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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님들. 제발 부탁이니 머리 좀 밀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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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국회의원님 댓글 0건 조회 1,137회 작성일 07-02-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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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님들. 제발 부탁이니 머리 좀 밀지 마세요
웃기는 소리 좀 하겠네. 국회 의사당에서 누가 물었다네.

“삭발한 경험 있는 의원님들 손들어 보세요.”

놀랍게도 모두 손을 들더라는거야. 알고 보니 어릴 때 머리 깎은 경험까지 포함시켰다는데 하여간에 이제는 국회의원들 삭발하는 모습은 별것도 아닌 심심치 않게 보는 광경이네.

지난 2월 26일 TV를 보는데 누군가 세 명이 머리를 깎더군. 웬 이발소 풍경이 나오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네.

삭발한 사람들 얼굴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까 국회의원이야. 몽땅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드란 말일세.

김충환 이군현 신상진, 이렇게 세 사람인데 도대체 저 사람들이 왜 머리를 깎았을까. 오뉴월 복중도 아닌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시원하라고 깎았을까. 혹은 ‘율 부리너’ 같은 배우가 멋있어 보여서일까. 아니면 삭발을 하면 ‘머리숫’이 많아진다는 속설을 믿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권태 때문이었을까.

권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상의 <권태>라는 단편을 읽어보면 시골 소년이 너무너무 심심해서 고추를 꺼내 쉬이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설마 국회의원이 심심하다고 머리를 홀딱 밀지야 않겠지. 안 그런가.

지금 자네한테 이런 객담을 늘어놓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아파 온다네. 국회의원이 머리 깎는데 왜 마음이 아프냐고 묻겠지. 당연한 질문이네. 얼마나 절박했으면 삭발을 했겠나.

그런데 이 사람들이 머리를 깎은 이유가 뭔지 아나. 사학법 재개정을 관철하기 위한 삭발이라네.

조선 말 단발령이 내려졌을 때 상투 자르는 것을 반대해서 머리를 깎느니 차라리 목을 자르라고 했다는데 이젠 국회의원까지 툭하면 머리를 깎으니 머리 깎는 것도 약발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네.

얼마 전에는 자기 지역구의 반도체 공장이 다른 곳에 이전을 한다고 이규택이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머리를 깎았네. 비장하게 눈물까지 흘리더군. 한나라당이 삭발당인가.

자네 유식하니까 알겠군.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몸의 머리카락도 부모님께 받은 것이니 잘 보존하라는 뜻이 아니겠나.

요즘이야 머리칼은 고사하고 귓구멍도 뚫고 콧구멍도 뚫고 배꼽도 뚫고 턱도 깎아내고 그야말로 몸통을 마구 뜯어 고치니 머리 정도 깎는 것은 ‘새 발의 피’ 라고 해야 하나 애교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적어도 국회의원 쯤 된 사람이 대중 앞에서 삭발을 할 때는 처절하고 긴박한 사정이 있을 법한데 그게 사학법 재개정이라니 좀 헷갈리는 기분이네.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 과연 교육발전을 위해서인가. 사람들은 대선전략의 일환으로 사학재단의 환심 사기라는 데 맞나 틀리나.

그러나 저러나 김충환 이군현 신상진 세 사람은 한나라당의 확고부동한 결의를 몸으로 실천하기 위해 삭발까지 했으니 그들의 애당심이야 말로 대단한 게 아닐 수 없네.

기왕에 애당심을 발휘할 바에야 삭발정도가 아니라 좀 더 충격적인 모범을 보여 줬으면 어땠을까 생각을 해 봤는데 우리가 고교시절에 손창섭 선생의 <혈서>란 단편을 읽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지.

특히 “모가지를 뎅겅 잘라 혈서를 쓸까”라는 대목에선 전율까지 느꼈지. 위에 세 분 의원에게 꼭 그렇게 하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에 결의를 보이려면 카메라도 돌아가고 있었겠다 손가락 정도는 잘라 혈서는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이 드네.

그들 세 분 의원들의 살신성인은 모든 당원의 귀감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역사에 영원히 남을 기념비적 사건임으로 영원무궁토록 기념을 해야 되고 그러기 위해 당사 마당에 동상이라도 세워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떠신가.

