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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길의 정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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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치가 댓글 0건 조회 700회 작성일 07-10-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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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의 공로를 전혀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병길(丙吉)이란 사람.
그는 옥을 지키는 미관말직에서 재상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릇이 깊고 큰 이 사람은 어떻게 정치를 대했을까.

한(漢) 선제 때의 어느 봄날, 국정을 모두 책임지는 자리에 있던 그가 길을 가고 있었다.
먼저 길을 막고 피가 터져라 싸우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는 일언반구 반응이 없었다.
죽어 넘어진 사람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광경을 보고서도 재상인 그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가 다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어느 지점에 이르러 반대편에서 소를 몰고 오는 사람을 만났다.
소는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그 혓바닥이 밖에 나올 정도로 소는 헐떡거렸다.
병길은 그때서야 수레를 멈추게 한 뒤 입을 열었다.

“소를 몰고 몇 리나 걸어 왔느냐”는 물음이었다.
재상의 수레 옆에서 수행하던 아전은 의구심이 일었다.
사람이 죽어 넘어지는 현장에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더니 왜 헐떡거리는 소에는 관심을 두느냐는 것이다.

관대한 성품의 재상은 설명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람 싸워서 서로 다치는 것이야 지방의 행정 책임자가 해결해야 한다.
재상인 나로서는 관심 둘 일이 아니다.
지금은 봄인데도 날씨가 더워졌다.
소가 몇 리 걷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헐떡이는 것을 보면 날씨에 이상이 생긴 게야.
나라 백성 전체가 먹고사는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
내가 신경 쓸 것은 바로 이 점이야.”

사람의 싸움과 헐떡거리는 소를 통해 보는 기후의 변화.
이 두 가지 주제에 대한 정치인 병길의 선택은 분명했다.
일의 가벼움과 무거움, 늦춰도 될 것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을 구분했다.
정치에서의 통찰력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한서(漢書)』에 나오는 ‘병길이 소의 상태를 묻다(丙吉問牛)’의 고사다.

노무현 대통령도 정말 물어야 할 것은 제대로 묻고,
묻지 않아도 될 것은 병길처럼 과묵하게 넘기고 있을까.

제대로 챙겨 물었어야 할 부하 직원의 비리에는 아랑곳하지 않더니
잘못이 드러나서야 뒤늦은 사과를 했다.
북한 핵은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인데도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북핵을 말하라는 건 싸움하라는 얘기”라고 했다.
물어야 할 것은 정작 묻지 않겠다는 태도다.
태평양 건너의 미국 대통령이 오히려 북핵 폐기의 중요성을 말한다.
청와대가 만들어 내는 정치의 수준이 2000여 년 전 병길의 지혜에 한참 못 미친다.

                                                        유광종 중앙일보 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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