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문예진흥기금을 받는 예술단체는 본래 취지에 어긋나게 사업을 추진한다. 또 이를 관리하고 감독해야할 경남도 문화예술 행정은 검증 절차없이 예산만 퍼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남국악협회에서 주관하고 올해로 6회 째를 맞는 '여름바다축제'라는 행사가 있다. 올해 초 도문예진흥기금 300만원 지원이 결정되었고, 경남국악협회는 얼마전 교부금 신청서를 경남도에 제출해 예산을 지원 받았다.
경남도는 "서류상 아무런 문제가 없어 지원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모든 것이 깨끗한(?) 이 행사의 실태는 온갖 의혹에 휩싸여 있다.
그리 큰 예산이 지원된 행사는 아니지만, 주먹구구식 경남도 문화예술행정과 그 맹점을 악용하는 예술단체가 결합해 만들어낸 사례라 할 수 있다.
◇바다축제를 합천에서? = 여름바다축제의 최초 기획자인 여현주(전 경남국악협회장) 창원국악협회 지부장은 여름바다축제에 대해 "국악협회 회원들의 친목도모와 국악의 저변확대를 위해 지난 2002년 남해에서 첫 행사를 열게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1박 2일동안 각 지부 소속 국악인들이 바닷가에 모여 수련회도 하면서 그 지역 주민들에게 국악 공연을 선사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행사가 지난해부터 바다가 없는 합천군에서 열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제 6회 여름바다축제를 준비한 이옥순씨는 "합천에도 강이 있고, 바다축제라 해서 꼭 바다에서만 하라는 법이 있나"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문예진흥기금을 지원 받을 땐 독립적인 공연으로 치러지기로 되어 있던 이행사가 합천예총이 주관하는 '합천 예술제'의 부대 프로그램으로 배치돼 공연된 바 있어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경남국악협회 명의로 펴낸 '제 6회 바다축제'의 공연프로그램과, 합천예총 명의로 펴낸 '합천예술제' 공연 프로그램 속 국악 공연 레퍼토리는 그대로 일치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합천예술제 프로그램에는 '예술제 전야 축하공연-한 여름밤의 국악 한마당'이라는 제목이 달려있고, 그 주관처는 경남국악협회가 아닌 합천국악협회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두 팸플릿 속 공연 날짜와 장소 또한 똑 같다.
여름바다축제를 이미 다른 곳에서 했고, 그 공연 레퍼토리를 그대로 옮겨와 '합천 예술제' 프로그램에 넣었다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똑 같은 공연이 '여름바다축제'와 '합천예술제 전야 축하공연'이라는 두 개의 이름을 달고 동시에 벌이지게 된 것이다.
합천예총 관계자는 "경남국악협회가 합천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예술제 프로그램 속에 넣은 것뿐이지 초청료나 그 어떤 경비도 지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경남국악협회장은 누구? = 경남도는 바다축제의 취지나 사업목적만 제대로 체크했다면 의문을 가졌을 법도 한데, "서류에 이상이 없었다"라는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
그 '이상 없는 서류'는 정말 이상이 없을까?
현재 경남국악협회는 심각한 내분 사태에 직면해 있다. <본보 6월 29일자 4면 보도>
현재 '임시총회결의 무효청구소송' 본안판결을 앞두고 있고,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져 공석이 된 경남국악협회 직무대행 자리를 놓고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경남도는 경남국악협회 이사회에서 경남국악협회가 이옥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게 되었다는 공문을 접수한 바 있고, 교부금 신청서에 찍힌 '경남국악협회장' 직인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임시총회결의 무효청구소송' 본안판결의 경남국악협회 재판 당사자는 조현석 직무대행으로 되어 있다. '이옥순 체제냐 조현석 체제냐'가 아직 판가름 나지 않은채 내부적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경남도는 공문과 서류만 믿고 기금을 지원하게 된 셈이 되었다.
