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연봉 1조원 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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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수학 댓글 0건 조회 1,454회 작성일 06-10-31 08:46본문
소로스를 제친 세계최고 펀드매니저 ‘제임스 사이먼스’ “금융시장의 연쇄 반응 틈새를 수학으로 포착하는게 비결이죠” 예상은 멋지게 빗나갔다. 날카롭고 세련된 용모의 젊은 월스트리트 맨 대신 등이 구부정한 노인이 앞에 나타났다. 더부룩한 턱수염을 가진 그는 도회의 날카로운 이미지 대신 소박한 시골노인을 연상시켰다.
제임스 사이먼스(James H. Simons)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Renaissance Technologies) 사장(68). 컴퓨터 벤처회사를 연상시키는 이 회사는 단기금융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헤지펀드다.
사이먼스 사장은 뉴욕 맨해튼 3번가 35층 사무실에서 직원 240명과 함께 120억 달러의 돈을 굴린다. ‘그를 정말로 만나고 싶다’고 느꼈던 계기는 지난해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의 연봉 순위에서 그가 1위에 올랐다는 발표 이후였다.
지난해 연봉은 무려 15억 달러(1조4300억원). 월가(街)뿐 아니라 전 세계 펀드매니저 중 1위다. 2004년에도 6억7000만 달러를 벌어 연봉 2위를 기록했다.
120억달러 굴리는 헤지펀드 회사 사장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는 기자와 마주 앉자마자 “영국·터키·이탈리아를 휴가차 돌고 왔다”며 먼저 말문을 연다. ‘돈 버는 비결’부터 물었다.
“첫째, 우리 시스템이 과학적 분석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과학적인 분석방법과 도구, 훌륭한 인력을 갖고 있습니다. 둘째, 매우 협력적이고 개방적인 연구 분위기를 조성해 두고 있습니다. 셋째, 모든 노력은 철저하게 보상됩니다. 수익은 한푼도 남기지 않고 모든 직원들에게 나눠주죠.”
이 정도는 다른 헤지펀드의 매니저들도 흔히 하는 말이다. 좀 허전했다. 그래서 그의 이력을 물었다. “저요? 원래 수학자였어요. 보스턴 근교에서 자라면서 3살 때부터 숫자와 도형을 갖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해요. MIT를 거쳐 UC 버클리에서 미분기하학으로 박사학위를 땄어요. 그리고 수학교수를 했지요.”
1974년에는 독특한 기하학적 측정법을 고안해 미분기하학자인 싱선 천과 함께 ‘천-사이먼스 이론’을 만들었다. 지금도 이론물리학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맨들의 상징인 ‘숫자로 구성된 세계’. 이 세계관을 사이먼스 사장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셈이다.
수학자의 인생은 1978년 월가로 방향을 바꿨다. 인생의 대전환이었다. “이론지식을 현실에 적용해보고 싶었거든요.”
1980년대 초반에 돈을 벌기 시작하자 1982년에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를 창립, 현재 120억 달러를 금융상품과 상품선물에 투자하고 있다.
그의 뛰어난 능력은 바로 높은 수익률에 있다. 대표펀드는 메달리온 펀드(Medallion Fund). 1988년 출범 이후 투자자에게 가져다 준 수익률은 연평균 38.4%. NYSE(미국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주요기업을 대표하는 S&P 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10.7%)보다 약 3배 높다.
최근 3년간에도 S&P는 연평균 11.2%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메달리온 펀드는 30.3%에 달했다. 1988~1999년 기간 중 누적수익률은 무려 2500%.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2위·1710%)도 비교가 안 된다.
66억 달러 규모의 메달리온 펀드는 240명의 직원이 지분의 96%를 보유하고 있다. 2009년까지 1000억 달러를 모아 연평균 10~15%의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상아탑에서 금융계로 옮긴 결단은 대성공이었다. ‘그 만큼 다른 영역에서 성공한 수학자는 없다’(월스트리트 저널). 고수익 비결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물어보기로 했다.
