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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을 따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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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계천 댓글 0건 조회 1,013회 작성일 06-11-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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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로 활동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청계천을 따라 걷는 재미 가 늘었다. 복원된 청계천 6.2㎞ 구간을 여러 차례 걸으면서 곳 곳에 서린 역사와 동식물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네댓 차례 강감찬 장군이 호랑이를 무찔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 는 서울숲의 옛 이름은 동교, 뚝섬이다.

 

 50년대에는 경마장이었 으며 80년대 후반부터는 체육공원이었던 뚝섬이 서울숲이라는 이 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 서울숲에 들어서니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이 반긴다.

 

 

양심과 자율에 맡겨 책이 판매되고 있는 방문자센터 앞으로 인동 덩굴과 아이비, 넝쿨식물을 위해 설치한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그 뒤로 나무 중의 나무라 하여 규수라고 불리는 자작나무가 숲 을 이루고 있다. 영하 70도의 추위에도 수분을 최소화하여 자신 을 정갈하게 견뎌내는 자작나무의 얇은 껍질은 희고 부드러우며 윤기가 난다. 껍질과 껍질 사이에선 하얀 가루가 묻어난다.

 

야외무대를 지나 숲속의 빈터와 놀이터 샛길을 따라 생태숲으로 가는 길목엔 둥글둥글 작은 바윗돌 사이로 흐르는 정겨운 물소리 , 우리 민족의 기상과 절개와 인내, 당당함을 나타내는 소나무 향기가 싱그럽다.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걸었다. 잘 뻗은 나무로는 대들보를 얹고, 좀 굽은 나무는 서까래로 썼으며, 떨어진 솔잎으로는 밥을 짓고 또 온돌을 데웠다.

 

 

우리의 몸을 살찌우고 우리 겨레의 가슴에 훈훈한 민족정기를 지펴준, 아끼고 보호해야 할 우리 소나무다.

자유롭게 풀어놓은 꽃사슴과 다마사슴과 고라니가 뛰어노는 생태 숲, 작은 호수에 청둥오리와 원앙이 보인다. 암수의 금실이 좋기 로 이름난 원앙은 드문 텃새다. 철새와 텃새가 있고 나그네새가 있는가 하면 길잃은 새도 있으니 새들도 사람과 다름없지 싶다.

 

보행가교에 올라 35만평의 서울숲을 휘 둘러보니 장관이다. 10년 후, 또 더 많은 세월이 흐르면 얼마나 푸르고 무성해질까? 한강 변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보행가교는 강변북로 위를 가로지른다.

 

쌩쌩 달리는 문명의 수레바퀴 위에서, 직립보행 인간의 위대한 역사가 강을 따라 이어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장소다.

보행가교 오른쪽으로 응봉산정이 보이고, 정면으로는 바다 같은 강물에 부서지는 햇살과 낮달의 출렁임을 볼 수 있다. 저 멀리 관악산 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드디어 한강이다.

 

1000만 시민의 다양한 정신과 각기 다른 방향에서 흘러든 지천과 지천을 통합한 큰 흐름에도 호수 같은 잔잔함을 이룬 서울숲의 한강은, 그래서 예로부터 동호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일까?

 

동서 남북을 아우르는 드넓음과 드높음의 기상으로 온몸을 휘돌아 감 는 바람결, 물결, 새들의 날갯짓과 자맥질, 민족의 숨결을 느껴 본다. 넓어진 강물은 다시 좁은 곳으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왼쪽으로 조선시대 매 사냥터였던 응봉산정으로 올라가는 나무계 단이 구불구불 운치 있어 보인다.

 

개나리가 뒤덮어 개나리산이라 고도 부르는 응봉산 기슭에서 서울숲 사이 교각으로 이어진 강변 북로는 물길과 물길을 이어 달리는 인간의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 모든 것이 빠르게 내달리건만 교량 아래 철새들은 한가롭다.

 

각종 수초와 갈대, 작은 나무가 우거져 수중생물의 쉼터가 있어 야 할 기슭에 목재로 만들어 놓은 수중산란장이 눈에 띈다. 응봉 역을 바라보며 인도교를 건너니 서울숲의 반대편에서 걷게 된다.

