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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NGO의 과제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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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GO 댓글 0건 조회 1,239회 작성일 06-10-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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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NGO의 과제와 전망

 

                                              김호기(연세대 교수, 사회학)

  지난 10여 년 간 우리사회의 커다란 변화 가운데 하나는 비정부조직(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일반적으로 NGO란 비정부 또는 비국가 조직체로서 자발성을 바탕으로 하는 비영리집단이나 결사체, 기구 또는 단체, 그리고 운동세력을 뜻한다. 이들은 1987년 6월 민주화 운동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으며, 사회적으로도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해 이른바 '제5의 정부'로 불리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4·13 총선에서 대략 1천 개가 넘는 NGO가 결합한 총선시민연대가 낙천·낙선운동을 전개해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주의의 공고화가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의 효율적인 결합을 통해 성취될 수 있는 것이라면, 참여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 NGO가 활성화되는 것은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장려되어야 할 일이다. 21세기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민주주의 모델이 국가·시장·시민사회의 생산적인 균형을 목표로 하는 한, 시민사회의 주요 행위자라 할 수 있는 NGO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NGO의 현황과 평가>

  NGO의 과제와 전망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NGO의 현황과 평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 신문사가 발행한 {민간단체총람 2000}에 따르면, 우리사회 NGO는 4,023개이며, 그 지부까지 합하면 2만 개가 넘는다. 아울러 이 NGO들은 1980년대에 21.0%, 1990년대에 56.5%가 설립되었고, 전체 NGO의 56.4%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으며, 평균 회원 수는 6,284명, 평균 상근자 수는 7.76명, 평균 예산 규모는 3억 7천만 원이고, 54.4%가 미등록단체이며 그 다음으로 사단법인 40.9%, 재단법인 7.7%, 특수법인 0.9% 순으로 되어 있다.

  이런 NGO 가운데 우리사회에서 사회적 영향력이 큰 단체로는 흔히 YMCA,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환경운동연합(환경련), 녹색연합 등이 지목된다. 이 가운데 YMCA, 참여연대, 경실련은 특정 이슈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슈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종합적  NGO'라 부를 수 있으며, 특히 1989년 합리적 대안을 표방하고 창립된 경실련과 1994년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하고 창립된 참여연대는 1990년대 NGO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다.

  한편 여연, 환경련, 녹색연합은 특정 이슈에 주목하는 '전문적 NGO'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은 환경, 여성 등 개별 문제들에 주목함으로써 이에 대한 기존의 정책을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해왔다. 이런 유형에서 주목할 것은 종합적 NGO가 소수에 한정되어 있는 반면에 대다수 NGO들은 회원 및 조직의 규모가 크지 않은 전문적 NGO라는 점이다.   

  NGO의 활동에 대해서는 그 동안 다양한 평가와 비판이 이루어져 왔다. 우선 NGO는 금융실명제 실시, 동강 살리기 운동, 소액주주운동, 그리고 낙천낙선운동에 이르기까지 공공선(公共善)을 추구하는 개혁적이고 점진적인 사회운동을 부각시켜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계몽하는 데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어 왔으며, 특히 정치권력으로부터 초연한 도덕적 상징으로 상당한 신뢰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NGO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 또한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흔히 지적되는 NGO의 대표적인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여전히 저조하고, 둘째 기층조직의 자발적인 참여보다 중앙조직 중심의 운동에 주력해 왔으며, 셋째 종합적 NGO의 경우 다양한 이슈들을 동시에 다루는 '백화점식' 운동전략을 구사해 왔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특히 직접 참여보다 언론에 의존하는 이른바 '언론플레이' 방식은 '시민 없는 시민운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로 지목되고 있다.

