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영남권 공천 물갈이에 대해서 朴槿惠 전 대표가 반발하고 있다. 공천에서 탈락한 金武星 의원은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한다. 朴槿惠 전 대표가 탈당하여 新黨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朴 전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돌파구는 매우 좁다. 탈당이나 新黨 창당, 또는 잔류 속 반발의 성공확률은 그리 크지 않다. 朴 전 대표는 왜 이렇게 코너로 몰렸는가?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이념적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朴正熙 정신의 계승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02년에 김정일을 만난 이후 보수성이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이념적 정체성이 약화되니 공천파동에 대한 朴 전 대표의 반발은 자리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비쳐진다. 박 전 대표의 반발이 여론을 모을 수 있으려면 "박근혜 세력을 죽이려 든다"고 말해선 안된다. "정통보수 세력을 죽이려 든다. 좌파를 우대한다. 反김정일=대한민국 수호 세력을 말살하려 한다"라고 말해야 公的인 싸움이 된다. 그렇게 치고 나오려면 지금까지의 戰果(전과)가 확실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을 이끌면서 反노무현 싸움을 잘 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싸움이 '反김정일, 反좌파 救國투쟁'으로까지 승화되진 못했다. 朴 전 대표는 김정일을 만나고와서는 한번도 그를 擧名(거명)하여 북한정권을 비판하지 않았다. 김정일을 비판하지 않는 북한 비판이나 反좌파 투쟁은 표적을 놓친 헛 스윙이다. 朴 전 대표는 아스팔트 우파의 애국투쟁을 특히 멀리 했다. 그는 또 아버지 朴正熙 대통령의 反共자유수호 정신을 계승하려는 구체적 실천행동을 보여주지 못했다. 국군을 살인기계로 묘사한 反軍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는커녕 김대중 지지자들에게 영합하는 발언을 했다. 작년의 노무현-김정일 회담을 반대하지도 않았다. 경선기간에 박근혜 후보는 한나라당 李明博 후보보다도 덜 보수적인 것처럼 비쳐졌다. 이것이 敗因이었다. 한국의 정치인이 김정일을 만나고 오면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김정일에 대한 공포감과 인간적 친근감이 그것이다. 이로 해서 김정일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하게 된다. 박근혜씨도 이 감정의 덫에 빠진 듯하다. 朴씨가 김정일을 만나지 않고 아버지 노선을 유지발전시켰다면 한국의 정통보수 세력은 그를 지도자로 만들었을 것이다. 박정희 노선에 충실한다는 의미는 박정희식 권위주의 통치에 찬성한다는 뜻이 아니다. 박정희 노선의 핵심인 富國强兵과 反共자유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변형,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박정희는 민주주의 자체를 반대했던 사람이 아니다. 그는, 서구식 민주주의를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면 國力이 못따라가는 나라가 망하게 생겼으니 우선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國力과 제도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밀어붙여 성공함으로써 한국 민주주의의 진정한 건설자가 되었던 것이다. 박근혜씨의 言動에서는 아버지의 이 고민과 이 위대성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 많은 보수층이 박근혜씨의 애매한 이념적 태도에 실망했다. 박근혜씨가 대한민국 헌법을 이념으로 삼는 정통보수 세력의 嫡統者(적통자)가 되었다면 李明博 대통령도 분당을 각오하지 않고선 박근혜 사람들을 내칠 순 없었을 것이다. 이념적 지지기반을 이미 상실한 박근혜씨가 권력을 잡은 이명박 대통령과 맞설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날 박근혜씨가 처한 상황은 수년 뒤 李明博 대통령이 처할 상황일지도 모른다. 李 대통령이 이념을 무시한 실용정책(이는 가짜이다)을 밀고나간다면 그의 지지기반은 계산적 인간들의 집합체가 될 것이고, 그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위기에 빠지면 그를 버릴 것이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버티게 하고 위기를 돌파하게 하는 용기와 힘은 이념적 死生觀에서 나오는 것이지 타산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코너로 몰린 박근혜씨의 모습은 李明博 대통령의 反面교사일 것이다. 박근혜씨, 中道는 이념이 아니에요!(2007년 2월7일 최신정보 파일) -反共우파 이념 위에서 건국된 대한민국에선 "나의 이념은 중도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순 없다. 박근혜 전 대표가 어제 "나의 이념은 중도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뭔가 착각이 있는 것 같다. "나의 정책은 중도이다"라고 하면 말은 된다. "나의 이념이 중도이다"는 말은 말이 아니다. 중도라는 이념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이념은 자유민주주의이다. 이를 줄여서 우파적 이념이라고 한다. 한국인은 의무적으로 "나의 이념은 자유민주주의이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중도라고 하니 "나는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좌파) 가운데서 중도이다"는 말처럼 들린다. 이념은 가치관이고 신념이다. 이념과 가장 가까운 것은 신앙이다. 기독교인이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에서 중도일 수 없듯이 한국인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즉 우파와 좌파 사이에서 중도일 수 없다. 하루는 자유민주주의자, 다음날은 사회주의자로 살 수 없다. 오전엔 성당에 가고 오후엔 모스크로 갈 수 없듯이 말이다. 정책을 두고 중도라고 하면 균형감각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되지만 이념문제에서 중도라고 말하면 이는 기회주의란 뜻이 된다. 朴 전 대표는 어제 발언에 대해서 보충 설명을 하여 오해를 풀어야 할 의무가 있다. 反共우파 이념 위에서 건국된 대한민국에선 "나의 이념은 중도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순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