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불합격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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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죽음보다 불합격이 더 두렵다 댓글 0건 조회 1,011회 작성일 06-10-19 10:28본문
죽음보다 불합격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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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6-10-18 23: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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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청년실업 100만시대의 그늘 … <上> 내 이름은 ‘忍턴’ 40만넘는 인턴중 극소수만 합격 과로·스트레스로 사망까지… “물건 팔라, 시중 들라” 다 감수
[조선일보 송혜진기자, 박수찬기자, 김진기자]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 요즘 대학가에선 ‘취업 5종 세트’란 말이 떠돈다. 아르바이트, 자격증, 공모전, 봉사활동 그리고 인턴 경력이 있어야 이력서를 내밀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중에서도 인턴제도는 구직자들 사이에선 ‘취업필수코스’가 됐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기업들이 낸 인턴채용 공고는 3만4992건에 이른다. 인턴 채용시 평균적으로 10~20명을 뽑고, 대기업의 경우 몇 백명씩 뽑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에만 최소 40여만명, 많게는 100만명이 인턴사원으로 근무하고 있거나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턴제도는 또 다른 경쟁과 평가의 시작이다. 극심한 경쟁 속에 야근과 과제를 견뎌내지 못하는 이들은 중도 탈락한다. 일부 기업에선 인턴들이 근무 도중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죽음까지 부른 과로와 경쟁
지난 7월 12일 장안동 소재 중견건설사인 K기업에서 2개월째 인턴으로 근무하던 서모(29)씨가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밤 회사의 자재과와 총무과, 비서실 선배 3명과 술자리를 가진 후 돌연사한 것이다. 회사 선배들은 “왜 죽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고 했지만, 가족들의 주장은 달랐다. 서씨의 어머니(53)는 “11일 오후 아들이 ‘몸이 안 좋아 오늘은 일찍 들어가겠다. 내일 병원에 가겠다’란 문자메시지도 보냈다”고 말했다. 사건을 담당한 동대문경찰서는 2개월이 지나서야 서씨가 술자리에서 몸이 안 좋다며 술 마시길 거부하자 총무과 성모(28)씨가 주먹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혀냈다. 함께 있던 선배들은 실신한 서씨를 인근 모텔로 옮겼다. 인턴인 서씨는 다음날 시신으로 발견됐고, 정규직원 선배 성씨는 지난 9월 구속됐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이 재수사 중이다.
K기업은 3개월을 인턴으로 일하면 정직원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가족들은 “아들은 3개월만 참으면 정식사원이 될 수 있단 말에, 거의 매일 야근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를 견뎌냈다. 그런 아이를 회사가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비슷한 시기에 P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했던 인턴사원 문모(28)씨도 야근 도중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16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세 차례의 면접과 2박3일의 합숙평가를 거쳐 인턴으로 합격한 지 17일 만의 일이었다. 2004년에 이 회사 인턴으로 일했던 김모(28)씨는 “전체 인턴 중 극소수만 합격한다는 말에, 모두들 거의 야근을 자청하곤 했다”며 “스트레스가 심해 소화불량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동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미션 임파서블도 감수
모 휴대폰 회사는 인턴사원에게 ‘휴대폰 200대 판매’ 같은 과제를 주고, 실적에 따라 정직원으로 채용했다. 2003년 11월 이 회사 1기 인턴으로 일했던 김모(여·26)씨는 “판매 목표량 200개를 채운 사람만 채용한다고 했다”며 “계약기간이 끝나기도 전인 12월 말에 중간 평가가 안 좋은 사람들을 그만두게 했다”고 말했다. 300여명의 인턴 중 20여명만 정식사원 자격증을 거머쥐었다고 했다.
작년 한 투자증권회사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일한 이모(25)씨는 “회사 투자상품 50개를 두 달 안에 파는 것이 미션이었는데, 결국 못 채웠다”며 “불가능한 과제를 주고 달성한 사람만 뽑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인턴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했다.
한 법무법인 회사에서 2년 가까이 인턴으로 일한 최모(여·25)씨도 결국 정식사원으로 채용되지 못했다. 최씨는 “‘같은 물도 네가 따라주면 달더라’는 식의 성희롱 발언까지 들어가며 일했지만 끝내 정식 사원증을 얻지 못했다”며 “인턴의 ‘인’자가 알고 보니 ‘참을 인(忍)’이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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