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군구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지방의원들의 연봉을 해당 지역 부단체장급으로 인상하려 하자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주민들은 살림도 어렵고 지방 재정도 열악한데 의원들이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 한다며 해도 너무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서울 강남구의회에서 지난해에 비해 55.7%를 인상, 다른 지역의 연봉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민의를 거스르면서까지 연봉을 올리려는 처사가 과연 절박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유능한 인재 진출할 수 있게 보수줘야
지방자치법시행령(제15조 1항 3호)에서는 지방의회 의원의 월정수당을 의정비 심의위원회(주민대표)가 자율적으로 정한다고 규정했을 뿐 지방의원 보수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하지 않아 작금의 의정비 인상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방의원 보수를 책정함에 있어 입법적 취지를 감안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의원들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수준으로 보수를 책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청렴하고 유능한 인재가 마음 놓고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고 지방정치인을 양성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의 유능한 인재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하고 싶어할 만큼 지방의원이 매력적인 직위로 인식될 수 있는 수준에서 보수를 책정해야 한다.
오늘날 영·미계 국가들도 지방의회가 명예적 시민의회에서 전문직 정책 의회로 이행하는 추세를 보이는 현실에서 우리는 작년에 처음 책정된 의정비에서 올해 얼마로 인상해야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당해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이긴 하지만 다음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총액인건비제도의 고려이다. 둘째, 겸직 및 겸업 금지의 고려이다. 셋째, 지방의회 회기일수의 고려이다. 넷째, 지방의원의 정수 고려이다. 따라서 유급제의 입법 취지와 월정수당 책정 시 고려사항을 감안한다면 올해 의정비는 전년도 대비 5∼10% 선에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규환 중앙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2∼3배 올려 줄만큼 가치 검증 안돼
|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
지방의회 의원직은 본래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했다. 그러다 보니 지방의 토호세력이 지방의회에 진출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의원들의 전문성에도 문제가 있어 2006년부터 의정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젊고 참신한 전문인력들이 경제력에 구애받지 않고 기초의회에 진출해 의정활동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됐다. 그러나 불과 1년여가 지난 지금, 각 지방의회에서는 의정비의 현실화를 빌미로 의정비를 부자치단체장의 연봉 수준으로 인상하려 하고 있다. 그럴 경우, 대부분의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의 의정비는 현재보다 2∼3배 오를 수밖에 없다.
의정비는 원활한 의정활동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적어서도 안 되지만 하루아침에 2∼3배로 인상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자치단체장과 의회가 각각 2분의 1씩 추천해 구성한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의 결정도 주민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의정활동의 내용이 그만한 연봉을 줄 만큼 가치가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고, 자치단체의 열악한 재정상태도 연봉 인상에서 고려되지 않았다.
의정비는 지방재정의 건전성이나 의정활동의 특성 등 자치단체의 형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 지방의원들은 얼마나 가치 있는 의정활동을 해 왔는가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의정비의 과도한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차제에 의정비 결정과정에 대한 주민 참여를 제도화해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연봉액 결정 공정한 접근여부 따져봐야
| 김상미 지방의회발전연구원 연구부장 |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경우 두 가지 방식이 적용된다. 정치를 위해 살거나 정치에 의해 살거나 주민이 선출하는 대통령,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은 정치에 의해 사는 방식이 채택됐지만 지방의원은 정치를 위해 사는 방식이 적용돼왔다. 1991년 지방의회 재구성 시 지방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했기 때문이다.
작년 비로소 지방의원의 유급제가 마련됐다. 주요 내용은 신설된 월정수당을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의정비심의위원회가 당해 지역의 재정능력, 지역 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 인상률, 물가상승률, 의정활동 실적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다.
사실 지방의원은 단체장과 같은 주민 대표자로서 이원적 대표 구조를 가진다. 양자는 주민에 의해 취임된 정무직 공무원이다. 그런데 단체장의 보수는 ‘지방공무원보수규정’에 의해 보수, 연금, 퇴직수당까지 지급하는 급여의 성격을 가진다. 이와 달리 지방의원의 보수는 ‘지방자치법’에 의해 의정활동비와 여비, 월정수당으로만 지급된다. 작년 의정비심의위원회는 1920만원에서 6804만원까지 250개의 지방의회별로 다양한 보수액을 결정했다. 그러나 올해 결정된 강남구의회 의원의 연봉은 4236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5.7%가 늘어나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의정비 인상액보다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자율적으로 매년 결정하는 구조이다. 현재 법상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통할대표권은 단체장에게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대표하는 단체장이 아닌 지방의원 보수만 자치의 원칙에 따라 지역이 자체 결정해야 하는지 공정한 접근으로 보기 어렵다.
김상미 지방의회발전연구원 연구부장
인상폭 연연 권위 추락 자충수 될 수도
| 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 |
의원 처우를 개선해 지방의회의 질을 높일 수 있을지 불확실함에도 국민들이 의원 유급제를 수용한 것은 지방의회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의원 처우 개선은 의정활동의 질 향상을 전제로 추진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유급제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지방의정이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 의정비 인상폭을 둘러싼 낯 뜨거운 논란만 계속되는 실정이다. 주민들의 평가를 회피한 채 밀실에서 의정비를 대폭 인상하려다 거센 비난 여론을 자초한 지역도 여럿이다.
지방의회의장협의회에서 의정비 인상을 적극 추진하자며 ‘담합’ 냄새가 풍기는 공문을 내려보낸 일은 그 사실 자체도 문제이지만 내용도 적절치 않다. 지자체 부단체장급에 맞춰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법적 근거도 부족하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지방자치법령은 의정비 책정 기준을 주민 소득수준, 재정여건 등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엉뚱하게 직업공무원과 비교하는 것은 너무 자의적인 판단이다.
주민여론 수렴도 반드시 필요하다.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혀 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직접 주민의 의사를 들어 중요하게 참고해야만 한다. 대다수 지자체가 재정여건이 취약하고 의회의 활동도 미약한 상태에서 주민들이 수용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는 것은 필수절차라 할 수 있다. 의원의 권위는 유권자가 직접 뽑은 주민의 대표로서 맡은바 직무를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는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직업공무원 어느 급과 보수를 맞추는가에 연연하는 모습은 도리어 본연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자충수가 되고 말 것이다.
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