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 오늘접속 : 790
  • 전체접속 : 10,073,075

메인메뉴

본문컨텐츠

나도 한마디Home>참여마당>나도 한마디

6월의 글

페이지 정보

작성자 시 읽는 정치인 댓글 0건 조회 970회 작성일 07-05-31 09:28

본문

(6월의 글)


시 읽는 정치인이 보고싶다.


성 기 조

(시인.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옛날에는 벼슬을 하려면 문학공부를 해야 되었다. 만약 문학공부를 게을리 한다면 과거에 참여하여 글을 써낼 수 없었기 때문에 문학은 곧 출세의 지름길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름난 옛날 벼슬아치들은 詩文시문을 짓고 반드시 문집을 냈다. 문집은 그 사람의 얼굴이며 마음이었다. 문집을 읽어보면 그 사람의 일생을 통한 삶이 여실하게 드러나 있었기에 후세 사람들은 그런 책을 중요시했고 소중하게 여겼다.

과거에 급제해서 벼슬길에 오르면 자신이 처리한 일이나 명승고적을 구경한 감회를 글로 써 남겼고 깊이 있는 사상과 철학적 담론까지 기록으로 남겨 놓았기 때문에 한 사람의 일생을 문집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과거에 급제하면 당상관으로 출세하는 길이 보장되기 때문에 정승도 되고 판서도 된다. 처음 시작은 권력이 그리 크지 않지만 세월이 갈수록 승차를 거듭하여 높은 관직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정치인의 반열에 들어선다. 높은 관직을 얻으면 백성을 다스리고 백성의 師表사표가 되며 임금을 보좌하여 나라를 이끌어 간다. 때문에 모든 근심과 걱정은 백성을 위해서 하게 된다.

높은 관직에 있던 사람의 문집을 보면 백성을 위하여 걱정하고 근심하는 일이 소상하게 나타나 있다. 이러한 글이 곧 문학이 되었다. 스스로 프런티어라 부르고 미국을 새롭게 이끌어 나가려던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고 취임식에서 멋진 축시 낭송을 한 것은 그 때에는 충격이었다. 옛날에는 계관시인이 있어서 왕의 업적을 찬양하고 왕실의 안녕을 위하여 노래했지만 그런 전통이 끊긴 상태이었기에 정치인이 시를 읽고 시를 통한 상상력을 동원한다는 것은 드문 일로서 당시 케네디의 취임식은 문화대통령으로서 추앙받기에 충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 취임 때 축시를 낭송한 일이 있는데, 그렇게 취임한 대통령이 문화정책을 망친 것은 커다란 넌센스에 해당된다. 남의 나라가 하니까 멋진 이벤트를 벌여 국민의 눈을 현혹하려고 한 것이 분명했다.

시는 과학과 마찬가지로 상상력을 모태로 해서 발전해 왔다. 어려운 일을 쉽게 풀고, 고통을 행복으로 바꾸는게 정치라면 시를 읽는 대통령, 시를 아는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 고통을 이겨내는 일이나 어려운 일을 쉽게 푸는 정치도 상상을 통해야만 이루어내기 쉽다. 상상은 자유롭고 거침없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최고의 영감을 발휘하게 만든다.

중국의 국무총리 원자바오(溫家寶)가 20년이 지난 점퍼를 입고 오래된 구두를 수선해서 신는다고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 만큼 국민을 사랑하여 절약한다는 뜻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시를 읽고 평소에 말할 때도 문학성이 짙은 담론으로 상대방을 놀라게 한다. 2006년 9월, 유럽 순방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할 때, 영국의 ‘더 타임스’ 기자의 “잠들기 전 무슨 책을 읽고 어떤 문제로 종종 잠 못 이루는가”란 질문에 그는 屈原굴원의 한 시를 읊어 대답했다 “긴 한숨 쉬며 남몰래 우는 건, 고생하는 민생이 애처로워(長太息以掩涕兮 哀嘆百姓生活的艱難)? 굡箚?離騷이소의 한 구절로 대꾸했다.

우리나라의 총리나 유명한 정치인에게 만약 이런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했을까? 원자바오 총리는 “유명한 시와 저작물을 인용하는 것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책을 읽으면서 무슨 문제로 고민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시를 읽고, 백성의 고통을 생각하는 국무총리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어 청나라의 화가 겸 시인이었던 鄭板橋정판교의 시도 읊었다.

“관저에 누워 대나무 소리를 듣자니, 백성들의 아파하는 소리 같네(衙齋臥聽肅肅竹 疑是民間疾苦聲)”는 백성의 근심 걱정까지, 아니 병고에 시달리는 소리 까지 듣고 있다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적절했던 것 같다. 문학은 감동을 준다. 시는 더한 감동을 준다.

우리나라도 총리를 지낸 사람들이 열명 가깝게 있다. 그들은 때때로 모임에 참석해서 축사나 격려사를 하는 때가 있다. 그런데도 이런 멋진 말 한마디 들어 보지 못했다. 경제와 무역, 삶이 어려워진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또 몇 명의 전직 총리들은 평양에 가서 정치적 술수를 부리기 위하여 딴 짓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긴 한숨 쉬며 남몰래 우는 건 고생하는 민생이 애처로워’가 아니라 자신의 영달과 입신 때문이라면 시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시는 몰라도 대통령이 되고 총리도 된다. 바로 정신과 문화적 견해가 부실해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겠지만 시를 읽는 정치인이 많았으면 각박한 사회가 조금은 유연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127LEGr1iZtjsN_lTq.h-g00

 
[이 게시물은 전체관리자님에 의해 2007-10-10 06:57:26 나도한마디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하단카피라이터

경상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 주소 (51154) 경남 창원시 의창구 중앙대로 300 (사림동 1) / 대표전화 055.211.2580~3 / 팩스 055.211.2589 / 메일 ako2582@korea.kr
Copyright(c)경상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