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과 수돗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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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공교육과 수돗물 댓글 0건 조회 776회 작성일 07-03-30 09:09본문
집에서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서울시 고위 공무원이 몇명이나 될까 하는 게 한때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수돗물 홍보에 맞춰 “수돗물 안심하고 마셔도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서울시 고위 공무원들이 정말로 집에서 수돗물을 그냥 마실까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부 언론의 조사결과, 집에서 정수기 등을 사용하지 않고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고위 공무원이 거의 없어 ‘겉 다르고 속 다른 공직자들’이라는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자, 이제 이런 조사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입만 열면 공교육 활성화를 부르짖는 교육부 관리들 중 자녀를 학원에 안 보내고 학교에만 보내는 ‘소신 학교파, 배짱파’가 몇명이나 되나하는 조사를 할 경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공교육 성공에 목을 맨(그들의 표현대로라면) 교육부라는 특성상 대부분의 관리가 학원을 기피하고 학교 교육에만 의존할까.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면 교육부 관리들의 표정은 어떻게 변할까.
좋게 얘기해 보자. 자식에게 무엇이든 더 잘해주고 싶은 부모의 애틋한 마음은 교육부 관리라고 해서 예외일 수가 없다. 오죽했으면 이해찬 전 총리도 교육부 수장이었던 시절 자녀의 과외 문제로 곤혹을 치렀을까.
최고의 지성으로 간주되는 서울대 총장이 자녀 과외문제로 총장직을 그만둔 경우도 있었다.
그야말로 학원 전성시대다. 예전에는 주택가 인근에 교회가 다방보다 많아 밤이 되면 빨간 십자가로 물든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학원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밤 10시나 11시, 또는 12시까지 주택가를 휩쓰는 것은 학원수업을 끝내고 귀가하는 학생들과 이들을 태운 승용차·버스들이다.
총 주식수에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이 1조원 넘는 학원기업이 생기는가 하면, 분당의 한 초·중학교생 영어학원은 학생수 1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분당의 초·중학교 학생수가 얼마이기에 1만명의 학생이 한 학원의 동창생일까.
학생들이 학원으로 몰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얼마전 한 친구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이에게 ‘학원 가서 배워라’는 식으로 말하는 교사가 많다”고. 학생들은 선행학습 등으로 이미 학교 교육의 수준을 넘어 내닫고 있는데도 학교는 ‘평등 매너리즘’에 안주하고 있다.
공부에도 다 시기가 있고 학생들간 선의의 경쟁이 존재하는 법이거늘, 학교는 잘해도 못해도 늘 똑같은 학교일 뿐이다. 오히려 모두가 잘하는 학교는 내신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으니 몇명만 잘하게 해 대학입시 실속을 차리는 학교도 있다니 어처구니없다.
그런데도 교육당국는 학원교습시간 단속이라는 지엽적인 과제에 얽매인 채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원에 대한 단속이 오히려 부모의 마음을 옥죄며 시름과 부담만 깊게 할 뿐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학교는 학교대로 학생들에 대한 과도한 학습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이유로 본연의 직무를 유기하는 모습마저 보인다. 부모들 마음은 자녀들에게 학습 부담을 더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는데도 말이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해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학교가 학원을 이기면 된다. 어떡하면 될까. 학교간 경쟁체제와 교원에 대한 엄정한 평가제를 서둘러 도입하는 것만이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게 하는 방법이다.
모두를 낮춰서 평준화시키면서 공교육을 살린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생이든, 교사든 정당한 경쟁체제하에서만 발전할 수 있다. 경쟁이 없으면 향상도 없다.
교육당국은 무조건 수돗물(공교육)만 마시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잘 정수된 물로 만들어 흔쾌히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교육과도 과감한 경쟁이 필요하다. 그래야 교육이 산다.
[[최범 / 편집국 부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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