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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와 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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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외국어 댓글 0건 조회 799회 작성일 08-02-04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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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자주 눈에 띄는 묘한 인형이 있다. 아리따운 여자가 품에 섬뜩한 총을 안고 있다. 16살의 이 소녀 이름은 와카사(若狹). 1543년 8월 25일 새벽, 일본 서남쪽 다네가시마(種子島)에 외국 난파선이 닿았다.
 
 이 섬 영주는 포르투갈 상인의 화승총 위력에 반했다. 똑같은 무게의 은(현재 가치로 약 10억원)을 주고 총을 손에 넣은 영주는 대장간에다 똑같은 총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대장장이가 만든 총은 총신 뒤가 허술했다. 총을 쏘다 다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포르투갈 상인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대장장이의 딸, 와카사를 탐했다.
 
눈치를 챈 와카사는 아버지를 위해 스스로 몸을 바쳤다. 그녀는 밤마다 남편에게 열심히 포르투갈어를 배웠고, 드디어 비법을 알아냈다. 암나사를 깎아 총신 뒤를 단단히 틀어막았다. 와카사 인형과 조총이 탄생한 배경이다.

구한말 이하영은 보잘것없는 서얼(庶孼) 출신의 요리사였다. 일본에 건너가 음식점을 하다 말아먹었다. 빈털터리로 돌아오다 귀국선에서 우연히 만난 인물이 미국 선교사인 알렌. 그는 알렌 집에서 요리와 잡일을 거들며 영어를 접했다. 갑신정변 때 알렌이 신식 의술로 부상한 민영익의 생명을 구한 뒤 이하영의 앞길도 확 풀렸다.
 
 그의 영어는 더듬거리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조선에선 유일했다. 이하영은 고종의 영어 통역을 거쳐 주미공사·외무대신·법무대신까지 수직 상승했다. 그 후 친일파로 뒤끝이 좋지 않았지만 말이다.

요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영어 교육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그래도 두 가지는 맞는 이야기다. 우선 외국어의 위력이다.
 
이하영처럼 영어 하나로 팔자를 고친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와카사의 포르투갈어와 조총은 나라의 운명까지 바꾸었다. 조총은 일본 전국시대를 평정했다. 조선이 임진왜란 때 조총에 처참하게 유린된 것은 뼈아픈 역사다.

몰입교육의 탁월한 효과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와카사처럼 외국인과 한 이불을 덮고 자는 것 이상의 몰입교육은 없다. 하루 종일 알렌의 수발을 들며 배운 이하영의 ‘서바이벌 잉글리시’도 효과 만점이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와카사처럼 국제결혼을 할 수 없다. 이하영처럼, 속된 말로 전부 외국인 ‘따까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원어민교사를 더 뽑고, 외국어에 대한 노출을 늘리는 선에서 적당히 멈출 필요가 있다. 물론 문법만 죽어라 가르쳤던 기존 방식은 빨리 버려야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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