―과학적인 분석이 비결이라고 하는데, 그게 뭔가요? “우리는 주식·채권·통화·상품선물 등 모든 금융상품에 투자합니다. 부동산에는 (투자) 안 해요. 한마디로 유동성(liquidity)에만 투자하는 거죠.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 보죠. 어떤 기업의 CEO가 바뀌었어요. 그런데 그 주식이 뛰는 겁니다. 그러면 그 주식의 주가는 다른 주식에 영향을 미치죠. 다른 주식은 또 다른 주식에 영향을 미치고…. 분자간 연쇄화학반응이 일어나는 것과 같아요.
우리가 하는 일은 이 변화 과정에서 전체 움직임을 추적하는 겁니다. 통계학적으로 말하면 응집성(coherence) 추적이죠. 개별주식의 주가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그 힘을 찾아내는 겁니다.” 직원 대부분 물리학·천문학·전산학 박사 ―그런 경향을 찾아내는 것이 가능한가요? “우리 회사에는 20개국 출신의 박사학위 보유자 70명이 있습니다. 수학·물리학·천문학·전산학·통계학 등 대부분 자연과학과 공학 전공자죠(실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에 취업할 때 월가의 경력은 오히려 감점(減點) 요인이 된다. 또 금융·경제·경영학 전공자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월가에서 유명한 얘기다). 직원 채용 인터뷰 때도 금융 관련 질문은 아예 하지 않아요. 박사급 순수과학 전공자를 선호합니다. 이런 연구원들이야말로 과거의 거래 데이터에서 특이한 패턴들을, 순수과학의 방법론을 사용해 뽑아내고 검증합니다. 이어 곧바로 매매 시스템으로 연결되고, 이런 시스템들 수천 개가 모여 우리 펀드의 수익률 신화를 이루는 겁니다.”
-퀀텀 펀드 등 다른 펀드에도 인재들이 수두룩할 텐데요? “퀀텀 펀드보다 수익률이 뛰어난 이유를 대라면 뭐랄까?…, 우리 직원들의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할밖에요.” 그는 수학적 기법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첨단 금융공학을 동원한 헤지펀드라 해서 100%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수년 전 러시아 외환위기로 큰 피해를 입은 LTCM도 첨단 금융기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러시아 외환위기로 도산하면서 월스트리트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해결사로 직접 나서 ‘관치 금융’을 했다.
“LTCM과 우리는 달라요. 그쪽은 궁극적으로 어떤 목표를 상정합니다. 우리도 가격예측은 하지만 주관적이거나 선험적(a priori) 가치를 상정하지는 않아요.
세계나 시장은 끊임없이 변하고 우리는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불합리한 부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죠. 매일 심지어 매분마다 컴퓨터 모델을 돌리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죠.”
―일종의 차익거래라고도 볼 수 있나요? 사이먼스 사장은 “그렇다”고 했다. 〈주: 실제 사이먼스 사장의 금융공학기법은 통계적 차익거래(statistical arbitrage)라 한다〉 차익거래는 주식시장에서 선물(先物)과 현물(現物)의 가격차이를 이용해 위험 없이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의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에 금융비용을 가산하여 산출한 선물의 이론가격 사이에 일시적인 불일치가 발생한다.
선물가격은 이론가격보다 높을 수도 있고 낮을 수도 있다. 선물가격과 현물가격의 비교도 가능해진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선물과 현물 중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된 쪽을 매수함과 동시에 높게 평가된 쪽을 팔면 그 차익(差益)을 아무 위험 없이 얻을 수 있다.
이런 차익거래를 하려면 이론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해 낼 수 있어야 하고, 차익거래에 수반되는 거래비용도 분석해야 한다. 이 분석 노하우에 헤지펀드의 성패가 달려 있다.
차익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소액이지만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많은 이익을 내려면 한푼 두푼 모으는 거래를 제한된 시간 내에 수없이 많이 해야 한다. 신속하게 거래하기 위해 컴퓨터는 미리 입력된 거래 모델에 따라 자동적으로 움직인다. 지난 수년간 미국 주식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이러한 틈새차익을 노리는 헤지펀드는 번성했다.
