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국회의원 분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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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그동안 댓글 0건 조회 678회 작성일 08-02-12 13:50본문
누구를 탓할 것인가? 어찌해야 할 것인가?
화염에 불타 무너지고 부서진 누각 잔해가 시커멓게 드러난 숭례문 사진을 일제히 실은 오늘(12일) 신문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되뇌게 되는 독백들이다. 도대체 어찌할 것인가?
명색이 국보 1호였다지만, 기가 막히게 허술했던 안전관리, 화재 발생 등 비상시에 대비해 매뉴얼 하나 만들어 놓지 않은, 무신경하고 무책임한 문화재 관리의 실상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화마에 무너져 내린 숭례문 누각의 참담함 이상으로 참담한 실상이었다.
누구를 탓할 것인가? 중구청을, 서울시청을, 문화재청을, 그 공무원들을, 불길을 빨리 잡지 못하고 허둥댄 소방관들을, 노무현 정부를, 노무현 대통령을, 숭례문을 시민들에게 개방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자업자득이다. 그 누구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참혹한 우리의 진면목'이다. 겉으로는 그럴 듯 해 보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그 뒷면을 살펴보면 곳곳이 이런 정도 밖에 안됐던 것이다.
숭례문 화재는 자업자득...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래서일 것이다. 오늘 신문들이 1면에 실은 참혹한 숭례문 누각 잔해 사진과 함께 자책과 자성의 기사 제목을 뽑은 것은.
'우리가 태웠다'(중앙일보)고도 했고, '부끄럽고 참담하다'(한국일보)고 고백하기도 했다. '시커멓게 우리 가슴도 타들어 갔'(조선일보)고 했고, '국민 가슴도 무너졌다'(한겨레)고 했다. 개발에만 정신이 팔렸던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두고 '우린 문화민족인가'(경향신문)라고 묻기도 했다. '숭례문이여 미안합니다'(서울신문)라고 제목을 뽑은 신문도 있었다.
참담하고 끔찍한 사회적 변고 앞에서 우리는 먼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무작정 '내탓이요'를 외치자는 것도, 구체적인 책임 소재를 따지지 말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자는 것도 결코 아니다. 남의 탓, 공무원 탓, 기관 탓, 정부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우리 모두 너무 무심했던 것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제 국회에서 공무원들을 불러놓고 왜 미리 미리 대책을 세우지 못했느냐고, 왜 화재 현장에서 그렇게 허둥댔느냐고 추궁하는 국회의원들이 더없이 역겨웠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국회의원, 바로 그들부터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동아일보> 오늘 1면 머리기사를 보면서 그런 볼썽사나운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동아일보>는 숭례문 불타던 날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암스테르담에 '사실상 휴가중'이었다고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1600만원의 해외 출장비를 받고 대한항공으로부터 왕복 항공료 등 일부 경비도 지원받아 부인과 함께 암스테르담에 머물러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재 책임 추궁하던 국회의원이 역겨웠던 이유
여기에서 유 청장의 암스테르담 출장이 '사실상 휴가'였는지, 과연 부적절한 것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질 필요는 없다. 다만 유 청장은 "첫 3일은 개인 휴가"였다고 밝혔다고 한다. 휴가와 공식 일정이 뒤섞이고, 거기에 부인까지 동행했다는 '부적절한 출장'이라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동아일보>도 기사에서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하멜기념관 건립 및 세계문화유산 등재건과 관련한 출장 일정 또한 잡혀 있었던 것도 사실인 만큼 그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매우 구체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듯하다.
대한항공이 지원하기로 했다는 항공편과 파리 체류비 또한 대한항공의 기증으로 설치된 파리 루브르 박물관 내 한국어 안내 서비스 시스템 개통식에 대항항공이 유 청장의 참석을 요청해 부담하기로 한 것인 만큼 크게 논란이 될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동아일보>는 불타 무너진 숭례문 사진을 실은 1면 사진 머리기사(참담…후손들 볼 낯이 없다) 바로 밑에 '유홍준 암스테르담 휴가' 기사를 실었다. 이 역사적 변고의 책임을 마치 '유 청장'에게 맞추는 듯 한 편집 태도를 보였다.
유홍준 청장의 해외 출장이 설령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극히 '의도적인 편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어제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들이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지독한 '편가름'과 '네탓 공방'과 닮은 모습이다. 의원들의 책임추궁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뻔뻔스런 정치적 의도도 엿보인다.
왜 이리 심사가 뒤틀린 것일까. 오늘 <동아일보> 미디어 지면에 실린 'KBS 차기 사장 물밑 경쟁'(손택균 기자) 기사 또한 마찬가지다.
<동아>의 이 기사는 "새정부 출범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KBS 사장 교체 가능성이 방송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새정부가 방송통신위원회 신설이나 국가기간방송법 등 미디어와 관련해 큰 변화를 도모함에 따라 KBS 사장도 바뀌는 게 '순리'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어갔다.
<동아> 보도의 정치적 의도는?
KBS나 MBC의 임원 선출 방식이나 임기는 방송법과 한국방송공사법 등 관련 법률로 정해 져 있다. 정연주 사장의 임기는 아직도 한참 남아 있다. 그런데도 <동아일보> 기사는 새정부가 미디어와 관련해 큰 변화를 도모하기 때문에 "KBS 사장도 바뀌는 게 '순리'라는 견해"에 따라 KBS 차기 사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인사들의 이른바 '물밑경쟁'을 다루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순리'일까. 정권이 바뀌면 공영방송사 사장이 그만 두는 것이 '순리'인가? 그것이 <동아일보>가 그렇게 주장해왔던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과 '공공성' '공영성'을 살리는 길일까?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방송전략실장을 맡았던 인물이나 현직 방송위원으로 한나라당 의원을 만나 방송 통제 시나리오를 협의해 탄핵 대상이 되기까지 했던 인물들을 차기 사장 후보랍시고 물망에 올려놓고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과연 온당할 일일까.
타이밍도 맞지 않지만, 그 수순도 엉망이다. 언론이라면 최소한 정권 교체에 따른 사장 교체 주장에 대한 검증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기사의 바탕에는 KBS 사장은 당연히 정권의 전리품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불에 탄 참혹한 모습의 숭례문 잔해는 물질 만능의 개발·성장 주의에 빠져 있는, 번지르르한 겉모습에 취해 있는 한국 사회의 '집단최면'에 대한 엄중한 경고일 수 있다. <동아일보>의 '빗나간 쟁점화' 또한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눈이 멀어도 보통 먼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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