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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예술 강국이 21세기 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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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초예술 댓글 0건 조회 1,876회 작성일 07-03-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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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예술 강국이 21세기 강국이다
[조선일보 2007-03-06 03:07]    go_newspaper.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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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사회교육·학교교육·가정교육이 기초예술을 살린다 獨, 매달 4만원에 악기레슨… 美, 4살부터 미술 감상훈련
21세기 각 국가들의 총체적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 요소로 전문가들은 ‘문화’를 꼽는다. 그러나 문화 산업의 생산과 소비 현장이 다변화·첨단화할수록 더욱 절감하게 되는 것은 기초 예술의 중요성이다. 패션, 디자인, 온·오프 게임, 스토리 뱅크, 출판, 미디어, 공연, 애니메이션, 영화, IT산업에 이르기까지 한 나라를 먹여 살릴 문화 산업의 부가 가치는 궁극적으로 그 나라가 갈고 닦아 축적해온 ‘기초 예술’에 젖줄을 대고 있다. 기초 예술은 21세기 문화 강국(强國)의 필요 조건인 동시에 충분 조건이다. 음악과 미술, 연극과 문학을 통해 길러진 예술적 감성과 인문학적 상상력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는 문화 산업의 원류이자 저수지다.
조선일보는 지난 연말 특별 취재팀을 구성하고, 2006년 12월부터 최근까지 9개국 14개 도시를 답파하며 세계 각국이 자국(自國)의 기초 예술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벌이고 있는지 취재했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지,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 사회와 지역 공동체는 어떤 관심을 보이는지, 기업은 어떻게 후원하는지 4가지 주제에 따라 세계 각국의 기초 예술 진흥 정책을 살펴본다.
독일 서남부 소도시 튀빙겐에 사는 의사 크리스티네 예글레 씨는 매주 화요일 오후 8시 튀빙겐 음악학교에 간다. 그녀는 평일엔 의사, 주말엔 단원 150명을 거느린 튀빙겐 바흐 합창단 단장이다. 매주 한차례 음악학교 연습실에서 합창단 정기 연습을 이끈다. 에글레 씨의 둘째 딸 에파(9)도 매주 한번씩 같은 학교에 나와 오보에를 배운다.

◆음악 강국 독일의 기초체력을 다진 풀뿌리 교육기관, ‘무직술레’

독일의 ‘무직술레(음악학교·Musikschule)’는 1920년대부터 독일 곳곳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무직술레’ 포스터에는 “어린이·청소년·성인 100만 명을 가르치는 1000개의 무직술레”라는 문구와 함께, 도시 대신 콩나물 모양 음표가 꽉 찬 독일 지도가 찍혀있다.


 
튀빙겐 인구는 8만 명. 그러나 튀빙겐 음악학교에 등록한 사람은 1500명이 넘는다. 한 달에 30~100유로(4~12만원)만 내면, 악기 개인 레슨을 포함해 다양한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프, 바이올린, 첼로같은 고가(高價) 악기를 집에 빌려갈 수도 있다. 이 학교 한스페터 괴케 교장은 “무직술레는 학교교육으로는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음악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라며 “돈이 없어서 악기를 못 배웠다는 사람이 없게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튀빙겐이 속한, 인구 1000만 명 규모의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州)에는 비슷한 학교가 214개 더 있다. 19만명이 거기서 교육을 받는다. 학교 운영비 60%는 수강료로, 나머지는 지자체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괴케 교장은 “주민 모두를 음악 연주자와 감상자로 만들어, 음악 강국의 저변을 다지는 교육 방식”이라고 말했다.

◆무용의 문턱을 낮추고, 장르간 경계를 허무는 영국 ‘라반 센터’

영국 런던의 라반 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무보법(舞譜法) ‘라바노테이션’으로 이름 높은 무용 학교다. 이곳을 졸업한 무용사회학자 헬렌 토마스씨는 “무용은 어휘력과 같아 다양한 춤을 직접 춰봐야 감상욕도 생긴다”며 “무용 교육도 영재 중심에서 벗어나 공동체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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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반 센터는 입문 코스부터 엘리트 무용수, 교육자, 안무가, 어린이와 주부 무용 클래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발레 따로, 현대무용 따로’ 같은 이분법은 여기 존재하지 않는다. 발레와 거리의 비보이 춤, 살사와 필라테스가 수평적으로 공존하며 학생들은 거리낌없이 그 움직임들을 빨아들인다. 여름학교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무용을 한꺼번에 가르치고, 어린이 무용교실에서는 아이들에게 “창의적으로 움직이라”고 강조한다. 2005년 시작된 ‘픽업 더 페이스(Pick up the pace)’도 좋은 예다. 이 클래스는 8~11세, 12~15세, 16~22세의 남성만을 대상으로 매주 한번씩 현대무용과 힙합 등을 가르친다. “무용계에 존재하는 성(性) 불균형을 깨는 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발레 ‘백조의 호수’를 댄스 뮤지컬로 바꾸며 남성 백조들을 등장시킨 안무가 매튜 본도 라반 센터가 배출한 인재다.

◆청소년 25만명에게 방과후 음악교육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

40여년 전, 베네수엘라에는 오케스트라가 딱 두 개 있었다. 단원은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이 열악한 사정을 바꿨다. 그는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를 만들었다. 첫 리허설에는 딱 7명이 모였다. 지금 베네수엘라에는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200개 넘게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 25만 명이 방과 후 하루 평균 4시간씩 오케스트라 연습에 나와 음악 교육을 받고, 음악 교사 1만5000명이 이들을 가르친다.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26)도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는 “마약이나 폭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친구들을 구원해준 건 음악이었다”고 했다. 두다멜은 올해 스웨덴 예테보리 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하면서, 세계 음악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전·현직 음악 감독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사이먼 래틀은 “21세기 음악계의 미래는 베네수엘라를 보면 알 수 있다”고 격찬했다.

◆4살짜리 미술 팬을 양성하는 뉴욕 현대미술관

매주 토·일요일 아침 10시 뉴욕 현대미술관 안내 데스크 앞에는 가족 관객 20~40여 명이 줄을 선다. 4살 어린이와 그 부모를 대상으로 한 ‘네 살짜리를 위한 미술(Art for Four)’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미술을 전공한 교육 요원이 참가자를 20명 미만의 소그룹으로 나눈 다음, 1시간 동안 전시실 3~4곳을 돌며 어린이 눈 높이에 맞춘 그림 설명을 해준다. 물론 무료다. 미술관 자원봉사자 2~3명이 따라다니며, 길을 잃는 아이나 뒤쳐지는 가족이 없도록 돕는다. 이 프로그램은 포드 자동차가 4~14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만든 미술 교육 프로그램 6개 중 하나다. “4살짜리가 현대미술에 대해 배우면 얼마나 배운다고!”하고 타박할 일이 아니다. “4살부터 미술관에 드나들며 작품을 실제로 봐야, 어른이 돼서도 미술 팬이 된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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