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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京釜) 운하’로 관광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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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하 댓글 0건 조회 1,413회 작성일 07-04-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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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京釜) 운하’로 관광 하자고?
관광선 위해 운하만들자는 사람은 정신감정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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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교수, sdlee5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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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씨의 ‘경부 운하’ 구상에 대해 이런저런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조선 동아 등 주요 신문은 아직 침묵하고 있으나 그것도 시간문제라 할 것이다. 내륙 운하은 역사의 유물(遺物)임은 너무나 분명한 것이다.

1992년에 준공된 마인-도나우 운하는 ‘바벨 탑 이후의 가장 무식한 토목공사’임이 분명해 졌고, 이런 사정을 알아챈 프랑스 정부는 라인-론느 운하 계획을 1997년에 포기해 버렸다. 미국 오대호와 허드슨 강을 잇는 에리 운하도 화물운송 기능을 오래 전에 상실해 버렸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니까 이제는 운하를 파서 관광용으로 사용하면 된다는 괴상한 주장이 제기되는 것 같다. 심지어 베네치아가 운하를 파서 관광명소가 되지 않았냐는 황당한 이야기마저 나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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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라니 ?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지대가 원래는 해양 습지였다. 9세기 경부터 이곳에 정착한 상인들이 도시를 건설했고, 12세기 경에 베네치아 공국(公國)이 세워져서 부근 습지에 출몰하던 해적 떼를 소탕하고 해양 도시국가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습지에 건물을 세우기 위해 도랑을 파서 흙을 퍼 올리는 ‘dredge and fill’ 작업을 해야 만 했다. 자연히 습지가 땅과 도랑으로 바뀌었고, 도랑이 점차 커지자 제법 큰 배가 다니는 운하가 된 것이다. 큰 배가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물 아래 흙을 퍼서 지반을 다지는데 사용하는 작업을 수백 년 동안 해 온 결과 오늘날의 베네치아가 탄생한 것이다.

베네치아 상인들은 9세기에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부터 복음(福音) 사가(史家)인 마르코 사도(司徒)의 유해를 탈취해서 베네치아로 갖고 왔다. 그들은 마르코 사도의 유해를 안치하고 그 위에 성당을 건설했으니 그것이 산 마르코 성당이다. 베네치아 사람들은 마르코 사도를 도시의 ‘수호(守護) 성인(聖人)’으로 삼았으며, 그 후 개축을 거듭한 산 마르코 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의 하나가 되었다.

오늘날 산 마르코 성당으로 가는 그랜드 캐널 주변에는 예술적 건축물이 들어차서 캐널의 경치는 기가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베네치아는 인류가 물 위에 건설한 기념비적인 도시이며, 그런 탓에 주택가격이 비싸고, 호텔 음식 비용 모두가 만만치 않아 관광비용도 비싼 곳이다. 그럼에도 베네치아는 인간이 생애에 한번은 방문해야 할 도시로 뽑히는 것이다.

베네치아의 가장 큰 운하인 그랜드 캐널 한쪽에 자리잡은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을 구경하는 것도 베네치아를 방문하는 사람이면 꼭 해야 하는 일이다. 고색 창연한 도시에 초현대 미술 콜렉션이 자리 잡고 있는 데 대해 사람들은 묘한 패러독스를 느끼게 되며, 전통과 도덕률을 헌신짝처럼 던져 버리고 뜨겁게 살다간 페기 구겐하임의 체취를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서서히 갈아 앉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산 마르코 성당이 있는 광장은 만조(滿潮)만 되면 바닷물에 잠겨서 성당 안에도 물이 흥건히 고인다.

