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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정치인 덕목(논어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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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논어 댓글 0건 조회 897회 작성일 07-03-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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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과 (논어속의) 정치인 덕목

                     - 한양대 이인호교수 글 -

1. <논어> 속의 정치


 전에 신문에 난 기사인데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전국 9개 도시의 30세 이상의 성인 남녀 1000여명을 대상으로 직업별 부패정도를 조사한 결과 교사를 '다소 부패'로 대답했답니다. 교사라고 했으니 교수도 들어가는 것 아닌가요? 선생이란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가장 청렴.... 이렇게 나타나야 하는데 '다소 부패'라니요.. 일반인 생각에 이렇다니 할 말이 없네요.


이런 와중에서도 다소 안심이 되는 것은 교사 위로 판사, 판사 위로 검사, 검사 위로 변호사, 변호사 위로 대기업 사장, 대기업 사장 위로 경찰 공무원, 경찰 공무원 위로 세무 공무원, 세무 공무원 위로 재벌 총수가 있어요.. 재벌 총수가 부패 그룹의 수위를 달리고 있다는데 그런데 더욱 웃기는 것은 재벌 총수 보다 더 부패한, 말하자면 한국에서 제일 부패한 직업군이 뭐로 되어 있는지 아세요? 정치인이네요.. 정치인이 한국인 성인들의 눈에 가장 부패한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예요. (동아일보 관련 기사)


아니, 정치인이라면 우리 국민이 뽑아서 우리를 위해 일하라고 일을 맡긴 일종의 대리인인데 이런 대리인이 가장 부패했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군요. 하긴 이건 우리 나라 문제만은 아닌 듯합니다. 어느 나라나 정치인들이 부패했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니까요. 도대체 정치인들이 가장 부패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정치인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부패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논어> 속의 정치 이야기를 해볼까요? 공자와 그 일당들은 정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으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무릇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들의 생각이 오늘날에도 적용될까요? 적용이 된다면 과연 어떤 점이 적용되고, 적용이 안된다면 적용이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


옛날이나 지금이나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할 것입니다. 또한 약소 국가는 항상 강대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먹고 살아가기가 피곤하지요. 지금 대만을 보세요. 중국의 등살에 국제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서 너무 너무 고전하고 있지 않은가요. 경제적으로야 막강하면서도 군사적으로 열세이기 때문에 힘들어 합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서 자공이란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어요. 다음을 보실까요?


자공이 물길.."선생님, 정치를 할 때 가장 신경써야 할 게 무엇인가요?" 공자가 답하길.."경제를 살리고, 국방을 튼튼히 하고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얻고.. 이렇게 하는 것이 정치의 요점이니라." 자공.."부득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위 3가지 중에 어느 하나를 희생해야 한다면 어떤 항목을 먼저 희생해야 합니까?" 공자.."그럼, 국방을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 자공이 또 묻길.."또 부득이 하여 어쩔수 없어서 또 한가지를 희생해야 한다면요?" 공자.."그럼, 경제를 희생해야 하겠지. 내가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 줄 아느냐? 사람이란 한번 태어나면 죽는 것... 국방력이고 경제고 서로 맘을 합쳐 죽자사자하면 얼마든지 해결될 수 있지만.. 그러나 일단 국민들이 정부를 믿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는 것이야." (안연편 / 원문)

위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러네요.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를 살리자고 야단이죠? 국방 관념이 해이해져서 안되겠다고 그러고.. 그런데 공자의 이야기대로라면 그건 둘째 셋째 문제라고 하는군요.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회복하는 것이 최고 급선무라고 하네요. 믿을 수 없는 정부를 위해 국민들이 무슨 할 일이 없다고 경제를 회생시키고 국가를 보위하기 위해  목숨을 바칩니까?


