를 전후해 사무실에 나오기 때문에 대부분 간부들이 이보다 먼저 출근하고 있다. 한 국장급 간부는 "본의 아니게 아무리 늦어도 저녁 11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고 있다"고 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출근 시간이 워낙 빠르니 아내가 딱해 보였는지 이전에는 거르곤 했던 아침식사를 해줘서 요즘은 꼬박꼬박 먹는다"고 했다.

◆때 아닌 '절주' 열풍

대통령이 사실상 '술 마시지 마라'고 함에 따라 공무원 사회에는 자의반 타의반 '절주(節酒)' 풍조가 생겼다.

청와대 직원들은 요즘 '밤 10시 신데렐라' 신세가 됐다. "어떤 모임이라도 밤 10시가 되면 주저 없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늦지 않기 위해서"란다. 춘추관 직원들은 며칠 전 처음으로 회식을 했는데 "모인 지 두 시간 만인 밤 10시쯤 자리를 끝내고 모두 귀가했다"고 한 직원이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비서관실 벽이 유리로 바뀌고 비서관실 간의 칸막이도 사라지면서 서로 훤히 보이다 보니 토막잠을 잘 수도 없어 전날 밤 술 마시는 게 더 부담이 된다"고 했다.

외교부에서는 부서별로 한 달에 1~2회씩 가졌던 회식이 이 정부 들어 거의 없어졌다. 한 직원은 "누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가 아니라 다음날 일찍 출근하려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통일부에서는 최근 들어 '저녁 모임'이 거의 사라졌다. "이심전심으로 술 마실 기회를 아예 줄이자는 데 공감하고 있어서"이란다.

행정안전부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점심 반주(飯酒)'가 사라졌다. 원세훈 장관이 취임 직후 "낮술을 마시고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나는 오래 전부터 낮술을 하지 않았다"고 한 게 계기다. 당연히 아래 공무원들은 이를 '낮술 금지령'으로 받아들였다.

한 중앙 부처 사무관은 "내 부서가 아무리 한가해도 옆 부서가 맨날 야근하고 새벽에 출근하면 우리도 일찍 퇴근하거나 술 마시러 다니기 힘들다. 일 많은 부서 눈치도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술의 종류도 "이전 소주나 양주 같은 독주에서 이제는 포도주를 선호하는 분위기"(금융위 관계자)로 바뀌었다.

◆"언제나 쉬어 보나…."

거의 모든 부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매주 토·일요일에 출근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김모 정책관은 "지난 몇 개월간 쉰 날은 설날 하루뿐"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유명환 장관이 공식적으로 '토요일은 없다'고 선언한 뒤 매주 토요일 오전에 간부회의를 열고 있다. 간부들은 최근 두 차례 1박2일 워크숍을 가졌지만 모두 금·토 이틀간 진행하고 곧바로 일요일에 출근했다. 외부에 파견됐다 3월 중순 복귀한 한 국장급 간부는 "부임한 이후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간부는 "부하직원들이 '진짜 머슴처럼 일하는데 우리도 좀 쉬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하더라"고 했다.

교육부에선 거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차관이나 실장, 국장이 주재하는 회의가 열린다. 총리실의 한 서기관은 "어린이날에는 아이들 하고 놀이동산에라도 가보려 했는데 다음날 국무회의가 오전 8시에 열려 준비 때문에 어린이날도 출근해야 한다"고 했다.

행안부의 한 서기관은 "상관들은 말로는 '당신들은 쉬라. 우리만 나오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상관들은 출근하면 습관적으로 '인터폰'을 눌러 아랫사람들을 찾는다. 그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고 생각해 보라"고 했다. 다른 부처 서기관은 "지난달 어느 일요일 지방에서 부모님이 올라 오셔서 점심 식사를 모시기 위해 오전에 사무실에 나가지 않았다. 그때 마침 청와대 유관 부서 직원이 전화를 걸어 와 '사무실에 없더라. 일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모양'이라며 약간 냉소적으로 말하는데 등골이 오싹하더라"고 했다.

정부과천청사 관리소 관계자는 "예전엔 토요일에 18개 테니스 코트가 공무원 동호회 등으로 꽉 찼는데 정권 교체 후엔 3분의 1가량이 빈다. 공무원들이 토요일마다 각종 교육이나 세미나에 참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세와 내용이 함께 변화해야"

공무원 사회에서는 "정부 출범 초기라 어쩔 수 없다"는 체념론과 함께 불만 섞인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후 시간에 사무실을 돌아보면 직원들 모두 마치 노숙자 같은 표정들을 하고 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달 두 달이 되니 직원들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고 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는 "사람이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무조건 일찍 나온다고 효율성이 높아지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일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건 긍정적이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행정 내용의 변화"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공무원들이 대통령 눈치가 무서워 일의 형식이나 시간에만 신경 쓰고 행정의 질이나 효율성 향상 문제는 도외시한다면 이 정부의 목표인 '선진 행정'은 일찌감치 물 건너 가고 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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