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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존중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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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존중하는 마음 댓글 0건 조회 804회 작성일 08-03-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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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논문 발표 때문에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거리는 깨끗했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옛날 것에 대한 존중이, 발전된 현대 도시 풍경 안에서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무척 이채로웠다. 그 중에서도 나를 가장 놀라게 했던 것은 한 신사 내부의 풍경이었다.

그 신사는 명성황후를 죽인 칼을 봉헌한 곳이라고 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썩 유쾌할 수 없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입구에는 새로 지은 것으로 보이는 아담한 목조 건물이 서 있었는데, 그 건물은 오래된 나무 옆에 지어진 듯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건물을 짓는데 큰 방해가 되었을 이 나무를 잘라내지 않고, 건물의 처마를 양보하는 형태로 나무에 나무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 풍경을 보는 순간, 재직하고 있던 학교에서 일어난 해프닝이 떠올랐다. 학과 창립 기념으로 심은 기념식수를 찾을 일이 있었다. 원로교수가 정년퇴임을 하면서, 옛날 그 나무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영상에 담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무의 자취를 찾을 길이 없었다. 어느 새 그 자리에는 높고 휘황찬란한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어디론가 옮겨 갔으면 좋으련만,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아마 건물 짓기에 열중한 나머지 미처 의식하지도 않고 베어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모르긴 몰라도 많은 기념식수들이, 아니 우리 주변의 나무들이 비슷한 수모를 당해왔을 것이다. 남대문이 불타는 광경을 보면서 든 생각도 이러한 우리의 나무 사랑(?)과 관련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나무의 소중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나마 남대문이 건강하게 서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선조들의 덕이 아닌가 싶다. 아름드리 나무를 잘라 문을 만들고 하나의 상징으로 세울 때부터 우리 선조들은 나무에 대한 경외심을 버리지 않았다.
 
나무 한 그루를 벨 때마다 마음으로 고사를 지내고, 나무가 아플까봐 도끼 들어간다는 말을 외치면서 베던 나무였다.하지만 지금의 후손들은 나무에 대한 존중도, 고마움도 잊어버렸다. 이것은 단지 무심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마음 속에는 당장 쓸모가 없는 것에 대한 배려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남대문은 불타기 전까지 우리에게는 당장 필요한 어떤 것이 아니었다.

남대문을 애도하는 목소리가 높고 문화재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고자 하는 주장이 무성하다. 그러나 더욱 시급해 보이는 것은 문화재로서의 가치 이전에 우리와 함께 살아왔던 주변 사물과 자연에 대한 관심이다.
 
 남대문이라는 걸작품뿐만 아니라 그 걸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희생되어야 했던 나무들에 대한 존중이다. 일본의 건물은 나무에는 나무의 길을 열어주면서, 당장의 필요는 그 필요대로 존중하는 지혜를 머금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되찾고 육성해야 할 것은 그러한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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