그러나 여보게. 도대체 왜들 이러나. 국회의사당이 각설이 난장판인가. 주먹다짐이야 감정이 폭발해서 하는 인간의 한계라 그렇다 치고 심심하면 귀여운 처자식과 따뜻한 안 방 놔두고 의사당 바닥에 이부자리 깔고 외박을 하니 집에서 쫓겨나지 않는 게 이상할 지경이네.

입만 열면 신성하다고 강조하는 의사당 안에서 시정잡배들의 상소리가 난무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많이 받고 각종 특혜 다 누리면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각종 법안은 낮잠을 자고 기껏 하는 일이 머리 깎는 일이란 말인가.

요즘 정치가 아무리 이미지로 한다지만 너무들 한다고 생각되는군. 민생 챙긴다고 지방에 돌아다니면서 시장에서 과일 몇 개 생선 몇 마리 사고, 포장마차에서 어묵 몇 개 집어먹고 무슨 민생을 챙긴단 말인가.

설사 이미지를 위해 카메라 화면에 보이고 싶다면 단 하루만이라도 땀 뻘뻘 흘리는 서민들과 함께 진짜 노동을 해보라는 것일세.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서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감을 찾는지 살펴보고 그들과 함께 해장국이라도 먹으며 얘기를 들어보라는 것일세.

비록 기자들과 카메라가 따라다니지 않는다 해도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입소문이 널리 퍼져 하지 말래도 국민들이 좋은 정치인으로 존경을 할 것일세.

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머리를 골백번 깎으면 뭘 하나. 국민들은 그들의 위선을 꿰뚫고 있다네. 국민을 하늘이라고 하는 의미는 바로 하늘을 속일 수 없다는 이치와 똑같은 것이 아니겠나.

이제 정치도 순리로 했으면 좋겠네. 제발 억지 좀 부리지 말았으면 하네. 법을 만드는 것도 국민의 행복을 기준으로 해야지 이익집단의 이해가 법을 만드는 잣대가 된다면 국민은 누구를 믿고 산단 말인가.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고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보면 어쩌다가 저런 인간을 뽑아 속을 썩이나 하고 그야말로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을 때가 있다네.

사학법이라는 것도 종교계를 비롯한 사학집단의 반발이 무서워서 한 나라 당이 죽어라 하고 목을 매고 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당당하게 처리를 해야지. 주고받고 식으로 법을 통과시키면 정의는 어디서 찾고 국회는 뭐 하러 존재한단 말인가. 머리만 깎으면 장땡인가.

제대로 정신 박힌 사람이라면 카메라에 찍힐까 숨어서 다닐 판인데 이건 오히려 “나 지금 머리 깎으니 구경하시오”하는 식으로 광고를 하니 국회의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는 것도 당연하네.

국회에 들어가기 전에는 그래도 괜찮다고 평가를 받던 사람들이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사람이 달라지니 국회가 사람 망가트리는 곳인지 망가진 당사자들한테 한번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네.

머리 깎은 3명중 두 사람은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육받고 박사학위까지 받았고 또 한 분은 의사협회장 까지 하신 분인데 교육받은 것과 행동이 같아야 된다는 법은 없으니 머리를 깎든지 말든지 그건 자기들 마음대로지만 보기에 좀 거시기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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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명 칼럼니스트 
그래서 사람은 걸 맞는 행동을 해야만 입 초사에 오르지 않는 것일세. 또 모르지. 머리 깎는 장면이 TV에 꽝꽝 나갔고 돌발영상을 보니 박수까지 치든 데 설마 유명인사 됐다고 우쭐하지는 않겠지.

또 심재철 의원이란 사람은 사학법과 관련해서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삭발을 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심각하게 경고를 하던데 이러다 국회가 빡빡머리 풍년이 들지 않을까 생각되는군.

이제 제발 당부 하건데 사람들 보는 데 머리 미는 것 같은 행동은 하지 말았으면 하네. 그래도 국회의원이라면 존경을 받는 대상들이어야 하는데 툭하면 머리를 깎으니 자라나는 애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이 돼서 하는 소리네.

그럼 이제 나도 슬슬 머리나 깎아 볼까. 그런데 이유가 뭐지. 한 가지 이유는 찾았네. 국회의원들은 함부로 머리 깎지 말라고 항의 삭발을 하겠다는 것인데 어디 그 의원들이 내 말 듣겠나. 그래서 삭발 그만두기로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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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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