베네치아의 운하는 바다 물길이기 때문에 말이 운하이지 이명박씨가 구상하는 ‘경부 운하’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다. ‘경부 운하’를 파면 경상북도 산골마을이 베네치아 같은 관광명소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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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린스 운하

2005년 가을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망가진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주(州)의 뉴올린스에도 일찍이 운하가 건설되었다. 미시시피 강과 북쪽의 폰차트레인 호수를 잇기 위함이다. 1831년-1838년 간 미국에 이민 온 인부들을 저임금으로 동원해서 건설한 뉴올린스 운하는 비극적 역사를 안고 있다. 운하 건설 중 황열병 등 기후병으로 인부 8천 명 내지 2만 명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1923년에 보다 현대적인 산업운하(Industrial Canal)가 건설되어 원래 운하는 용도를 상실하고 말았고, 옛 운하는 1950년까지 대부분 매립되었다. 1950년에는 폰차트레인 고속도로가 준공됨에 따라 운하를 통해 바지로 나르는 물동량은 많이 줄어들었다.

큰 허리케인이 올 때마다 산업운하의 제방이 군데군데 훼손되더니, 2005년 가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산업운하와 배수(排水) 운하(drainage canal:항해용 운하가 아니라 저지대 물을 펌프로 배수해서 호수로 배출하는 수로)의 제방 여러 곳이 동시에 붕괴되어 도시가 물 속에 잠기고 말았다. 뉴올린스가 물에 잠긴 직접적 원인은 운하 제방의 붕괴인 것이다.

뉴올린스 외에도 남부 루이지애나는 작은 운하가 많다. 이 지역은 늪지가 많고 그 사이에 ‘바이유’라고 부르는 작은 하천이 많은데, 여기에 정착한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살면서 물고기와 크로피쉬를 잡고, 또 악어를 잡아 수공품을 만들어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보트가 다닐 수 있도록 바이유를 확장하거나 서로 잇는 경우가 많아 졌는데, 이런 곳을 무슨무슨 운하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운하는 ‘경부 운하’ 같이 멀쩡한 땅을 가르고 갑문을 세워 배를 올리고 내리는 황당한 시설이 아니다.

작은 모터 보트, 그리고 뒤에 큰 프로펠러가 달린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면서 물고기를 잡는 정도의 수상 활동이 있을 뿐이다. 오늘날 남부 루이지애나는 해수면 상승과 지반침하(地盤沈下)로 인해 바다 속으로 땅이 갈아 앉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관광운하

운하관광이 가장 성행하는 나라가 아마 영국일 것이다. 영국은 작은 하천이 많은데, 18세기에 내륙의 석탄을 맨체스타 항구로 나르기 위해 브리지워터 운하를 건설한 후에 곳곳에 운하가 세워졌다. 런던을 관통하는 테임스 강에도 작은 선박을 대기 위한 부두와 작은 운하가 여러 곳에 세워졌다.

그러나 영국의 운하는 길이도 짧고 갑문이 거의 없거나, 갑문이 있더라도 수위 차이가 얼마 안되는 소규모이다. 말하자면 작은 하천이 이어진 모습인 것이다. 영국은 연중 강수량이 고르고, 하천에 수량이 풍부하며, 높은 산이 없어서 개울을 운하로 잇기가 용이한 것이다.

영국에는 스위스와 달리 높은 산과 넓은 호수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전원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에 운하 관광보트를 타면서 목가풍(牧歌風)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영국의 전원을 여행해 본 사람이면 그런 목가풍 분위기를 느껴보았을 것이다.

‘경부운하’에서 관광을 한다 ?

관광선을 띄우기 위해 운하를 만들자고 하는 사람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 그런 관광운하를 건설하려면 자기 돈을 들여서 해야 한다. 무엇보다 도대체 관광할 거리가 있는 지 의심스럽다.

경부 운하와 노선이 거의 같은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주위 경치가 너무 단조로워서 하품만 하게 된다. 도무지 볼거리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버스로 두시간 달리는 것도 무료한데, 어떤 사람이 많은 돈을 내고 관광유람선을 타고 며칠씩 걸려서 갑문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산골 구경을 할 것인가 ? 경상북도 내륙에 산 마르코 성당이 있나,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나 ? 한나라당은 ‘경부 운하’와 함께 휩쓸려 없어질 신세인 것 같다.

(인터넷신문의 선두주자 뉴스타운 Newstown / 메디팜뉴스 Medipharmnews)

2007-04-26 오전 9: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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