위 이야기를 하다보니 또 싱가폴 생각이 납니다. 싱가폴은 말레이시아 반도의 옹색한 불모지 땅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전세계에서 경쟁력이 가장 높다고 하잖아요. 게다가 국가 행정의 효율면에서도 전세계 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얼마전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주주간이란 주간지에 특집이 났는데, 싱가폴 전체를 지혜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전가구를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한다네요. 싱가폴이 이렇게 발전한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러나 그곳의 공무원이 청렴하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났습니다. 한국 종합상사들이 싱가폴에서 가장 골탕 먹는 게 무슨 사업을 하려면 규정대로 곧이 곧대로 하려는 공무원들 때문에 구어삶을 수가 없다는 것이래요. 국민들은 공무원을 거의 100% 믿고 사는 모양이죠? 그러나 싱가폴 공무원들의 급여수준이 대기업체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점도 이 자리에서 반드시 거론하긴 해야겠습니다.


3. 눈 앞의 이익에 연연해서야


마지막으로 정치하는 사람들은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현혹되지 말고 멀리 보는 그런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공자는 강조했습니다. 관련 대목을 보실까요?


자하(子夏)가 노나라 지방관리가 되었는데, 아마 정치를 잘 해보려고 결심했는지 공자에게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이에 공자가 대답하길.."무슨 일이든지 급히 이루려고 하지 말고, 조그만 이익에 눈이 어두어서는 안된다. 웬지 아니? 무슨 일이든 급히 이루려고 하면 실패하기 쉽고, 눈 앞의 작은 이익에 급급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란다." (자로편 / 원문)

이것 참 좋은 이야기군요. 특히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교육 공무원들은 심사숙고해야 할 대목이예요.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는데, 국가의 운명은 사실상 인재 양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예요. 이렇게 중요한 교육의 문제를 교육부 장관 바뀌면 따라 바뀌어서는 너무도 한심한 것입니다. 지금 학부제라는 것도 대학의 자율에 맡겨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거 안하면 교육부에서 사립대학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해서 하였다면 문제가 아닌가요? 돈으로 을러대면 나중에 돈이 없으면 아무도 말을 듣지 않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지요.


눈 앞의 이익, 당장의 이익에 연연해 하지 말라.. 그러면 큰 일을 이룰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게 있는데, 그건 여러분들이 이 귀한 젊은 시절에 무슨 아르바이트 한다고 그렇게 푼돈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공부를 하고 실력을 닦기 위해 밤잠을 안자고 해도 모자랄 시간에 아르바이트는 무슨 개나발 아르바이트에 귀한 시간 다 보내요? 정말 집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이 생활비 벌어야 한다면 모르겠거니와 그렇지 않다면 제발 아르바이트 하지 마세요. 1시간에 2천원입니까 3천원입니까? 그렇게 힘들게 벌어서 그렇게 젊은 날의 고귀한 시간을 투자해서 몇 푼을 벌어서 뭐에 쓸려구요? 책을 샀습니까? 컴퓨터를 장만했나요? 학원이라도 등록했습니까? 그렇다면 내가 할 말이 없지만 그런게 아니라 여름방학 때 바캉스 비용 댈려고? 여자 친구, 남자 친구와 데이트 비용 만들려고? 겨울 방학 때 유럽 배낭여행 가려고? 없는 돈에 왜들 그렇게 밖으로 나가려고 해요? 그 시간에 실력 닦으면 나중에 얼마든지 나갈 기회가 생깁니다. 유흥비요? 그 시간에 실력을 닦아요, 나중에 사회생활 하게 되면 매일 먹는 게 술이예요, 술 때문에 몸이 망가질 정도로 마시게 되요. 지금 이 귀한 학생 시절에는 그런 거에 한눈 팔 때가 아니예요.


