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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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후보에게 댓글 0건 조회 752회 작성일 07-12-13 10:55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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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씸하겠지만 그렇다고 올해 대선에서 그가 승리할 가망은 현재로서 거의 없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이 단연 앞선 이명박의 당선이 사실상 굳어진 분위기다. 돌발상황이 없는 한 이변은 없다고 보는 게 상식이 됐다.
'이인제법(法)'이라는 것이 있다. 1997년 대선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후보 경선에서 이인제가 이회창에게 완패한 뒤 당을 뛰쳐나가 독자출마한 것이 동기가 돼 만들어진 경선불복출마금지법이다. 그때 찍힌 경선불복 낙인은 망령같이 이인제를 줄창 따라다닌다.
'이인제법' 때문만은 아니겠으나 올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석패한 박근혜는 깨끗한 승복으로 국민들을 가슴 뭉클하게 했다. 감동이 컸던 데는 '이인제 효과'가 적잖이 작용했다. 그날 이후 박근혜는 '대인'으로 칭송받으며 경선승리 이상의 값진 정치이력을 쌓았다.
사실 이회창의 97년 대권 꿈은 이인제의 비신사적 행위로 지지표가 나뉜 바람에 물거품이 됐다. 두 사람이 청산을 역설하는 '10년 좌파무능정권'은 결국 그들의 작품이다. 탈선한 이인제와, 그에게 어쨌든 빌미를 줬고 설복하지도 못한 이회창이 좌파정권을 합작해내고서 함께 경멸하는 것은 기막힌 아이러니다.
10년 전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당선)된다"며 표 분산을 막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인제는 "이인제를 찍으면 이인제가 되지 왜 김대중이 된다는 거냐"고 맞섰다. 돌고 돌아 지금 이인제는 김대중 후보가 그때 속했던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돼 있다.
또 하나의 인생유전을 실감한다. 지금 이회창 후보는 "이회창을 찍으면 이회창이 된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는 또 자기를 찍어줘도 좌파 집권은 불가능하다고 외친다. 한나라당측의 무력화·사퇴압박에 대한 '항거'다.
한나라당은 얼마 전 '이회창법안'을 소속의원 127명 전체 명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경선 후 탈당·출마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이회창 출마 같은 실질적 경선불복, 바꿔 말해 새치기 출마를 막고 당장 그에게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목적에서다.
정말이지 이회창의 경선 후 탈당 출마는 뜻밖이었다. 법 대가의 일탈이어서 놀라웠고 구경꾼이 되레 수치를 느꼈다. 합법적이지만 합리성이 결여된 기습출마는 그의 우국충정 만큼은 높이 평가한 유권자들을 허탈하게 했다.
BBK 수사 결과 발표 후 추락하는 이회창 지지율은 그를 노추(老醜)의 길로까지 들어서게 한 인상을 풍긴다. 그의 캠프측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반(反)이명박 정통보수'를 기치로 하는 이회창 신당 출범을 공언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결과는 불행하게 계속될 것 같다.
물론 이회창 출마가 무의미한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혼돈의 10년 실정' 심판론 등으로 보수표심을 70%까지 확산시켰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문제는 스스로도 절치부심해온 좌파정권 종식이 또 무산되는 '천추의 한'을 보태지 말라는 것이다. 결속력 강한 좌파세력이 어림잡아 30%이니 '보수 필승' 낙관은 금물이다.
이회창 출마선언 직후 한동안 이명박 후보 낙마 또는 유고에 대비한 것이라는 뜻의 '스페어(spare) 후보'가 회자됐다. BBK 수사와 테러 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야박하게 들리겠지만 후보로서 마지막까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되 이명박으로의 정권교체를 조건없이 호소하기를 이회창에게 기대한다.
나이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73세의 이회창과 정치판은 어쩐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정치보다 훨씬 고귀하고, 평생을 바쳐도 모자랄 다른 거룩한 사명이 이회창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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