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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품격’ 지키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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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혼의 댓글 0건 조회 833회 작성일 08-03-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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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 때쯤이다. 강의 도중에 다급하게 전갈이 왔다.
 
큰 아이가 수업 도중에 맞아 안경알이 눈을 찢어놓았단다. 급하게 병원에 가보니 다행히 실명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 아이는 봄이면 알레르기로 콧물을 흘리며, 또래들보다 늦되는지 말과 행동이 느리고 참 순진한 편이다. 그래서 자주 학급아이들의 놀림을 받아왔다.
 
그날도 놀리는 소리를 못 참고 대들다가 눈을 맞았단다. 그런데 핏자국이 흥건한 윗옷보다, 찢어진 눈보다 나를 아프게 한 것은 그 아이의 말이었다.
 
“내가 힘이 없어 맞은 거야.” “나중에 힘을 키워 그런 놈들 다 없애 버릴거야.” 초등학생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 아닌가.
 
 폭력에 순응하는 모습과 폭력에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폭력에 호소하고 싶어하는 아이의 상처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상처 입은 사람이 상처 입힌다. 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희생자로 만든다. 폭력을 행하는 사람은 그 행동 때문에, 피해자는 그 상처 때문에 희생자가 된다.

이 상처와 폭력은 무엇 때문일까. 우리 아이가 입었을 마음의 상처에 나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정말 그 아이가 커서 약자를 폭력으로 대하려 한다면 그 책임은 또 누가 져야 하는가.
 
이 사회의 폭력은 여하한 형태로든 나와 무관하지 않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든, 욕심에 찌든 내 부끄러운 행동 때문이든, 얽히고 설킨 이 사회, 한 시대를 사는 우리는 집단적 악과 폭력의 거미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품격을 잃고 탐하는 마음을 쫓는 내 행동이, 내 부끄러움 모르는 말이, 들키지 않게 꼭꼭 숨겨두었던 염치를 모르는 마음이 알게 모르게 이런 폭력의 원인이 된다.
 
“예!” 해야 할 때 “예!” 하지 못하고, “아니오!” 해야 할 때 침묵을 지킨 것이, 생각해야 할 때 생각하지 않음이, 그저 관습이고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한 행동이 결국 폭력과 악의 원인이 된다면 과도한 해석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관계와 맥락이 거미줄처럼 얽힌 이 사회는 농경시대의 도덕과 윤리의 범주를 훨씬 벗어나 있다. 역사에서 보는 수많은 추악한 사건과 다툼, 그 안에서 희생된 수많은 이의 씻을 수 없는 상처 뒤에는 이런 안일함과 염치 없음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의 영혼이, 우리의 영혼이 상처 입지 않기를 바란다. 결코 어떤 경우라도 사람의 영혼에 상처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상처 입은 영혼은 폭력과 악의 뿌리가 된다. 수많은 추악함을 되돌아보는 성찰적 지성은 이것이 과도한 주장이 아님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폭력과 악은 실천의 영역을 넘어 존재론적으로 작동한다. 영혼의 품위와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 자신의 품격을 지키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경제와 실용에 대한 집착에서, 교육에 대한 맹목은 물론, 엉터리같은 역사해석에서까지 우리가 보지 않으려는 것은 영혼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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