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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할아버지’들 송파구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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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호랑이 할아버지’ 댓글 0건 조회 937회 작성일 07-01-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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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애들에게 … 공원의 취객에게… “이놈들~” 호통 “동네 질서와 情 회복하자” 585명 활동 빈 병 모아 불우 청소년 장학금 기탁도
주름진 구릿빛 얼굴, 덥수룩한 수염, ‘이놈들~’로 시작하던 공포의 목소리. 20년전쯤만 해도 ‘호랑이 할아버지’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는 동네는 거의 없었다. 정말 있고없고를 떠나 말 안 듣는 개구쟁이들에겐 이름만으로도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서울이 아파트 숲으로 바뀌면서 추억 속으로 사라져간 이름이지만, 송파구에서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8시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 훼밀리아파트. 호랑이 얼굴이 그려진 모자와 점퍼를 입은 ‘대장’ 오성근(81) 할아버지와 정창교(79) 할아버지, 박영애(75)할머니 ‘3인조’의 순찰이 시작됐다. 45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돌며 길바닥에 흩뿌려진 전단들부터 주워 모았다.

“겨울이라 일이 없는 편이야. 여름엔 애들 담배 못 피게 하고, 공원에서 술 취해 잠든 사람들 내보내고 하다 보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지.” 오 할아버지는 “처음엔 왜 고생을 사서 하냐며 자식들이 말렸는데 지금은 다들 자랑스러워한다”며 웃었다.

송파구가 ‘골목 호랑이 할아버지’라는 공식명칭으로 추억을 ‘부활’시킨 것은 2000년 7월. 지역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을 찾아 드리고, 동네 질서와 사라져가는 정(情)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 4시간(오전 8~10시·오후 3~5시)씩 일하시도록 하고 하루 활동수당 8000원씩 드렸다. 영하 3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은 활동을 중단하게 했지만, 추운 날이 드문 올해는 쉴 날이 거의 없었다.

25개 동에서 585명이 활동하고 있고, 그 중 119명이 여성이니 사실은 ‘호랑이 할아버지·할머니’라 하는 게 맞다. 문정동 훼밀리단지 ‘3인조’는 그 중 가장 열성파 어르신들로 이름 났다.

몸이 불편해진 양길종(75) 할아버지를 대신해 1년 전 새로 합류한 박영애 할머니는 “취객들을 공원에서 내보낼 때 이따금 시비가 붙곤 하지만 경찰들이 속히 달려와줘 큰 문제는 없다”며 “열심히 활동한 만큼 동네가 깨끗해진 게 보여 보람 있다”고 말했다.

훼밀리단지 호랑이 할아버지·할머니들은 다른 혁혁한 전과도 올리고 있다. 바로 ‘빈병 모으기’. 아파트 단지와 주변 공원을 샅샅이 뒤져 병이란 병은 모두 쓸어 담는다. 병 하나 팔면 40원 밖에 못 받지만, 이걸로 매년 40만~50만원을 거뜬히 만들어내니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이 실감난다. 이 돈은 연말 구청에 기탁해 어려운 청소년 장학금으로 쓴다.

어르신들은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청소년들의 ‘마을 선생님’으로도 활동하려 했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흰 칠판 걸어놓고 방학 때마다 아이들 경로당으로 불러 한자와 일본어를 가르쳤는데, 학원 간다고 하나 둘 빠져나가 결국 폐강(閉講)됐지.” 정창교 할아버지가 씁쓸하게 웃었다.

송파구는 서울에서 인구가 두번째로 많은 곳이다. 앞으로 뉴타운 사업과 잠실 재건축 사업이 속속 완료되면 급속한 고령화와 맞물려 전국에서 노인이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째 나이가 드실수록 점점 정정해지시는 것 같다”는 성부용 송파구 노인복지팀장 말에 오성근 할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이제 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쉬움 없게 속도를 더 붙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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