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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위버(Peace We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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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솔로몬 댓글 0건 조회 898회 작성일 07-09-2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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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겠다구요?”
“그럼요,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저 양반 집에만 들어오면 아예 붙박이장이예요.
꼼짝도 안한다니까요.
집안일을 거들기는커녕 집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 날은 남자들이 음식도 만들고 다 할 테니 여자들은 안에서 쉬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우리들이 내다보고 있는 밖의 풍경 속에서도
다른 남편들보다 더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어떤 분을 보고 하는 소리였습니다.
그 ‘붙박이장’의 부인은 꼭 남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덧붙입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문구 생각나세요?
저 양반은 ‘가구는 과학입니다’지요.
전기 청소기 지나갈 때는 한쪽 다리를 들고,
그 다음 다리 들어 주어서 청소하는 데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지능이 높은 가구랍니다.”
부인들이 허리를 꺾고 웃은 것은 표현이 재미있어서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속으로 자기들 남편과 비교하면서 부러워하고 있다가
추스른 안도감의 기쁨도 한몫 했을 웃음소리였습니다.
제가 뵐 때도 남의 일이라면 솔선해서 도맡아 돕고,
늘 그런 일을 마다하지 않는 분이 어떻게 그렇게 밖에서 보는 모습과 다를 수 있느냐고
그 ‘붙박이장’ 남편에게 물었지요.
그분은 조금 부끄러운 듯, 체념한 듯, 아니 푸념 같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집에 가면 왠지 그러고 싶어요.
밖에서 하루 종일 많이 시달려서 그런지, 집에 가서는 그냥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전혀 가부장적인 권위나 그밖의 이유가 아니라
‘그냥 집에 가면 그러고 싶다’는 이 대답에 괜히 제 목울대가 아프려고 차올랐습니다.
독일의 작곡가 바흐의 부인이 죽었을 때,
모든 일을 부인에게 내맡기고 지내온 바흐가 장례식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지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는 그에게
오랫동안 같이 살던 하인이 검은 천을 사야 한다며 돈을 달라고 하였답니다.
그러자 바흐는 조용히 눈물을 흘리더니 책상 위에 머리를 묻으며 대답하였답니다.
“아아, 그런 일 같으면 아내에게 말하지 그러나!”
오래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피스 위버’(Peace Weaver), 평화를 짜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답니다.
둥지는 새에게 달려 있고 가정은 아내에게 달려 있다더니….
하늘의 별이 되지 못할지언정 가정의 등불이 되어야 하는 몫을 가진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아내라는 이름만큼 정답고 마음놓이고 아늑하고 평화로운 이름이 어디 있느냐고
어느 시인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내는 영원한 남편의 누님일 것입니다.
이 부부에게서 아주 오랜만에 그렇게 사는 원형질을 확인한 기분이었습니다.
꼼짝도 하지 않는 자기 남편을 흉보거나 끌탕하지 않고 웃고 빗대면서도
남편을 수용하고 이해해주는 그 부인이 누구보다 지혜롭다 여겨졌고,
이 두 분의 조화가 남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추석을 맞아 일거리가 늘어날 우리 여성들을 위해,
이 땅의 남편들을 조금이나마 집안일을 거들게 유인하려는 글을 쓸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더욱더 혼신의 힘을 기울여 살아도 어렵고 힘든 세상입니다.
누님인 우리 아내들이 남편의 유일한 위로입니다.
어차피 끊임없이 계속되는 일입니다.
결국 일을 유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랑의 따뜻함을 회복하는 것만이 우리 아내들을 위로할 것입니다.
 
                                                                 월간 <행복> 에서 
[이 게시물은 전체관리자님에 의해 2007-10-10 06:59:40 나도한마디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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