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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비리와 노블레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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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화재 비리 댓글 0건 조회 695회 작성일 08-04-28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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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계의 저명한 학자이고 종합대학의 총장이 오랜 기간 대학의 박물관장으로서 문화재 조사와 발굴 용역을 수행하면서 거액의 용역비를 유용하고 착복한 비리가 감사원의 감사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거짓과 부패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씁쓸하다. 문화재 조사와 발굴에 관련된 부정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고 1990년대부터 수시로 언론에 보도돼 국민을 놀라게 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도 똑같은 비리가 계속되는 것은, 문화재의 조사와 발굴에 관련된 학계와 관계의 유착관계에서 독버섯 같은 부정의 소지가 남아 있음에도 워낙 이권이 막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도시의 도덕 수준은 그 도시의 시장의 도덕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어느 사회학자의 주장처럼 사회 지도층의 윤리 의식과 가치관이 결국 그 사회의 도덕 수준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대학은 다음 세대의 지도자를 교육하는 지성의 요람이고 대학의 총장이라면 지성인 중의 지성인으로서 능력뿐 아니라 고매한 인격을 갖추어 다음 세대 주역들의 모범이 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대학 총장이 논문 표절 시비 등에 연루돼 총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물러난 일 등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터지고 보니 우리 사회의 부패 정도가 너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된다.

전기작가이며 역사학자 로버트 페인의 유명한 저서 ‘부패한 사회’에서 저자는 ‘과거 역사를 분석하여 그 사회 지도층의 부패는 어떤 고상한 문명을 가진 사회라도 병들게 하여 그 악으로 멸망케 한다’고 분명하게 주장했다.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등록 결과를 보면 몇 명의 소수를 제외한 대다수가 평균보다 훨씬 많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볼 때 우리 사회가 여러 면에서 사회 지도층들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와 관행이 제도화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사회나 그 사회를 이끌어가는 지도층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지도층에게는 그 역할에 맞는 권위와 권력, 정보 등에 접근하기가 더 유리하다. 그러나 사회의 지도층에게 이러한 특권이 부여되는 것은 지도층 본인들의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전 사회의 구성원들을 위한 지도층으로서의 책임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면 종교인과 정치인 그리고 고위 공직자, 경제인, 언론인, 학자,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러한 지도층에게는 각자 자신들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에 따른 법적 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까지 감당해야 할 도덕적인 의무도 있다.

사회 지도층이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늘려가는 데 힘쓰는 동안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매우 피폐해지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이 희박해지고 지도층이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구 충족을 위해 제도와 정보 및 인적관계를 활용해 자원을 독점하게 된다면 그 사회는 부패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로버트 페인의 분석과 같이 병들어 죽어가게 되리라는 것은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당연한 원리다.

우리 사회를 살리는 것은 경제를 회복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도층들이 도덕성을 회복하여 자신보다 약자들이나 일반 대중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새 정부 고위공직자를 비롯한 지도층은 국민을 위해 재산과 권한이 줄어드는 희생의 각오를 하며 피폐한 서민들의 삶을 살리기 위한 경제 회복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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