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는 돌고 싶다…누가 그것을 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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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차 댓글 0건 조회 1,086회 작성일 07-04-26 13:37본문
한 방송사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은 지난해 12월 이런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풍력 발전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이 방송은 많은 시민에게 풍력 발전의 문제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그러나 과연 풍력 발전은 미래 에너지로서 자격이 없는 문제투성이일까? 18일 찾은 대관령 강원풍력발전단지는 다른 답을 보여줬다. "풍차가 돌지, 왜 안 돌아?" "답답하다. 언론이 풍력 발전을 흠집 내는 것처럼 화력 발전, 원자력 발전의 문제점을 보도했다면 이미 한국은 뒤집어졌을 거다. 재생 가능 에너지나 한국 사회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기자들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풍력 발전의 문제점을 왜곡ㆍ과장해서 알리고 있으니…." 강원풍력발전(주) 박대문 대표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언론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았다. 어지간히 언론 탓에 고생을 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강원도 평창군 삼양목장(600만 평), 한일목장(400만 평)에 설치된 2㎿ 풍력 발전기 49기(98㎿)로 전기를 생산해 지난해 9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49기 전체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지는 반년이 조금 넘은 셈이다. 강원풍력발전단지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상업 풍력 발전을 시작한 곳이다. 앞서 2005년 3월 경상북도 영덕군의 영덕풍력발전단지(1만6500㎾ 풍력 발전기 24기)가 상업 풍력 발전을 시작했지만, 규모 면에서는 강원풍력발전단지가 두 배나 더 크다. 실제로 대관령을 따라 설치된 49기의 풍력 발전기는 장관이었다.
이 49기의 풍력 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연간 2억4440만㎾h, 약 5만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대관령 인근 강릉이 10만 가구 정도 되니 강원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기로도 강릉의 전기 수요량의 절반을 충족할 수 있는 셈이다. 대관령에는 강원풍력발전단지에서 운영하는 49기 외에도 강원도에서 운영하는 4기(660㎾)가 따로 있다.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연 270억 매출 과연 이런 계획이 충족될 수 있을까? 대관령은 국내외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은, 국내에서 바람의 질이 좋은 곳이다(평균 풍속 7.5m/s). 지난 2005년 12월부터 1년간 14기를 가동해본 결과 연간 가동률은 96%, 이용률은 28.4%였다. 즉 거의 1년 내내 대다수 풍력 발전기가 고장 없이 블레이드(바람개비)가 가동했고, 그 중에서 28.4%가 전기를 생산해 냈다는 것.
박대문 대표는 "이 정도면 애초 목표했던 연간 전기 생산량(2억4440만㎾h)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판매해서 강원풍력발전(주)이 얻는 매출은 연간 260억 원이다. 순수하게 전기를 판매한 금액만으로도 투자비용 1600억 원을 늦어도 10년 안에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본격화할 탄소 거래도 새로운 수익원이다.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주식처럼 사고파는 제도를 제안했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이 많은 기업이 CO₂를 저감하는 강원풍력발전과 같은 기업에게 돈을 지불하고 CO₂배출권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원풍력발전단지는 연간 15만t의 탄소를 저감한다. 박 대표는 "현재 CO₂ 1t당 10달러(약 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이 가격은 변동이 있겠지만 지금 시세대로 따져보면 연간 13억5000만 원의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면 강원풍력발전단지의 존재는 더욱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박대문 사장은 "풍력 발전기의 수명은 통상 20년이라고 보면 10년 동안 가동해서 투자비용을 회수하면 나머지 10년은 온전한 이익이 된다"며 "초기 투자비용 1600억 원 중에서 일본 자본이 800억 원을 투자했는데, 그들이 돈을 벌 전망이 없었다면 선뜻 그렇게 큰돈을 내놓았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풍력 발전까지 외국 자본에 넘어가 그러나 대관령에 49기의 풍력 발전기를 놓는 과정은 국내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싹을 틔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는 영덕풍력발전단지, 강원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시공사, 시행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심층 면접을 했다. 그 결과를 보면, 우선 인ㆍ허가 문제가 쉽지 않았다. 