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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댓글 0건 조회 689회 작성일 07-12-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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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다니던 도로에 전날까지 보지 못했던 하얀 마킹이 보인다.
 
그것은 널브러진 사람 형상을 하고 있었다. 주변이 어수선한 것으로 보아 사고 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작고 날카로운 플라스틱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도로 위에, 스티로폼 가루들이 바람에 몰려다니며 마치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영혼처럼 주변을 뱅뱅 돌더니 돌연 사방으로 흩어져버린다.

그곳은 유난히 퀵서비스 오토바이 운행이 많다. 평소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자주 목격되는 길이다.
 
 아직 핏기가 가시지 않은 사고 현장을 지나오면서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갔다. 등줄기가 서늘해지도록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사고를 당한 사람은 목숨이라도 건졌을까.
 
 사고 흔적에서 감지되는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내가 살아서 지나온 그 길에서 바로 좀 전에 누군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먼 다른 세계의 사람이 아닌 바로 우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가 그렇듯, 아침 일찍 눈을 뜨고 주어진 하루를 살기 위해 몸을 일으켜 집을 나섰을 것이다. 이달 적금 부을 일과 대출부금, 카드대금을 걱정하고 일 끝난 뒤 약속을 기다렸을 것이다.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바로 나일 수 있고 오빠나 아버지, 이웃일 수도 있는 사람이다. 나는 그날 점심을 한 숟가락도 넘길 수 없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있으면 사고를 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처참한 사고를 낸 사람의 인생은 또 뭐란 말인가. 나 또한 운전 중에 오토바이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가슴을 쓸어내린 일이 여러 번 있지 않았던가. 그러니 사고를 낸 사람도 나와 전혀 무관할 수 없는 사람이다.

이 일을 계기로 나도 모른 사이 느슨해져 있는 안전의식을 점검하고 추슬러본다. 가족에게도 안전을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이 긴장은 한동안 유지되어 나의 안전의 등불이 될 것이다.

우리가 무탈하게 사는 것은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실수, 실패가 밑거름된 덕분이다. 누군가가 아팠기 때문에 내가 건강할 수 있으며, 누군가가 떠나갔기 때문에 내가 남아 있는 것이다. 뭇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내가 살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자 내 목숨을 얼마나 존귀하게 써야 하는가 숙고하게 되었다.

삶이란 어쩌면 나보다 더 춥고 더 아프고 더 힘든 모든 사람들에게 빚을 지며 사는 것이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독은 동독에게 돈과 물자를 주고 정치범을 빼내왔다.

 

1963년 여름 34만 마르크를 주고 8명의 정치범을 서독으로 데려온 이후 1989년 독일이 통일될 때까지 26년간 이런 방식으로 서독이 자유세계로 데려온 동독의 정치범은 3만3755명이었다.

정치범의 몸값도 초기에는 인당 4만 마르크 선이었으나 나중에는 10만 마르크 선으로 올랐다.

이 사업은 서독정부의 용인아래 독일개신교회와 동독의 KoKo란 관영기업이 창구가 되어 비공식적으로, 때로는 은밀히 이루어졌다.

 

 해프틀링프라이카우프(Haeftlingfreik auf, 우리말로하면 '구속자 몸값')으로 알려진 이 사업을 통해 서독이 동독에 지불한 돈과 물자는 모두 34억 마르크였다.

동독은 재정적인 궁핍 때문에, 서독은 인권과 인도적인 이유에서 이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양쪽의 이해가 일치하여 이런 실용주의적인 윈윈 게임이 가능했던 것이다.

일부에서는 동독이 서독의 돈을 뜯어내려고 정치범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정치범을 빼내 오는 것은 동독의 국내 비판세력의 저항을 줄여 줌으로써 동독 정권의 존속을 돕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 비밀 사업을 통해 그토록 많은 사람이 얻은 자유는 이 모든 비판과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지난주 납북자가족모임과 피랍탈북인권연대가 대선 후보들에게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송환하기 위해 과거 서독이 추진했던 것과 같은 '몸값' 사업을 추진할 의향이 있는지 공개질의를 했다.

 

 임기 말의 노무현 정부는 대형 대북사업에 서둘러 대못질을 하면서도 이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일부 어부들의 월북 가능성을 언급해 가족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현재 남북자는 480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미송환국군포로 중 생존자는 500명 정도일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국군포로는 북한사회의 최하위층으로 강제노역에 평생을 보냈고 이제 살날도 많이 남아있지 않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죽은 미군의 유해까지 샅샅이 뒤져서 찾아가는데 우리는 산 사람도 못 데려오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북에 억류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데려와야 한다.

 

필요하면 서독이 했던 실용주의적인 방식을 원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문제이기에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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