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과 국가 위기관리체계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대형사고가 최근 3건 있었다.
강화도 초병 총기피탈사건과 다음날 발생한 서해안에서 태안 원유유출사고, 그리고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사건이 그것이다.
그 결과 총기 강탈사건으로 경계초병이 사망하였으며, 대선을 코앞에 두고 후보에 대한 테러에 비상이 걸려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고, 원유 1만 2,547㎘가 바다로 흘러나와 사상 최악의 환경 오염 사태가 왔다.
원유유출 사건으로 인해 전 국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 졌다. 이천화재 사고로 아까운 생명 40여명이 숨졌다.
모두 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는 우리사회가 크고 작은 재난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구축과 국가의 위기관리체계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경고하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생활주변에서 가장 기초적 상식에 속하는 안전 불감증이 개인과 기업, 국가기관 등 너나 할 것 없이 온 나라에 만연되었다는 사실이다. 3가지 사고는 이 같은 현상의 극단적 증거였다.
이들 사건은 모두 대형 사건, 사고로 앞으로 우리 사회, 개인, 기업, 국가 모두가 책임져야 할 일들이고 앞으로 적극적으로 해소시켜 나아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3개의 사고과정을 보면서 뭔가 잘못 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총기 탈취사건 다음날에 있었던 청와대 <전군지휘관회의>에서는 무슨 대책을 세우기나 한 것인지, 또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 사건에 대해 군은 무슨 논의라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전군지휘관회의> 오찬이 진행되는 그 순간에 검은 원유는 시시각각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었고, 국민의 소중한 생명은 총기 탈취범의 손에 맡겨져 있는 상태였다.
범인이 검거될 때까지 국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야간과 야외활동에 심한 제한을 받았다.
출퇴근 시간 검문검색에 따른 불편과 교통체증은 참을 수 있었지만 검문에 응할 때마다 어쩐지 형식적인 작전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유로에서도 그랬고, 행주대교에서도 그랬다.
이 사건으로 대선후보들이 중요한 거리유세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으며, 장난삼은 허위신고에 군경이 출동하는 등 총체적으로 비정상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이뿐이 아니다.
당국이 처음부터 잘못 판단하여 사고해역에 규모다 작은 소형 방제선을 급파함으로서 사고현장 접근에 실패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24시간이 지나야 유출된 기름이 해안에 도달할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렸고 그 결과 13시간 만에 원유기름이 해안을 덮쳤다.
이천 화재사건도 마찬가지다.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대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발포작업 시 건조과정에서 인화성 액체가 증발하고, 이 때 휘발성 증기가 나와 여기에 불꽃이 튀면 발화된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은 다 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를 무시하고 간과한 결과가 대참사로 이어진 것이다. 업주의 책임이 크며 관리관청도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이로 인해 참으로 아까운 인명만 희생됐다.
문제는 똑같은 사고가 반복 발생함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동일유형의 사고가 반복 발생하는 것은 현장의 안전관리가 제대로 수립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고, 사회안전망과 국가안전관리체계가 엉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것은 가장 기초적인 안전에 대한 무감각과 외면에 있다.
자신의 생명과 재산보호에는 급급하면서도 일상 속의 안전과 사고예방에 대한 책임과 감각은 남의 것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풍토가 화를 키운 것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터졌다하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루빨리 사회안전망과 국가안전관리체계의 강력한 제도개선을 통해 인명을 보호하고 '재해 공화국'이라는 오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