풍력 발전 사업을 하기 위해 온갖 부처로부터 받는 인ㆍ허가는 무려 20가지나 된다. 이렇게 인ㆍ허가 과정이 복잡하다보니 강원풍력발전단지는 준공까지 6년이나 걸렸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인ㆍ허가 과정이 복잡하다보니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 자본이 참여를 꺼리는 것"이라고 증언했다. 두 번째 문제는 재원을 마련하는 어려움이다. 영덕풍력발전의 경우 675억 원의 초기 투자비용의 70% 정도를 해외에서 빌려왔다. 처음 국내의 산업은행, 하나은행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결국 떨어져 나간 탓이다. 강원풍력발전 역시 일본 자본이 초기 투자비용 1600억 원 중 800억 원을 담당했다. 박대문 사장은 "풍력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는 국민이 낸 돈으로 더 비싸게 사주고 있다"며 "그런데 이렇게 생긴 수익의 상당액(연 17%)이 고스란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가계 대출은 늘리면서도 이런 알토란같은 사업은 외면해 온 게 국내 은행의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볼트, 너트까지 수입…국산화 시급하다
태양광 산업과 마찬가지로 풍력 산업의 육성이 안 돼 있는 것도 문제다. 장주영 민주노동당 에너지 담당 연구원은 "언론에서 '돌지 않는 풍차'라고 문제점을 꼬집으면서도 정작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답은 보도하지 않는다"며 "바로 풍력 발전기를 국산화하면 누가 비싼 돈 들여 설치한 풍력 발전기를 놀리겠느냐"고 지적했다. 강원풍력발전단지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는 덴마크의 베스타스가 제조한 제품이다. 강원풍력발전은 96% 가동률을 달성하기 위해 아예 베스타스와 직원을 대관령 강원풍력발전 사무실에 상주시키는 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일상적으로 풍력 발전기를 점검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즉시 해결한다. 또 풍력 발전기의 핵심 부품 2기 분량을 여분으로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강원풍력발전 기술 담당 김형규 주임은 "이렇게 준비를 했는데도 국산화가 안 돼 있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볼트, 너트만 교체하는 수준의 수리를, 굳이 덴마크에서 볼트, 너트를 가져와야 한다며 풍력 발전기를 세워 놓는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형규 주임은 "베스타스와 같은 기업은 중국 시장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며 "강원풍력발전에 파견 나온 베스타스 직원도 중국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풍력 산업을 육성해 풍력 발전기를 국산화하면 한국의 풍력 발전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중국 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돌지 않는 풍차, 누가 만드나 '돌지 않는 풍차'의 주범은 따로 있다. 강원풍력발전단지의 인근에 있는 강원도가 운영하는 4기의 풍력 발전기에서 블레이드가 돌지 않을 때가 많아 언론의 질타를 받곤 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에서 1~2기를 전시용으로 설치해 놓고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풍력 발전기가 가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국민의 세금으로 풍력 발전기를 설치해 놓고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세금도 낭비하고, 미래 에너지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까지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풍차가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 공무원이 문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18일 49기의 풍력 발전기는 정기 점검 중인 2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제대로 가동되고 있었다. 김형규 주임은 "풍속이 25m/s 이상 되면 정지하기 때문에 아주 센 바람이 부는 겨울보다는 오히려 풍속 15m/s 정도의 황사가 부는 봄에 훨씬 전기를 많이 생산한다"며 "풍속 15m/s가 되면 각 풍력 발전기는 순간 전기 생산 최대치 2㎿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은 풍속이 시원치 않은지 가동 중인 47기 가운데 5~10기만 순간적으로 2㎿ 가까운 전기를 생산할 뿐이었다. 바람의 질이 가장 좋은 방향으로 자동으로 360° 회전하는 블레이드의 방향도 제각각이었다. 김 주임은 "이렇게 블레이드가 제각각인 날은 바람의 질이 좋지 않은 날"이라고 설명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가며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 발전기의 모습이 꼭 한국의 풍력 산업의 현실처럼 보였다.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역에서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는 한국 풍력 산업의 부흥의 시기는 영원히 오지 않는 걸까? 풍력 에너지의 미래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에 싸인 대관령과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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