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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욱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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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너도나도 댓글 0건 조회 730회 작성일 08-02-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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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어느 TV 드라마에서 씩씩거리며 싸우는 부부가 나온 걸 봤다. 다소 심하게 다툰다 싶었는데 그 정도로 끝난 게 아니었다.

주차장으로 나가 각자 승용차의 운전대를 잡은 부부. 마주본 채 전진·후진을 반복하며 으르렁거리다 급기야 막다른 선택을 했다.
 
둘이 동시에 “누가 이기는지 붙어보자”며 힘껏 가속 페달을 밟아 정면충돌….
 
더 어처구니없는 장면은 그 뒤에 나왔다. 둘은 나란히 목에 깁스를 하고서도 핏대 올려 싸움을 계속했다.
 
드라마의 일부인지라 과장 섞인 허구려니 했다. 그런데 주변 얘기를 들어보니 실생활에서 그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한 선배는 “출근길에 부부싸움하고 나가 일부러 차를 전봇대에 들이받은 뒤 집에 돌아가 ‘너 때문에 사고났다’고 따졌다는 남자도 봤다”고 전했다.
 
또다른 지인은 “운전중 사소한 시비인데도 득달같이 뛰쳐나와 싸우는 이들이 많이 보이지 않느냐”면서 “서로 네 까짓게 뭔데 감히 내게 까부느냐는 투로 사생결단을 내려 한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주위에 욱하는 성질을 못 이긴 탓에 빚어진 사고가 부쩍 늘어난 것 같다. 치밀어오르는 울분을 못 참아서, 홧김에 울컥하고 일을 저지르는 경우다.
 
지난해 불량 휴대전화를 교환해 주지 않는다고 벤츠로 이동통신사 건물에 돌진한 40대 남자,
 
얼마전 학습장애 의붓딸이 시계 볼 줄 모른다고 모질게 때려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20대 계모가 그랬다.
 
그리고 불타 무너진 숭례문 참사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을 드러냈다. 그 노인은 정부가 진정을 받아주지 않아 억울하다는 이유만으로 거리낌없이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

앞뒤 가리지 않는다. 자제나 양보 따위는 안중에 없다. 오직 겉으로 내보이는 위력만이 자기 주장을 관철하는 수단이다. 이런 풍조가 비단 그들 몇몇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면 왜 너도나도 욱하는 성미를 못 이기는 걸까.
 
의사·학자 등 전문가들은 악성 댓글이 판치는 인터넷 문화 탓에 ‘안티 정서’가 만연하고, 내가 남보다 못할 게 없다는 ‘평등 강박증’이 심해졌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런데 무엇보다 주요한 원인은 사회의 도덕·규범이 무너졌다는 데 있다.
 
요즘 “법대로 하자”는 말이 여기저기서 넘쳐나는 것도 법률에 앞서는 도덕률의 부재를 반영하는 것이다.
 
 사회 성원이 ‘이건 안된다’고 교감하는 합당한 기준이 없으니 분노가 제동 없이 표출되기 쉽다. 여기에는 사회·정부 지도층의 책임이 크다.
 
 그들의 행태를 보고 배울 것도, 따라할 것도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진 게 문제다. 그러니 냉소와 분노만 남을 수밖에.

욱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강한 자가 무조건 착하다’는 그릇된 인식까지 빚어낸 것도 걱정스럽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내 목소리만 높여야 거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의식이다.
 
이처럼 내가 먼저 빼앗지 못하면 반드시 남에게 빼앗기고, 오직 승자만이 독식하는 사회 양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욱하는 사회’의 해악은 앞으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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