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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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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귀족사랑 댓글 0건 조회 844회 작성일 07-10-01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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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노한 아버지한테 자기가 벚나무를 찍었다고 용감하게 고백한 조지 워싱턴의 일화는
그의 전기작가가 지어낸 신화다.

그러나  세 번이나 선거 없이 미국 대통령에 추대된 그의 인품은 신화가 아니다.
워싱턴은 십대 초반에 정신적 귀족이 되기 위한 수칙을 스스로 정했다.

그 수칙은 ’교양과 고결한 품행을 지키는 110가지 수칙’이라는 제목으로
지금도 미국에서 출판되고 있다.
 
"비록 적이라도 남의 불행에 기뻐하지 마라."
"아랫사람이 와서 말할 때도 일어나라."
"저주와 모욕의 언사는 쓰지 마라."

심지어 "남의 흉터를 빤히 보거나 그게 왜 생겼는지 묻지 마라"는 말도 있다.
 
프랑스 제수이트 교단의 수칙에서 따온 것이긴 하지만
워싱턴은 이 원칙들을 ’명심보감’으로 알고 평생 지켰다.

200년이 넘도록 위대한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그의 인품과 덕망은
이처럼 남을 배려하는 귀족을 꿈꾼 소년 시절에 이미 결정되었다.
 
귀족이 따로 없는 세상에서는 워싱턴처럼 귀족의 정신을 꿈꾸는 자가 귀족이다.
정치사상에서 귀족의 본래 뜻은 특권과 사치를 일삼는 세습귀족이 아니다.
고결한 덕성, 용기, 지혜를 가진 정치인이 곧 귀족이다.

이권과 세력만 쫓아다니는 작태를 수치로 여기고
공익을 위해 사익을 버릴 수 있는 정치인만이 귀족이다.
 
근대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화주의가 이런 믿음에 특히 투철하다.
그래서 ’민주’와 ’공화’는 붙어다닌다.

만약 대한민국 헌법이 선포한 ’민주공화국’의 정신이 살아 있다면
우리 정치판도 사사로운 이권 때문에 공익을 내던지는 정치인은 천한 노비로,
공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정치인은 귀족으로 대접해야 마땅하다.
 
바람 앞의 갈대처럼 대중의 비위나 맞추는 아테네의 민주정치를 비판하다가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도 귀족정치가 차라리 더 민주적이라고 했다.

품격과 지혜를 겸비한 귀족들이 없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와 귀족이 상극이라는 어설픈 상식부터 깨야 한다.
민주화한 한국 정치판에 귀족이 없다.

대선이 끝나면 언제 파기될지 모를 시한부 선거동맹에 불과한 연합을 ’대통합’으로 포장해 놓고
주도권 싸움만 하고 있다.
정치의 품격은 이런 위선 때문에 무너진다.
철학도 지혜도 없다.

아무리 봐도 희한한 경선 규칙이 나오는가 싶더니
두 계파가 거대 정당을 두 쪽으로 쪼개면서 부딪친다.
정치인의 기본 책무는 안중에 없으니 정권에 정통성을 부여할 결선투표제를 대선에 도입할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고, 정치학사전에도 없는 ’국민경선’이나 모두들 기획하고 있다
.
국민경선은 정당의 직무유기다.
정당정치의 원칙상 당원이 책임지고 뽑을 후보를 국민이 책임지라고 떠넘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보 선출권을 비당원에게 개방한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도 국민경선은 아니다.
50개 주 가운데 19개 주만 채택했고, 그 인구는 미국 인구의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도 대선 후보는 국민이 나서서 뽑지 않는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국민경선은 대선뿐이다.
그런데도 국민경선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정당의 직무유기를 정당화하고
또 그것을 정치의 민주화로 착각하게 만든다.

소크라테스가 개탄한, 지혜도 품격도 없는 민주정치가 이런 것이다.
정치는 국민교육이다.
정치의 품격이 국민의 품격을 결정한다.

크게 벌린 입을 정면에서 클로즈업한 무례한 공영 텔레비전 화면이 식욕 대신 모멸감만 일으키듯,
품격도 지혜도 없는 이권정치가 민주로 포장되는 민주를 모독하고 있다.
차이를 말살하고 특권이나 없애는 게 민주화가 아니다.

그런 민주화 백년을 해봐야 이과수 폭포에 가 대한민국을 혁신하는 코미디는 계속 생긴다.
민주화는 정치의 고급화다.

정치를 업으로 삼기 전에 소년 워싱턴처럼 귀족의 품격을 생각하고
옷깃을 여미는 숙연함이 정치판의 규범처럼 자리 잡아야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가능하다.
민주가 범람할수록 민주공화국의 귀족이 그리운 것은 그래서다.
[이 게시물은 전체관리자님에 의해 2007-10-10 06:59:40 나도한마디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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