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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에 없습니다", "관례가 없습니다", "예산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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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무원유행어 댓글 0건 조회 1,838회 작성일 07-07-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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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무대 기금' 심사 관행을 깨라
문화계 썩은 부위 곪아 터져...경남도·문화계 자성하는 계기로
newsdaybox_top.gif 2007년 07월 04일 (수) 이수경 부장 btn_sendmail.gifsglee@idomin.com newsdaybox_dn.gif
   
 
"규정에 없습니다", "관례가 없습니다", "예산이 없습니다". 이 말들은 공무원들이 늘 입에 달고 다니는 유행어 비슷한 말이다.

바꾸어서 이렇게도 표현한다. "규정에 그렇게 되어 있어서", "관례적으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예산 편성이 적어서".

공무원의 입장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은 잘 해야 본전이다. 새로운 일에 의욕을 보였다가 잘못 되는 경우 돌아오는 것은 감사와 징계뿐이라는 인식이 공무원들 사이에 팽배하다. 흔히들 일컫는, 무사안일주의, 적당주의, 복지부동, 보신주의 등이다.

그래서 요즘 경남도를 비롯한 전국 자치단체들이 무능·태만 공무원 퇴출을 감행하게 된 것일 게다. 덕분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가 다소 쇄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가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태의연함이 그대로 묵인된 채 흘러가는 곳이 문화계다.

수년 전부터 불거진 경남국악협회의 내홍이 갈수록 복마전 양상을 띠면서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경남도의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 심사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졌기에 국악협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계 전반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발단은 경남도에서 지원하는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이가 무대지원사업 지원이 결정된 단체를 상대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일면서부터다. 의혹의 진원지는 바로 경남국악협회다. 지난 9일 마산에서 열린 경남국악협회 이사회에서 김모 씨는 경남국악협회 전 회장 심모 씨로부터 '무대지원 사업비를 통과시켜 줬으니 1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수차례 받았다고 폭로 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대해 심 씨는 사실무근을 주장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을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문화계에서는 이 일을 두고 "수십년 넘게 지속된 폐악", "울며 겨자먹기로 이끌려 왔다", "상납 안하면 (기금이) '나가리' 된다" 등의 자조 섞인 말들을 쏟아놓고 있다. 수년간 곪아 있던 부위가 이제 서서히 터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동안 경남도는 무대공연작품 제작지원사업(이하 무대지원사업)을 선정할 때 예술 분과별 경남도 지회장들을 심사위원으로 종종 위촉해 왔다. 따라서 문화계 일각에서는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여야 그나마 몇 푼이라도 무대지원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공식이 공공연한 비밀일 정도다.
분과별 경남도 지회장들의 파워가 세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경남도 지회장을 뽑을 때마다 지회장 후보의 예술적인 능력보다는 무대지원사업 기금을 (경남도로부터) 얼마나 잘 따내느냐 하는 현실적인 능력에 중점을 두고 뽑는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역으로, 지회장 후보로 나선 이들은 자신의 당선에 유리하도록 영향을 준 예술단체들에게 무대지원기금이 돌아가도록 심사를 해 주는 게 해마다 관례처럼 진행돼 왔다.

이는 경남도가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 변화를 꾀하지 않고 관행적이고 안일한 기금 심사를 해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화계에서는 해마다 무대지원사업 심사를 할 때마다 불협화음이 불거져 나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심사를 해왔다는 것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규정대로 했을 뿐", "관행적으로 도 지회장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왔다"는 경남도의 변명은 이제 그만 들었으면 한다.

경남도에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문화계부터 스스로 반성하고, 목소리만 높여 나눠먹기식으로 무대지원기금을 받으려고 하는 안일한 사고를 버리라고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경남도와 문화계 모두 일리 있는 말이다. 그래도 경남도가 먼저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원칙적으로 이끌어 간다면 지원 받으려는 문화계에서도 조금씩 변화하지 않을까 싶다. 문화관광부에서 직접 지원받는 도내 예술단체의 얘기를 들어보면, 문광부에서 직접 도내 문화현장에 실사를 나와서 꼼꼼히 체크하고 내년 심사에 반영하기 때문에 지원 받는 단체도 지원받지 않은 단체도 달리 군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남국악협회의 복마전이 어떤 결말을 맺을 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남도가 무대지원사업 심사를 실력 위주로 내실있게 하는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문화계(특히 분과별 경남도 지회장들)도 자성해 진정 문화를 향유하고픈 사람들을 위한 값진 문화예술을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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