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이고 네가 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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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내가 잘못이고 댓글 0건 조회 715회 작성일 07-09-03 13:03본문
"우리는 우리의 잘못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철학자 칼 포퍼는 그의 저서 '추측과 논박'에서 과학이 오류를 제거함으로써 진보하듯이 사회도 잘못을 수정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만일 정치가가 그들이 항상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하지 않고 잘못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하면 정치도 진보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회 모든 부문에서 유용하다 하겠다.
최근 기자실 통폐합과 전자브리핑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취재지원방안)'이 언론계의 쟁점이 되고 있다.
부산일보도 이 방안이 발표된 5월 22일 이후 30여개의 보도 및 의견기사를 통해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보도기사의 경우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반대의견과 한나라당의 '언론말살정책' 주장을 위시한 정치권의 대정부 공세 강화를 다뤘는데,
그 핵심은 '언론자유 및 국민의 알 권리 침해'로 요약된다.
의견기사의 경우는 더욱 강한 어조로 금번 사태를 노무현 대통령의 왜곡된 언론관의 산물이라고 주장하면서 5공 때의 언론탄압에 비유하고 있다.
기자의 성향에 따라 발급되고 이를 이용하여 젊은 기자들에게 이념교육(언론인 연수)을 강요했던 5공 때의 '프레스카드제'나 언론통폐합 조치에 현 정부의 취재지원방안을 비유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
그러나 몇몇 과장을 제외한다면 부산일보가 우려하고 주장하는 점은 전적으로 옳다.
그런데, 부산일보를 포함한 언론계의 바른 소리에도 불구하고 금번 사태를 바라보는 여론의 냉담함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최근 전문기관들의 여론조사에서는 취재지원방안에 대한 반대 의견이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지만 막상 정부와 언론계의 논쟁을 가감없이 지켜봤던 여론의 양상은 그 반대였다.
지난 5월 한 지상파 방송의 관련 토론 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취재지원방안에 찬성하는 의견이 88%로 나타났으며,
대통령과 언론인 대화(6월 17일) 이후의 네티즌 반응도 정부의 정책취지에 더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러한 언론과 언론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냉소를 단지 국정홍보처의 선전(propaganda)에 넘어간 대중의 어리석음쯤으로 치부해 버릴 것인가.
의무를 방기하면서 주장하는 권리는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언론 및 언론인 스스로의 문제는 없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언론계의 강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려고 하는 선의는 무엇인지도 고민해봤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평등하게 열려있어야 할 '공론장'으로서의 언론(신문)이 현재와 같이 거대기업화되거나 특정집단과 결탁하여 배제의 원리를 적용한다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필자가 보는 취재지원방안을 둘러싼 논란은 '언론자유'와 '언론개혁'의 문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부산일보의 지면에는 언론자유에 대한 목소리는 높았지만 언론개혁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자기성찰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잘못이고 네가 옳을 수 있다"는 자기절제와 상호이해가 진정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줄 것이다.
정부 또한 취재지원방안이 진정성을 갖고 추진하는 것이라면 이를 실현하는 방법론에 있어서 잘못은 없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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