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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인 내가 세금 안내면서도 당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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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목사 댓글 0건 조회 1,274회 작성일 08-02-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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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인 내가 세금 안내면서도 당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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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에서 목사를 바라보는 교인과 목사 자신의 인식 전환 없이는 목회자와 교회가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할 수는 없다. 사진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 모습.
ⓒ 여의도순복음교회
나는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모임)의 집'이라는 초라한 시골 흙집의 목사다. '더아모의 집'은 정식 교회도 아니고 개인적으로도 교회나 교회 개혁에 별 다른 관심이 없다.
한 번도 목사사례비(개신교에선 목사 급여를 이렇게 부른다)로 세금을 내본 적이 없는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나 있나 싶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목사'로 알고 있으니 이렇게 주절대본다.
내가 목사사례비를 받지 않은 사연
나는 목사사례비로, 즉 목사로서 종교 활동의 대가로 금전적인 급여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물론 9년 전까지 부산에서 교회 부교역자인 전도사로 있는 5년 동안 사례비를 받았지만, 세금을 안 내는 관습(?)에 묻혀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땐 종교인 세금 문제를 들어보지도 알지도 못했다는 면죄부(?)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나도 종교인 세금 문제에 대해 떳떳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리고 2년 후에는 교회를 개척해 운영하는, 명색이 목사가 됐지만 처음부터 사례비 받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론 몇 안 되는 교인들이 가난해 헌금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개척 초기에 교회와 '일죽자원봉사문화센터('더아모의집'의 이전 공식 명칭)'를 운영하면서 막노동, 학습지교사일 등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대견'스러운 것은 학습지 교사를 하면서 받은 100만원 조금 넘은 액수로 가정도 꾸리고 교회와 봉사센터도 운영했을 뿐만 아니라 매달 어려운(?) 교회와 사람들에게 30만~40만원의 후원금까지 보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은 다들 신기하다고 했지만, 마음 먹으니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또 후원금 보내는 일에 아내가 흔쾌히 승낙하고 동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니까 몇 명 되지 않는 교인이 낸 헌금이 '전액' 좋은 일 하는 데 쓰였던 셈이다. 그나마도 가난했던 교인들이라 십일조도 제대로 내지 못했으니 매월 헌금 액수로 보면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꼬박꼬박 냈던 나의 가정이 가장 많았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후원을 받아도 시원찮을 형편이었지만, 순전히 목회자 사례비를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벌어서 생활한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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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헌금봉투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교인에게 월급 받는데 교인 눈치 안볼 자신 있나
그러다가 '교단 지상주의'와 '교권주의'에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그나마 방패막이었을지도 모를 교단마저 탈퇴하고 자유 교회('독립교회'라고 하지 않는 것은 한국에 유수한 '독립교회'들이 합쳐 만든 '독립교회협의회'가 있어 자꾸 오해 아닌 오해를 받기 때문이다)로 나선 게 목사 안수를 받고난 직후였다. 그야말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교회로 나선 것이었다.
내가 그렇게 한 것은 사람이 뭔가 뜻있는 일을 하고 진정으로 종교인다운 종교인이 되려면 교권이나 금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교회를 개척할 때 목사사례비를 받지 않으려고 한 것은 교인들로부터 급여를 받다 보면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교인들의 눈치나 살피거나 시류에 편승하면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현실과 타협하고 사는 몇몇 목사들의 삶을 보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물론 이것이 순전히 나의 '콤플렉스' 중 하나라는 것, 젊은 날의 객기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그렇게 행동했다.
그리고 목사를 무슨 하나님의 종이라느니 성직자라느니 하면서 특별하게 구분해서 받는 특권을 처음부터 자진해서 포기하려는 내 생각이 한 몫 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조그만 개척교회에서 누구나 겪었을 법한 어려움이었고, 다행히 잘 이겨낼 수 있었던 일이었다. 내 배경이 이랬다는 걸 말해야 나의 말이 힘을 얻을 것 같아 지나간 역사를 들먹여 보았다.
말 나온 김에 목사에 대한 내 생각을 밝히고자 한다. 나는 목사를 '특별'한 존재나 '성스러운' 존재, 하늘로부터 '부여' 받은 하나님의 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에선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인정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지인들에게도 늘 말해왔지만, 목사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자격증을 취득한 '전문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전문 종교인' 정도가 좋겠다. 소정의 개신교 신학을 이수하고 목회 실습을 거친 종교전문가 말이다.
때문에 한국 교회에서 목사를 바라보는 교인과 목사 자신의 인식 전환 없이는 목회자와 교회가 세금을 제대로 내게 할 수는 없다. 한국의 '평범'한 교인들에게 물어보라. 목사가 세금 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다. 불경스러운 일로 생각하는 교인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목사님, 세금이라도 내고 당당하게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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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님, 우리 목사님. 세금 내고 당당하게 발언하십시오. 사진은 2007년 4월 있었던 한기총 주최로 열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연합기도회'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시 목사가 세금 내는 문제로 돌아가 보자. 솔직히 말하자. 이제 세금 낼 때도 되지 않았는가. '세금을 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는 문제로 계속 회자되는 것이 쪽팔리지 않은가. 지나간 시대에는 '어떤' 명목으로든 목회자 세금이 감면됐다면, 이젠 바뀔 때가 됐다. 사실 길거리에 지나가는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수입이 있으면 세금을 내는 게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보다 더 명쾌하고 확실한 대답이 어디 있는가.
세금 납부를 놓고 계속 버티는 목사들을 향해 일반 국민들이 뭐라 하겠는가. "에구 목사 XX들이 또 지 밥그릇 안 놓으려고 지랄들이네"라고 하질 않겠는가. 이제 목사도 세금 내고 당당해져라. 솔직하게 자진해서 세금을 내겠다고 하면 오히려 목사의 주가(?)도 올라 갈 것을, 왜 그리 추한 모습을 보이는지.
적어도 '전문 종교인'이 되려면 세금과 관련한 상식선에도 흠이 없어야 할 것이다. 목사를 성직자라고 하든 전문 종교인이라고 부르든 일반인과 구분되려면 이 사회의 평화와 정화 에너지를 공급할 만한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왜 왜 목회자의 길을 선택했나. 거듭 말하지만 목사가 세금을 내야 떳떳하고 당당해진다. 그래야 이 사회에서 뜻있는 '쓴 소리' 한마디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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