  <NGO의 다섯 가지 과제>

  지난 10여 년간의 이런 경험을 중간결산 해볼 때 우리 NGO들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시민사회가 국가에 대응하는 독자적인 공간이라면, NGO는 지속가능한 대안적 사회발전을 위한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그 동안 우리사회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고 또 행사하고 있는 국가 중심의 발전국가론과 시장 중심의 신자유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 중심의 민주적 발전모델과 정책 개발은 현재 매우 중대한 과제이다. 금융실명제에서 소액주주운동에 이르기까지 몇몇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NGO가 시민사회에 확고히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실현가능한 거시적 발전모델과 미시적 정책대안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데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정자립은 현재 NGO가 직면한 최대 현안이다. NGO의 기본 성격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반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다면 단체의 운영 및 사업이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회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재 NGO의 재정은 매우 취약한데, 전체 NGO의 절반 정도가 1억 이하의 예산으로 단체를 운영하고, 1천만 원 이하의 재정으로 운영되는 NGO도 20.1%에 달한다. 이런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회원 확보를 통해 회비와 후원회비를 꾸준히 늘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시민사회 자체의 독자적인 재단을 설립해 NGO를 지원하는 것이다. 최근 설립된 '아름다운 재단'은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이 재단은 소수보다는 다수 시민의 소액 기부를 바탕으로 공익적 활동을 벌이는 NGO를 재정지원하고 있다.

  셋째, NGO들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네트워크 조직방식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이런 전략은 급속히 개인주의화되어 가는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대응해 사회적 연대와 평등한 의사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으며, 이기주의·가족주의·정치적 무관심에 빠져 있는 시민들을 공적 토론과 행동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것은 정보사회의 도래에 따른 '사이버 공공영역'의 등장이라 할 수 있는데, 사이버 공공영역을 주요 무대로 하는 정보시민운동은 다양한 안티사이트나 소비자운동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몇 년간 크게 증가해 왔다. 인터넷 사용이 폭증하는 것에 비례해서 온라인을 통한 운동전략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의 문제는 향후 NGO 활동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의 하나이다.

  넷째, NGO들은 세계화에 대응해 좀더 다양한 국제 연대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오늘날 정보화와 한 쌍을 이루는 세계화의 본질 가운데 하나는 초국적 자본의 세계화이며, 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NGO의 세계화가 매우 중대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인권 및 환경 등과 같은 전지구적 이슈에 대한 NGO의 적극적인 국제연대도 시급한 과제의 하나로, 국제사면위원회나 그린피스와 같은 국제 NGO와의 더욱 유기적인 연대 활동이 요청되고 있다. 이 점에서 NGO는 국제연대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적, 사회적 자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이런 연대 활동에 일반 시민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NGO는 국가 및 시장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는 국가·시장·시민사회가 생산적인 비판과 균형을 이루었을 때 더욱 확장되고 심화되어 왔다. 그런데 우리 근대화 과정에서는 국가에 의한 시장과 시민사회의 통제가 중요한 발전논리로 정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시장에 의한 시민사회의 침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발전논리들은 단기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가져다 줄 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 공고화를 지체시키고 우리의 삶을 황폐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NGO는 참여민주주의 실천에 기반한 시민사회의 활력을 회복, 국가·시장·시민사회간의 생산적인 비판과 협력 관계를 창출함으로써 민주적 발전모델을 정착하는 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NGO의 전망>

  한국 NGO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던 서구사회 NGO의 미래에 대해서는 현재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현대사회의 다원성과 복합성의 증대가 돌이킬 수 없는 경향이라면 NGO가 일시적으로 정체된다 하더라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반면에 비관론자들은 현재사회가 급속히 '20 대 80 사회'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중간계급의 급진주의'로서 NGO의 영역은 점차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전자의 시각에서 NGO가 '참여민주주의의 전사(戰士)'라면, 후자의 시각에서는 '신자유주의의 하위 파트너'라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NGO는 서구적 상황과는 상이한, 민주주의 이행과 공고화라는 사회적 맥락에서 성장해 왔으며, 단기간에 성장한 만큼 내외부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거시적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사회의 NGO도 서구사회와 유사한 경향, 국가와 시장에 대한 '비판'에서 '비판과 협력'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며, 최근에는 그러한 분기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NGO를 활성화시켜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민주주의 공고화는 무엇보다 성숙한 시민사회 위에서 가능하며, 둘째 NGO는 국가 다음으로 중요한 사회적 약자들의 거처이기 때문이다. NGO를 통해 한편에서 국가와 시장에 맞서는 시민사회를 재정치화하고 다른 한편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 민주주의의 공고화는 보다 빠른 시간 안에 성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시물은 전체관리자님에 의해 2007-10-10 06:41:23 나도한마디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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