 

왜가리, 흰뺨검둥오리, 원앙과 쇠오리도 보이고, 인천 앞바다의 괭이갈매기까지 합류하여 낙원을 자랑한다.

 

유속이 느릿한 하천의 하류, 물억새에 스치는 바람 소리가 동부 간선도로의 흐름을 늦추고, 작은 돌들에 부딪쳐 생겨나는 하얀 물거품조차 나른함의 미학으로 느껴질 즈음 한양대역 앞, 살곶이 에 닿게 된다.

 

살곶이라는 말은 태조 이성계의 사냥터로 이용되 면서 화살에 맞은 새가 떨어지는 곳이라 해서 생겨난 것이라 하 고, 태종 이방원이 이 곳에 진을 치고 함흥에 은거해 있던 이성계를 맞이하다가 이성계의 화살을 피한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다시 바삐 걸어 중랑천과 청계천 합수 지점에 이르니 서둘러 찾 아든 겨울 철새가 반갑다. 내려오는 물살 위로, 특수공법에 의한 공극구조로 필터 기능을 하여 수질 정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폴라카블과 어도가 설치돼 있다.

 

어도는 물오름 물고기를 위한 길이다. 서울 도심의 청계천에 어떤 물고기들이 거슬러 와 삶의 터전을 마련하게 될까? 내부순환도로 교각 아래 잠시 앉아 가을 억새에 푹 빠져 본다.

 

용답에서 청계천 문화원을 향해 걷는 길, 신답에서 마장동으로 이어진 길 위로 삼각산이 걸쳐 보인다. 굽이져 흐르는 개천의 곡 선은 부드럽고, 붉은머리오목눈이, 참새와 까치 소리에 늦가을 정취가 깊어간다. 작살나무 보랏빛 열매가 아득한 그리움을 자아 내는 계절이다.

 

징검다리를 건너며 추억의 시간을 밟아 본다. 낭창낭창 늘어진 수양버들 아래서 생각의 나래를 펼쳐든다. 쥐똥나무와 갯가의 부 들, 구절초와 들국화와 쑥꽃의 향기가 그윽하다.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겠노라고 옷에 달라붙은 도꼬마리 열매를 떼어 내어 가슴 에 붙여본다.

 

 잎이 진 아까시나무 열매를 따먹는 새, 옹벽을 타 고 올라가는 줄사철나무에 단풍이 들었다. 그 사이로 한해살이 덩 굴식물인 환삼덩굴과 박주가리도 보인다.

 

환삼덩굴은 은행나무나 뽕나무나 계수나무처럼 암수딴그루인 풀이다. 상강이 지나자 환 삼덩굴 수그루는 덩굴째 말라버렸다. 꽃가루를 날려 자신의 할 일을 마쳤기 때문이다.

 

 

청계천변 수크령 이삭에 누에섶고치처럼 많은 거미집이 눈에 띈 다. 주변 큰 나무껍질에 지어 놓은 무당거미 알집을 보면 사람과 다름없는 모정이 느껴진다.

 

 제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는 것을 보지는 못하지만, 남은 기력을 다해 행여 찾아들 천적을 방어하 며 온 몸으로 알집을 감싸 지키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자신의 먹 이를 위하여 거미줄을 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어느 땅이든 풀 없는 곳이 어디 있으며, 나무 없는 곳 이 어디 있겠는가? 신발 밑창, 옷깃, 바람, 물길 등의 다양한 방 법으로 이동을 한 씨앗들은 생명의 원천인 흙에서 움을 틔워낸다 .

 

그 생명의 원천인 물과 흙과 빛을 차단시켜 덮어버린 청계천을 다시 뜯어내니, 빛이 들고 물이 흐르고, 모래톱이 생겨나고 있 다.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날 리거나 바람이 불거나 쉽게 찾아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으니 마음 푸근하다.

 

차로 달리는 길이 아닌 흙 위에 직접 두 발로 걷는 길에서의 만남, 풀과 나무와 사람의 각기 다른 존재 가치를 인정 하면서 더불어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다름 속에서 발전해가 는 우리들도 자연의 일부라는 공통점을 인식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 사람과 환경이 더불어 행복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게시물은 전체관리자님에 의해 2007-10-10 06:42:39 나도한마디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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