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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위기 그리고 지방대학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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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방의 위기 댓글 0건 조회 905회 작성일 06-10-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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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대학'. 한 때는 나도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이 용어를 지금 나는 몹시 싫어한다. 간혹 서울 출장이라 가서 서울에 있는 동료들을 대하노라면, 그들의 언어와 태도에서 나는 어김없이 지방에서 온 '촌놈'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그들은 '서울공화국'에 살면서 지방의 이류시민들 삼류대학들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없이 혀를 놀린다. 한참 떠들다가 내 인상이 험악해지면 그 때야 비로소 꼬리를 내리며 화제를 돌리느라 부산을 떤다. 그들에게 지방은 식민지에 불과하다. 지방은 서울을 위한 식량의 공급처요 공산품의 제조장이요 쓰레기의 하치장이요 여가를 즐기기 위한 놀이터이다. 이처럼, 서울 사람들의 인지 체계에 '지방' 나아가 '지방대학'이란 개념은 희미한 그림자로만 남아 있다.

   그런 그들이, 그것도 이 나라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해온 교육부의 엘리트들께서 새삼스럽게 '지방대학의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방대학이 '위기'란다. 그대로 두면 문을 닫을 판이란다. 신입생은 물론이고 재학생들도 자꾸만 떨어져 나가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은 더욱 엉망이 되고, 그러다 보니 연구와 교육환경은 더욱 취약해지고, 결국에는 실력 미달의 불량 졸업생들을 다량으로 생산해 내니 팔려나가진 않고 재고만 싸이고...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니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부산을 떤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어디 어제오늘 갑자기 발생하였던가? 새삼스럽게 지금 와서 '지방대학의 위기'라니...

   먹물이 조금이라도 들은 사람이면, 소위 '지방대학의 위기'는 '서울중심의 국가 정책'이 낳은 당연한 결과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인다. 조선시대이래 대한민국은 어차피 '서울 공화국'이 아니었던가? 비록 달동네라도 서울특별시에 살아야 '개발'의 과정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는 보편화되어 있다. 서울중심의 개발정책은 사회구조의 중앙집권화를 넘어 가치체계를 중앙지향적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회구조가 중앙집권적인데 가치체계마저 중앙지향적이 되었으니, 중앙과 지방간의 관계는 어차피 종속적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서울은 말 그대로 '특별 구역'이다. 이 특별 구역에는 모든 분야의 기획조정기능과 연구개발기능이 집중되어 있어, 정보와 권력 그리고 자금과 인력이 언제나 넘쳐흐른다. 이 특별 구역에서 멀어지면 좌천이고 가까워지면 영전이니, 출세를 통해 일류 시민의 대열에 끼기를 바라는 지방의 인재들이 '특별 구역으로의 진입'을 오매불망하는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국가 정책이 서울중심적인데, 어찌 지방이 '우수한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여겨지며 어찌 지방대학이 '우수한 인재가 교육받을 만한 곳'으로 여겨지겠는가?

   서울중심의 국가정책이 지방대학을 위기에 처하게 한 '근본적' 원인이라면, 지방대학을 지금과 같은 '위기의 상황'으로 몰아 넣은 직접적인 책임은 교육부의 단견적인 대학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교육부가 저지른 그리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잘못이 어디 한두 가지겠느냐 마는, 지방대학과 관련한 가장 큰 잘못은 지방대학의 발전이 지역의 종합발전 나아가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필수적임을 인식하지 못한데 있다. 이처럼, 국가 인적 자원의 지역별 균형 발전을 거시적 안목에서 고려하지 못한 교육부의 대학정책으로 인해 지방대학들은 지금까지도 '庶子'의 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어찌 질병의 원인을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 있으랴! 서울중심의 국가정책, 특히, 교육부의 잘못된 대학정책이 지방대학 위기의 외적 요인이라면, 위기의 내적 요인은 지방대학인 나아가 지방인들 스스로에게서 찾아야 한다. 지방대학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아야 한다. 혹시 환경의 열악함을 탓하며 스스로의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려 하지는 않았던가? 혹시 자그마한 '기득권 유지를 위한 현실안주'에 주력하거나 '학교의 발전보다는 개인 혹은 집단의 이익 추구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는 않았던가?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 또한 지방대학의 위기를 초래한 또 다른 원인임에 우리는 주목하여야 한다. 지역 주민의 관심을 잃은 지방대학은 사상누각과 같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에게 있어 지방대학은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선 혹은 차차선의 교육기관에 머물러 있다. 지방의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무리를 해가면서 자식을 서울소재 대학으로 유학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딸자식은 마지못해 주저앉히지만 아들자식은 싹이 보인다 싶으면 어김없이 서울로 보낸다.

   서울로 진출한 지방 인력이 지방으로 되돌아오는 비율은 지극히 저조하다. 보다 낳은 직업과 생활여건이 보장된다면 모를까 그들은 나름대로 구축한 서울에서의 기득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으려 든다. 지방인의 서울진출은 소망이며, 서울인의 지방화는 마지못한 선택인 경우가 지배적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렇듯, 지역 발전을 위한 지방대학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부족으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의 기업들은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 대한 제도적이고 재정적인 지원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지방인들은 지방대학이 지역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재의 일차적인 공급처라는 사실을 인식하여야 한다. 지방대학이 지역에 공급하는 인력의 수준이 저하될 때, 지역의 경제와 문화 나아가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대외 경쟁력은 떨어지게 된다. 지방자치시대에 '사람'은 지역의 발전을 위한 자원이요 힘의 원천이다. 지역출신 우수인재가 지역을 떠나게 될 때, 해당 지역의 낙후는 회복하기 힘든 상태가 된다. 자식은 일류 지역으로 보내고 나머지 가족들은 이류 삼류로 영원히 살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이러한 의식과 행태는 자가당착에 다름없다.

   더불어 지적하고 싶은 것은 중앙 언론의 지방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태도이다. 중앙 언론은 지방대학에 대한 국민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대학관련 주요 사항을 보도할 때 나타나는 그들의 편견은 과히 중증이다. 서울대가 어떻고, 연세대와 고려대가 어떻고 하다가, 서울소재 중위권 대학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그 다음에 지방대학을 한 묶음으로 처리하여 보도한다. 그들의 보도 태도를 보면, 우리 일반 국민들이 지방대학을 '동일한 이삼류의 대학집단' 정도로 인지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느낌이 든다.

   한번 형성된 이미지를 바꾸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정보시대에 권력의 '실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중앙 언론이 앞장서서 서울과 지방을 차별하고 서울소재 대학과 지방소재 대학을 차별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그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나는 지방대학의 차별화는 물론이고 전체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며 지금도 '영업 이익'의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는 언론 재벌들이 각성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지역별 균형 발전과 지방대학의 정상화는 사막에서 물 구하기보다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두서 없는 이야기를 마치면서 나는 호소한다. 지금의 지방대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의 주체와 지방대학 구성원의 '지방대학 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지방대학의 위기를 초래한 내외적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 혹은 개선하겠다는 강력한 실천의지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특히, 지방대학의 문제를 '대학만의 문제'로 보는 우를 더 이상 지속해서는 곤란하며, 지방대학의 발전은 곧 지역주민 나아가 우리 국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고르게 퍼져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방인들의 자각과 분발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게시물은 전체관리자님에 의해 2007-10-10 06:41:23 나도한마디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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