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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가 요트산업 도약의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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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선점 댓글 0건 조회 1,473회 작성일 07-12-2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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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가 요트산업 도약의 발판”

직원들 선수 출신·조선전공 엔지니어 등 전문가
경정용 90% 생산… 내년 국제 대회에 8척 출품

■경기도 1등이 세계 1등 ⑧ 요트회사 ‘어드밴스드 마린테크’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인 한국이 요트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어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관광수입을 획득하기 위해 최근 80여개가 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마리나(요트계류장) 유치에 뛰어들고 있는 것. 경기도도 지난달 영국해양협회(BMF)와 2008년 국제 보트쇼 및 세계요트대회 개최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 선박 업체들 역시 요트가 일부 부유층의 ‘사치스러운 취미’가 아니라 대중적인 레포츠가 될 수 있도록 국민형 레저선박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시에 자리하고 있는 소형 고속선 전문 조선소인 ‘어드밴스드 마린테크’를 찾아 우리나라 해양레저산업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요트선수들 장인(匠人)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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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화성시 장안 석포리에 위치한 ´어드밴스드 마린테크´의 이상홍 대표가 12일 제작중인 요트 위에서 완성된 요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끼뉴스 민원기

어드밴스드 마린테크는 설계에서 판매까지 레저·경기용 선박에 관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이상홍(40)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십대 초반의 신입사원까지 15명의 마린테크 직원들은 요트에 관한 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전문가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직원의 대부분이 요트선수 출신이거나 조선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이기 때문.

지난 1999년 해외 선박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수입상으로 시작된 마린테크는 국내 수요가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조정과 교수, 요트 선수, 연구진 등 60여명의 쟁쟁한 주주들이 받쳐주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몇 년 전부터 국내 경정용 모터보트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으며 2001년 산업자원부장관상을 수상한데 이어 기술우량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꼼꼼하게 기반을 다져왔다.

현재 1대당 2천700만원을 호가하는 모터보트를 1년에 120척씩 판매하고 있어 경정용 모터보트 매출만 32억원이 넘는다.

게다가 올해는 뉴질랜드와의 기술제휴로 생산 체계를 혁신한 결과 아직 채 만들어지지도 않은 요트 12대 모두 미국과 호주로 수출이 예정돼 있다.

항공기 기술 적용 획기적 시스템 개선

조선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대기업조차 손을 댔다가 실패했을 정도로 수요가 없던 국내 레저선박 시장에서 이 같은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건 이 대표와 직원들의 열정과 끊임없는 연구정신 덕분이었다.

이들은 계속해서 자동차나 항공기 생산에 적용된 IT기술을 통해 보트 및 요트 제작을 자동화했고 국내 최초로 인퓨전(만들어진 틀에 플라스틱 등을 주입해 선체를 만들어내는 방식)기술을 사용해 선박을 생산해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가상 공장(Virtual Factory) 개념을 도입한 사이버 조선소. 먼저 시뮬레이션을 통해 배를 제작해 본 뒤 문제가 없으면 실질적인 생산에 들어가는 시스템이다.

“2002년에는 40명이 8개월 동안 경정용 보트 100대를 만들었는데 공장 전체를 시뮬레이션 공정으로 개선했더니 14명이 3개월 동안 120대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가상 제작 프로그램이 내년 말 완벽하게 구축되면 시간과 재료의 낭비를 막고 불량률 또한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린테크는 공장 구조도 독특하다. 여타 다른 공장들은 일자로 늘어진 컨베이어벨트에서 한 사람이 계속 같은 부분을 맡아서 단순 작업을 계속 하지만 이 대표는 여기에 도요타 자동차의 생산방식을 접목시켰다.

“셀라인, 유라인이라고도 하는 이 방식은 한 사람이 라인 전체를 돌아다니며 배 하나를 만드는 방식이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기계처럼 단순 노동만 할 수는 없잖아요.”

일자형 컨베이어벨트를 U자 형으로 바꿔 공정은 줄이고 직원들의 작업 성취감은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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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린테크는 요트 선수이거나 조선공학 전공들로 구성된 젊은 기업이다. 대부분 20대 초반인 마린테크 직원들이 합판 위에서 탄력을 이용해 샌딩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 끼뉴스 민원기

요트계의 세미프로리그서 경주용 요트 첫 선

이런 열정과 노력 덕분인지 이 대표는 경기도가 내년 6월 개최할 세계요트대회에 마린테크가 설계·제작한 11m 짜리 요트 8척을 출품할 기회를 얻었다.

“이번 대회는 다른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단순한 투자유치와는 다릅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요트경기를 독립적으로 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다 이런 세계적인 이벤트에 우리나라에서 만든 배가 출전하는 것도 처음이죠. 하지만 이 대회를 통해 경기도는 물론 마린테크의 이름도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될 겁니다.”