이때문에 '서류만 잘 꾸미면 예산은 쉽게 탄다'는 기형적인 예술계 풍토를 경남도 문화행정이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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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국악협 내분 '갈수록 태산' | 회원 제명·인준 취소·직무대행 놓고 공방, 고소 난무 수년간 기금관련 잡음 방관한 경남도 안일함도 한 몫 | |
| |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이하 무대지원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이가 무대지원사업 지원이 결정된 단체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의혹의 진원지인 한국국악협회 경남도지회(이하 경남국악협회)가 심각한 내분 사태를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자 4면 보도>
특히 이번 내분사태로 말미암아 회원 제명과 인준 취소를 둘러싼 공방이 난무하고 있고 회원 상호간 고소·고발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경남국악협회가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복마전의 배후에는 무대지원사업을 포함한 각종 문화예술 육성기금을 선점하려는 특정인들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기금 선점 의도'를 배제하고 투명하게 지원 심사를 해야 할 경남도 역시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 생산없이 관행적이고 안일한 기금 심사를 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의혹 제기자 제명 처리 = 지난 9일 마산에서 열린 경남국악협회 이사회에서 김모 씨는 경남국악협회 전 회장 심모 씨로부터 '무대지원 사업비를 통과시켜 줬으니 1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받았다고 폭로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심 씨는 사실무근을 주장했고 이 사안은 진실 공방으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남국악협회 진해지부장직을 맡고 있던 폭로자 김 씨는 경남국악협회 이사회에서 진해지부장 인준이 취소됐고, 지난 26일 진해지부 총회에서는 회원 자격을 상실 당했다. 진해지부장 인준 취소 사유는 '학력 허위 기재'였고, 회원 자격 상실은 한국국악협회 지회(지부) 설치 및 운영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고 경남국악협회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자신을 인준 취소한 경남국악협회 이사회는 회의 성립 조건을 갖추지 못한 허위 이사회라는 점 △경선없이 단독으로 출마해 지부장으로 당선됐는데 '학력 허위 기재'가 인준 취소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점 등을 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임시총회결의 무효청구소송' 본안판결을 앞두고 있는 경남국악협회는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일과 10일 잇따라 열린 경남국악협회 이사회에서는 경남국악협회 직무대행자인 조현석 수석부회장이 인준 취소됐다. 이 때문에 조 직무대행자 역시 김 씨와 마찬가지로 "이사회 요건을 갖추지 못한 허위 이사회"였음을 주장하며 자신의 인준 취소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 직무대행자는 "그 이사회의 배후에 심(의혹 대상자) 씨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직무대행 놓고 공방전 = 경남국악협회 조현석 수석부회장이 지난 9일과 10일 열린 이사회를 '허위 이사회'라고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무대행자인 자신이 이사회를 소집하지도 않았고, 경남국악협회 지회장 직인도 없이 이사회가 열렸다는 데 있다. 조 수석부회장은 "내가 파지도 않은 '한국국악협회 경남지회 부지회장'이라는 정체 불명의 직인이 찍힌 공문으로 어떻게 공식적인 이사회가 성립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남국악협회 이원오 사무국장은 "조 씨가 6월 7일까지는 법원에서 판결한 대로 직무대행자로서의 자격이 있었다. 하지만 조 씨는 국악협회 이력서에 학력을 허위 기재했고 이에 대해 한국국악협회에서 조 씨가 경남국악협회 직무대행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확인서를 발송해왔다. 그래서 9일과 10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조 씨는 그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자격이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무국장은 "법원의 판결은 있었지만 본회(국악협회)의 운영규정이 엄연히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 씨는 현재 새로 선임된 경남국악협회 직무대행자 이옥순 씨와 이원오 사무국장을 상대로 '명의 도용과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을 이유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국악협회만의 문제인가 = 취재 과정에서 "수십년 넘게 지속된 폐악", "울며 겨자먹기로 이끌려 왔다"는 등의 자조섞인 한숨과 함께 급기야 "상납 안하면 (기금이) '나가리' 된다"라는 충격적인 증언도 수집할 수 있었다. 이들 증언은 각종 문화예술육성 기금과 각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문화행사에서 지원하는 예산과 관련된 것들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예산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는 일부 문화예술인의 상식 이하의 접근법도 문제지만, '상식 이하의 접근법'을 제어할 만한 마땅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한 채 수년간 기금과 관련한 잡음이 되풀이 되도록 방관한 경남도의 안일함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가 마련해 놓은 무대지원사업 작품선정 심사위원 기준을 보면 '도단위 단체장은 대표성을 감안해 위촉'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도는 지난해 무대 지원사업 심사위원으로 직무정지가처분신청 소송 중에 있던 심 씨를 위촉하는 무리수를 서슴없이 두게 된 것이다.
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도단위 단체장'이라는 애매한 문구도 문제지만 그 '도단위 단체장'의 대표성을 감안한다면서도, 또다른 기금 심사에는 임의대로 '도단위 단체장'이 제외되는 경우가 있어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 국악협회뿐 아니라 여타의 문화예술단체에서 매년 제기되고 있는 '기금 잡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도내 예총의 한 관계자는 "일관성 없이 나눠주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도의 예산 운용과 그 예산을 예술적 성취도와는 관계없이 서로 차지하려는 비양심적인 예술인들이 공모해 만들어 낸 지역예술계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자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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