사이먼스 사장은 초단타 매매를 선호한다. 기업의 장기가치에 역점을 두는 워런 버핏과는 180도 다른 방식이다. 매 순간마다 거래의 큰 흐름을 찾고 여기서 이탈하는 요소를 찾아내 재빨리 팔고 사는 방식으로 확실한 소액의 차익을 챙긴다. 계산만 정확히 하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한다. 거래는 컴퓨터가 하지만 계산에 필요한 모델은 사람이 만든다.
통계적 차익거래와 같은 금융공학의 세계에서는 주관적 요소가 중요하지 않다. 극단적으로는 정치상황도 무시된다. 사이먼스 사장은 ‘투자결정 때 정치요소를 얼마나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투자대상은 유동성(liquidity)”이라며 “우리가 외국에 공장을 갖고 있다면 정치적 변화를 걱정하겠지만 유동성에 투자하므로 정치적 변화에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세계화된 요즘 시장에서는 차익이 보이면 순식간에 국경을 넘어 자금을 물처럼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이 나서 매매 시스템이 완전 정지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자신이 아니라 아내 명의의 자선재단에 거액을 기부하면서 “나는 돈을 버는 재주가 있었고, 아내는 돈을 쓰는 재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억만장자인 사이먼스 사장도 다른 미국 부자들과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자선사업가의 길이다.
그는 “순수과학 발전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학에 자연과학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미국수학협회를 창설했다.
최근에는 뉴욕시 공립학교 수학교육 기금으로 2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5월에는 뉴욕 스토니브룩대에 25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사이먼스 사장은 “수학은 나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으며, 이번 일은 일종의 보답”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주식에도 투자한다고 해서 한국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봤다. “일본과 중국에는 여러 번 갔다 왔지만 한국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다만 한국에 인터넷이 매우 발달해 데이트레이더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나 한국의 금융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세요?
“한국·중국·인도·일본 등 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40%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요. 점점 중요해지겠죠.” ―한동안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돈을 뺀 이유는?
“글쎄…, 북한의 전쟁 위험 때문인가.” 그는 곧장 “자신 없다”며 어깨를 들어올렸다. 정치요소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주장대로 한국 정치에는 거의 무지(無知)에 가까웠다.
한국시장에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묘안을 물어보았다. 잠시 생각하더니 “한국에 투자할 때는 공매도(short selling)가 제한을 받아 어려움을 겪는다”며 “한국 정부가 이 부분을 풀어주면 외국인 투자가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미리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원래 매수자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하이리스크의 공격적 투자 방식이다.
‘조선일보 독자들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비결을 알려달라’고 부탁해 봤다. “과학자들이 모여서 과학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하는 일인데….” 답은 역시 수학적 분석뿐이라는 얘기다. 인터뷰를 끝낼 시간이다. ―벌써 68세인데 언제 은퇴하실 건가요? “글쎄, 길면 20년 뒤…. 그 이상 일하지는 않을 거예요.” ―은퇴하면 다시 학계로 복귀할 건가요? “그럴 수도 있죠. 내가 수학자인 것 알고 있죠?”
엘리베이터까지 배웅 나온 그에게 “혹시 당신 위에 회장(chairman)이 있나요”라고 묻자 “내가 전부 다 한다(I do everything)”며 빙긋이 웃었다. (단독인터뷰=김기훈 뉴욕특파원 [ khkim.chosun.com])
■ 제임스 사이먼스 1937년 (보스턴에서 제화공장 사장 아들로출생) 1958년 MIT 학사(수학 1961 UC 버클리 박사(미분기하학) ~64년 MIT·하버드대 교수(수학) 1976년 미국 수학협회의 베블렌상 수상(기하학) 1978년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업무 시작 1982년 헤지펀드 회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스 창립 2004년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 연봉 2위(6억7000만달러) 2005년 월스트리트 펀드매니저 연봉 1위(15억달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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