이 대회는 요트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아메리카스컵과 맞먹는 대형 이벤트로 ESPN, 유로스포츠 등 전 세계 약 40개국에 방송으로 중계되는 세미프로리그.

“이 정도 규모의 대회에서 엔진, 부품, 디자인 등 뭔가 독특한 방식이나 기술이 적용돼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3,4년 뒤엔 모든 요트들이 그 기술을 사용하게 돼요. 그렇게 보트쇼나 요트대회에서 기술도 부품도 판매가 이뤄지는 거죠. 요트대회가 바로 관광·산업·문화의 꽃입니다.”

이 대표는 다년간의 선수생활에서 얻은 경험들을 요트 제작에 적용해 경주전용 요트를 만들어냈다. 일반 요트는 갑판 아래로 사람이 들어가 숙식을 할 수 있도록 꽤 넓은 공간이 있지만 경주를 위한 요트인 만큼 선수들이 뛰어다니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데크(요트의 갑판)의 볼록 솟아오른 부분을 최대한 낮추고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갑판 아래는 간이침대 외에 모든 것을 빼냈다.

“경기에 쓰이는 요트나 보트는 속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물이나 바람에 대한 저항력을 최대한 줄여야 하죠. 그래서 합판을 붙여 샌딩하며 틀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제일 중요해요. 굴곡 하나 없이 매끈한 모양이 나오도록 쉼 없이 사포로 문질러야 하는 지루한 작업이 지금 막 시작됐습니다.”

문화가 담긴 디자인으로 승부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인 우리나라가 그동안 요트 산업에 불을 당기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이것. 보통 선박, 즉 컨테이너를 수송하는 대형선박에 비해 요트 등 레저용 선박은 개념이 다르다는 것.

이 대표는 우리나라 요트산업이 뒤쳐진 이유를 기술 부족에서 찾지 않는다. 조선강국인 우리가 오히려 기술은 우리가 더 앞서 있는데도 요트산업에 불을 댕기지 못한 이유는 바로 요트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제품만 많이 만들어 놓고 팔리겠지 하고 있으면 망합니다. 대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제대로 된 요트를 만들어서 시장에 팔려면 우리의 독특한 해양레저문화, 바다의 상태, 날씨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 보다는 동호회 사람들과 요트를 즐기는 편이고 요트를 스스로 고치거나 관리하기 보다는 완전히 세팅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손쉽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또 외국은 대부분 날씨가 맑아 오픈 탑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비가 오거나 추워지면 요트를 즐기기 어렵고 물이 얼기 때문에 배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사실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그 다음으로 중요한 건 요트도 자동차처럼 디자인이 생명이라는 것.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지만 사실 대형선박은 선주가 컨테이너 3천대 혹은 1만대 들어가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정확하게 그렇게 만들어주면 되지만 레저보트나 요트는 사람이 탔을 때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서 디자인이나 문화가 중요한 거죠.”

그래서 이 대표 역시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에 출전할 요트만 해도 뉴질랜드의 베컴 화이트라는 사람의 디자인을 사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번 세계무대에서 데뷔에 성공하면 거꾸로 디자이너가 마린테크에 디자인을 주면서 선박 제조를 의뢰할 날도 멀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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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홍 대표가 기존의 요트와 달리 선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도록 데크(요트의 갑판)를 최대한 낮춘 경주용 요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끼뉴스 민원기

세계 정복의 꿈(?)

우리나라에 최초로 ‘요트’라는 존재를 알렸던 1987년 아시안 게임 때 대학에서 요트 선수로 활약했던 이 대표는 대표는 꿈 속에서도 바다에 나갈 정도로 요트 광이었다. 하지만 요트를 타다 문제가 생기면 부품이 없어 수리가 어려웠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그렇게 전전긍긍하는 일이 계속되자 그는 자신이 직접 요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요트산업에 뛰어든 지 벌써 19년째. 그런 이 대표에서 배를 만드는 일은 하나의 신념이 됐다. 배는 일반 제품을 만드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는 것.

“내가 만드는 배에 어떤 사람이 탈 것인지 그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살펴서 정성을 다해 만들어야 합니다. 배는 단순히 물에 뜨면 된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넘어서 사람의 생명을 실어 나르는 도구죠. 배 하나를 만드는데 오랫동안 힘들게 사포질을 하면서 엄청난 노동력을 쏟아 붓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죠.”

이 대표는 마린테크에서 만들어진 배가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꿈을 꾼다. 배를 주문한 사람에게 무한한 기쁨과 즐거움을 주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그를 원하는 곳까지 실어나를 배를 만드는 것. 고생해서 만든 배를 물에 처음 띄우는 그 순간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배를 만들어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이 대표와 마린테크 직원들의 꿈이다.
 

 

ⓒ 끼뉴스 | 김은진 kej1002@gg.go.kr
입력:2007년 12월18일 18:19:18/수정:2007년 12월18일 18: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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