4.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정치가는 솔선수범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이 나라에 결식 아동을 없게 하고, 소년 소녀 가장을 서럽지 않게 해주고... 어려운 계층에게 희망과 비전을 줄까...이를 위해 어떠한 법적 제도를 정비하고 힘을 쓸까.. 이런 일에 노심초사하며 밤잠을 못잔다고 할 때 어느 여유에 똥배가 나와요? 선거철에만 잠바 입고 왔다 갔다 하면 다인가요? 장사해서 돈 벌면 금빼지 다는 게 성공한 인생의 순서인가요? 기업 하려면 열심히 기업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려고는 아니하고 무슨 금빼지 달겠다고 줄서고.. 아나운서 하다가 얼굴 좀 알려지면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입성하는 것이 무슨 정해진 코스인가요? 매스컴에 몸 담았으면 어려운 이웃과 부당하게 핍박당한 사람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데는 어두운 친구들이 웬 정치가의 길을 걸으려고 해? 이찬진이 이 친구, 내가 돈 내고 정품 꼬박 꼬박 사주었더니만, 라면 먹으며 벤처 기업할 당시의 헝그리 정신은 어디 가고 정치가의 헛꿈을 꾸다가 마이크로소프트에 빌빌대고 솔선수범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예 정 치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요.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내 말이 아니라 <논어>의 이야기를 확대 발휘한 것입니다.


(2) 정치가는 정직해야 한다.


클린턴부터가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니 그 이하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치는 예술이라는 소리가 있는데 그건 좋게 말한 것이지요. 예술은 1+1=2가 아니거든요.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는 말도 종종 들리는데 이것도 좋게 말한 것이지요. 법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 편한 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은 정직과 진실을 원해요. 그러나 진실을 알게 되면 국민들이 놀래서 심장병 환자들이 급증할테니까 그런가요? 여러분들, 지금 여기를 클릭하여 2500년전 맹자의 이야기를 잠시 보시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어떠한 추태가 벌어지는지. 그것도 2500년 전에.. 지금이라고 변했을 거라 생각치 않습니다.

 

(3)  정치는 국민의 신뢰가 생명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부는 이미 끝난 것이죠. 이런 정부가 주로 행사하는 수단이 정보정치와 공포정치입니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여러분의 형님들이 몸으로 겪었던 것이예요. 우리는 믿고 의지하고 존경할 수 있는 정치가가 국정을 수행하는 그런 시절을 애타게 기다리는 것입니다.

지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던 한국의 정치인들. 그들은 최소한 <논어>는 좀 읽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다른 것은 다 놔두고라도 정치 문제 하나만으로도 <논어>의 이야기는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도덕성 하나만 갖추면 다 인가?

그럼, 여기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이런 문제도 한번 생각하고 넘어가지요. 공자는 통치자의 도덕성을 강조했습니다. 통치자가 도덕적으로 훌륭하면 정치는 잘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 황제는 도덕적으로 아주 훌륭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아들, 그 아들의 아들도 아버지같이 도덕적으로 훌륭하리라는 보장이 어디 있어요? 그러면 아들, 아들의 아들이 황제가 되었을 때 정치가 엉망이 되는 것은 그것도 그런 국민의 팔짜란 말입니까? 내 생각에, 공자의 정치 이야기는 아주 좋아요, 그러나 그것도 운에 맡겨야 하는 그런 불확실성이 있는 것이에요. 이것이 최대 약점입니다.


또 한편, 가부장적인 관념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면, 아버지가 집안을 꾸려가는 방식으로 국가를 경영하는 것은 이론으로야 쉽지만 실제로는 너무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일단 국민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경제활동이 복잡다단해지고 이에 따라 생기는 이런 저런 문제들은 그에 상응하는 법률과 제도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단지 도덕과 윤리만을 강조하게 되면 중국의 한나라 말기처럼 찬란했던 대제국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입니다.


도덕은 좋은 것입니다. 그것은 바탕이자 기본이예요. 이러한 바탕과 기본 위에 법률과 제도가 완비되어야 정치는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논어>의 정치 이야기를 마치며 결론은, 정치가(政治家)는 개인적으로는 도덕성이 갖추어져야 하고, 그러한 바탕을 갖춘 정치가들이 시대에 맞는 법률과 제도를 가능한한 순차적으로 완비해나갈 때 정치는 제대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아무리 좋은 법률과 제도라 할지라도 바탕이 못된 사람이 운용하면 헛돌아갑니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법률과 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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