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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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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면초가 댓글 0건 조회 712회 작성일 07-11-2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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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철이다. 수능이 끝나고 난 다음날 한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의 아들이 언어영역에서 2등급이 나올 것 같다고 걱정하는 소리를 했다.
 
아내와 아들이 저기압이라 눈치 보느라 힘들다고도 했다. 나도 그 심정 잘 안다. 작년에 겪었고, 내년 이맘때쯤 다시 한번 겪어야 하는 처지이니 말이다.

교육 문제가 화제가 되면 전 국민 모두가 할 말이 많다. 모두가 전문가다. 자기 자식 입장이 되어 혹은 우국충정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적 현실을 성토한다.
 
공부를 잘하는 자식을 둔 부모는 등급제의 모순을 침이 튀도록 설파하고, 공부를 그렇게 썩 잘하지 못하는 자식을 둔 부모들은 공교육의 처참한 모습과 교사들의 무성의와 교육 제도의 모순을 적시한다.

자기의 자녀를 세칭 말하는 일류대학에 혹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야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서라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학벌이라는 보검을 갖게 해주려고 한다고 자신있게 답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좋은 대학을 나온 부모는 대부분 내가 좋은 대학을 나왔으니 너도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은 대학을 나왔는데, 내 자식이 그렇지 않은 대학을 간다면, ‘남 보기 창피하기 때문에’ 속상하고, 그래서 경제적 능력만 된다면 차라리 유학을 보내는 게 낫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공부 못해서 좋은 대학 못갔고, 그래서 사회적으로 차별대우를 받으니, 그것이 울화통이 되고 한이 되었으니, 너는 내 한을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다.
 
 혹은 경제적 사정 때문에 먹고 살기 바빠서 대학 못갔는데, ‘너는 공부만 하면 되는데, 모든 뒷바라지를 부모가 해주는데’ 왜 좋은 대학에 못가느냐고 자녀를 윽박지르는 부모도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온 부모를 둔 아이들은 최소한 부모만큼 해야 하고, 좋지 않은 대학을 나온 부모를 둔 아이들은 부모보다 더 잘해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부모를 둔 아이들은 부모가 경험하지 못했던 신천지를 개척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다.

올해 수능시험을 본 아이들의 40대, 50대 부모 세대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했다.
 
그들의 부모 세대들은 ‘생존’ 자체가 문제였으므로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은 있었으되, 대학을 자세히 몰랐고, 세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몰랐다.
 
그저 뒷바라지 하고 대학의 선택이나 학과의 선택은 자녀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부모 세대들은 다 안다고 생각한다.
 
 어떤 대학을 가고 어떤 학과를 가야 할지 치밀하게 계산하며 아이의 미래가 손바닥 보듯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더 필사적으로 자녀들의 대학 입시에 매달린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진정 자식을 사랑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자식의 인생에 투영하려는 것이라면, 자식의 삶을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것이라면, 오히려 부모 세대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식을 하나의 개체로 인정하고 자식의 삶을 존중한다면, 부모를 기준으로 삼아 자식의 입시 결과를 평가하고 속상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체면 때문에 혹은 자신의 한풀이를 위해 자식이 좋은 대학에 가기를 그토록 원한 것은 아닐까 하고 우리 부모 세대들은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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