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제도 개혁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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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농지제도 댓글 0건 조회 735회 작성일 07-08-10 09:09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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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은 농사짓는 사람이 농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 우리 농업을 지배해온 이데올로기다.
지주의 가혹한 수탈에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줌으로써 농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농업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에도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우리 헌법은 경자유전을 농지제도의 기본원칙으로 선언하고 있다.
농지법은 그 헌법정신에 따라 농지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골자는 두가지다. 하나는 비농민의 농지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농지의 전용을 엄격히 금지하는 것이다.
두가지 규제를 합치면 ‘농지는 농민만 소유하고, 농민은 농사만 지어라.’는 말이 된다.
2005년 농지법 개정으로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경자유전의 헌법 정신에 따라 본질적인 내용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경자유전이 지향하는 가치는 소중하다.
소유집중을 완화시키는 경제개혁이며, 부의 고른 분배를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도 여러 산업 가운데 하나이며, 산업인 이상 주변 여건이 달라지면 거기에 적응해 가야 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과거의 농업은 ‘수지 맞는 산업’은 아니라 해도 최소한 ‘보호 받는 산업’이었다.
손해가 나더라도 정부가 보전해 줄 테니 걱정 말고 열심히 농사를 지어라고 했던 것이다.
정부의 농업 보호가 전제됐기에 ‘농지는 농민만 소유하고, 농민은 농사만 지어라.’는 정책이 가능했다.
그러나 전제가 달라지면 얘기는 정반대로 바뀌게 된다.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에서 농업은 ‘수지 맞추기 힘든 산업’일 뿐 아니라 ‘보호 못받는 산업’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손해가 나도 정부가 보전해 줄 수 없게 됐다. 그래도 ‘농지는 농민만 소유하고, 농민은 농사만 지어라.’고 할 수 있을까.
경자유전의 원칙이 지금도 농민의 이익과 합치된다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이 아니라면 농민을 농지에 붙들어 매는 것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따라서 경자유전의 원칙에 기반한 현행 농지제도는 대폭 개혁돼야 한다.
농지제도의 개혁은 농업의 존속 기반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농업이 ‘보호 못받는 산업’으로 변했지만 농업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누가 농지를 가져야 하는가.
그 답은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농업경영인들이다. 그들에게 농지를 몰아 주어야 한다.
몰아주려면 내놓아야 한다.FTA 시대는 농업도 글로벌 경쟁에 참여하게 됨을 의미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농지의 고른 소유보다는 집중과 선택이 유리하다. 농업도 규모의 경제를 추구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규모화를 통해 대농을 키워야 한다.
새로운 농지제도는 단순한 ‘경자유전’이 아니라 ‘유능한 경자유전’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잠재력을 기대할 수 없는 농민에게는 퇴로를 열어 주어야 한다.
소유제한을 완화해 농지를 제값에 팔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특히 농지 전용을 폭넓게 허용해 농민이 자기 땅에서 도시의 선진자본·기술과 결합해 비농업 분야에서 소득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농지투기가 일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장치를 강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지제도가 FTA 시대에 맞게 시급히 개혁되기를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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