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취업장사…승진땐 ‘수천만원 상납’ 공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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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취업장사 댓글 0건 조회 679회 작성일 07-11-29 17:52본문
2005년 대규모 취업비리와 노조공금 횡령 등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항운노조가 비리로 얼룩진 ‘옛 시절’을 재현하고 있다. 취업비리 혐의로 최근 40여명이 경찰에 입건되는가 하면, 2005년 당시 사건 당사자들은 대거 노조의 요직으로 복귀한 지 오래다. 사회적 비판과 초유의 간부 구속사태를 겪고도 ‘비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항운노조의 실상과 대안을 두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완전 무법천지죠. 노조가 곧 법이라니까요. 2005년 이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지난 23일 부산의 한 재래부두 근처에 모인 6~7명의 부산항운노조 냉동지부 조합원들은 한목소리로 노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경찰에서 ‘채용 대가로 수백만원을 노조 간부들에게 상납했다’고 진술했던 조합원들은 한달 가까이 일을 배당받지 못하고 있어요.”
일부 조합원들과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630만원을 노조 간부에게 주고 비조합원으로 채용돼 두 달 가량 일하다가 2006년 2월 정식조합원이 된 ㅇ(36)씨는 경찰에서 채용비리를 진술한 다음날 노조 간부들이 “노조위원장 말을 감히 거역한다”며 사무실에 감금하고 협박하는 바람에 강제로 사직서까지 써야 했다. 채용비리를 진술했던 비조합원 4명은 일을 배당받기는커녕 노조 가입마저 거부당했다.
지난여름 “취업에 800만~1천만원, 반장 승진에 2천만~3천만원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냉동지부 일부 조합원들의 진정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부산항운노조는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폭로에 앞장섰던 조합원들은 권한정지 등의 징계를 당했고, 노조는 지난달 ‘금품제공’을 경고하는 공문(사진)을 각 사업장에 내려보냈다.
“일부 조합원들이 가입·전환배치 때 청탁에 따른 금품 제공 사실을 진정·고소하는 사례가 발생해 조합 위상을 실추시키고 있는데, 금품 제공 사실이 확인되면 조합원 자격 상실 등 엄중문책하겠다”는 내용이다. 조합원 ㄱ씨는 “금품 ‘수수’가 아니라 ‘제공’만 징계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경찰 진술을 막는 것 아니겠느냐”며 혀를 찼다.
그러나 부산항운노조는 “억울하다”고 했다. 경찰 수사도 상용화에서 제외된 냉동지부 일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난 5월 새로 들어선 집행부는 항운노조를 개혁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항운노조는 문제가 된 냉동창고 취업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한 부산항운노조 임원 ㄱ씨는 “위원장·지부장 선거에서 진 쪽이 음해성으로 예전 일까지 들춰내는 것”이라며 “노조 채용비리를 경찰에 진정했던 몇몇 조합원들은 스스로 조합비·노임 횡령 의혹을 받는 이들”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찰은 다른 지부·노조 임원들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실제 냉동지부뿐 아니라 곳곳에서 마찰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달 중순 한 재래부두에서는 조합원 9명이 단체로 삭발을 하고 “취업비리 책임지라”며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부두는 간부들이 노임을 중간착취했다는 의혹 등으로 몇년째 조합원들 사이에 진통을 겪고 있다. 조합원 ㅈ씨는 “재래부두에서 일벌이가 좋은 신항만으로 옮겨갈 때 노조 간부에게 2500만원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부산항운노조의 추천으로 재래부두마다 20~30명씩 신항만으로 옮겨가는데, 여기에도 비리가 있다는 얘기는 항만 부두노동자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소문이다. 컨테이너부두 조합원 ㅇ씨는 “그 전에는 채용비리가 많았다면 최근엔 신항만으로의 전환배치 등 드러나지 않는 비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도 항운노조의 채용·전환배치 비리 제보가 계속 잇따르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임원인 ㅇ씨는 “채용비리뿐 아니라, 경찰 수사가 조합비 횡령, 노임 중간착복 등으로까지 확대되면 큰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05년 부산항운노조는 노조 간부들이 횡령·리베이트 등으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을 챙긴 혐의로 형사처벌받은 사실이 밝혀진 뒤, 국민들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노조위원장·지부장 선거를 직선제로 바꾸는 등 일부 개혁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비리사건 뒤 개혁을 내걸었던 조아무개 전임 위원장은 박아무개 전 위원장이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살다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지난 5월 교도소 앞까지 ‘예우’ 차원에서 마중을 나가 빈축을 샀다. 2005년 양심선언을 하면서 개혁을 외쳤던 당사자 가운데 일부는 그 이후 노조 임원이 됐으나, 지금은 당시와는 달리 비리나 부조리 의혹에 입을 다물고 있다.
컨테이너부두 조합원 ㅂ씨는 “항운노조 기존 임원들은 큰 도둑이냐 작은 도둑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며 “현 노조 간부들도 말로만 잘못을 인정할 뿐, 관련자들을 징계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 채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려고 똘똘 뭉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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