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훈 외교부 대사를 수석대표로 한 218 명의 한국 협상팀은 이 달 6~9 일 미국 시애틀에서 미국측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Free-trade Agreement) 체결을 위한 3 차 협상을 갖는다 . 협상의 영어 라틴어 어원 (negotium) 이 휴식 (otium) 없는 (neg) 비즈니스를 의미하듯이 한미 양측은 조금이라도 더 자국에 유리한 협상결과 도출을 위해 줄다리기를 할 것이다 . 특히 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들에서는 불꽃 튀는 설전과 신경전이 예상되는데 농산물과 섬유류 , 의약품 , 자동차 세제 , 금융 , 통신 , 지적재산권 문제 등이 포함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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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수입 개방 문제는 한미 양측이 방패와 창의 입장이다. 예를들면 농산물 문제에 대해서 한국은 방어적 , 미국은 공격적인데 반해 , 섬유류 문제에 있어서는 입장이 반대다. 지난 8 월 양측이 교환한 양허안에서 한국은 개방허용키로 한 총 1,531 개 ( 농산물 1,452 개 + 공산품 , 수산물포함 79 개 , HS 10 단위 기준 ) 품목중 쌀 포함 284 개 품목을 개방에서 제외 ( 유보 ) 시켰다. 농산물 수입관세도 , 즉시 또는 5, 10, 15 년에 걸쳐 철폐하거나 쌀 , 콩 , 쇠고기 , 돼지고기 , 고추 , 마늘 등 284 품목은 관세철폐 예외 적용을 받는 기타 항목으로 분류하는 등 한국 농업을 최대한 보호하려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반면, 미국은 아예 기타 항목을 없애고 쌀 포함 전 품목을 관세 철폐 대상으로 삼았으며, 그 시기도 즉시 또는 2 · 5 · 7 · 10 년으로 앞당길 것을 요구해 3 차 협상과 10 월과 12 월로 예정된 4, 5 차 협상에서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
한편 관세율 할당 (Tariff Rate Quota) 문제는 한국은 현행 국내 제도에 부담이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농산물 특별 수입제한조치 (Safeguard) 조항 도입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한다는 입장이다 .
섬유류는 한국이 미국에 경쟁 우위를 가진 업종으로 한국은 공격적 , 미국은 방어적 입장이다 . 한국은 각종 실 , 직물 , 의류에 대한 관세를 즉시 또는 최대 5 년 이내 철폐할 것을 요구한 반면 , 미국은 최장 10 년에 걸쳐 철폐하거나 “기타” 항목으로 분류 , 관세 철폐 예외 품목을 두고 관세 철폐 대상인 품목도 얀 포워드 (Yarn Forward) 방식이라는 엄격한 원산지 규정 적용을 요구한다 . 얀 포워드 방식이란 미국에 수출하는 섬유류는 원사까지 원산지국에서 생산해야 원산지국 제품으로 인정해주는 규정이다 . 이는 중국이나 인도 등 제 3 국에서 수입한 값싼 원사를 사용해 수출가격 ( 미국 입장에서는 수입가격 ) 을 낮추는 것을 경계하고 자국 섬유 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 하지만 , 한국은 얀 포워드 방식이 비관세 장벽으로 작용해 교역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
의약품 분야는 한국 정부가 도입 하기로 한 선별등재방식 (positive system) 을 미국이 수용하기로 했지만 의약품 등재나 가격 결정 과정 등에 참여하기를 원할 수 있다 . 또한 , 신약 특허권 강화 , 특허기간 연장 , 오리지날의약품 임상시험 자료 독점권 등 특허권 강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그러나 한국 정부로서는 , 부적합 분류 품목을 제외한 모든 의약품에 의료보험 혜택을 주던 기존의 방식 (negative system) 을 엄격한 선별 심사를 통과한 의약품에만 보험 혜택을 주는 포지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이유가 건강보험 약제비 절감에 있는 만큼 , 미국과의 협상에서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 동시에 한국은 한국에서 인정 받은 의사 면허를 미국에서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자동차 세제와 관련 , 미국은 배기량 기준이 아닌 가격이나 연비를 기준으로 한 세제로 바꿀 것을 요구하나 한국은 배기량 기준 세제는 폐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최근 미 상원의원 2 명이 한미 FTA 가 체결되더라도 한국내 수입차시장 비율이 20% 가 될 때까지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계속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나 전문가들은 이 법이 미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
금융은 서비스와 투자 분야의 핵심으로 미국은 보험중개업과 자산운용업의 국경간거래를 허용할 것 , 우체국보험도 법인세부과 등 타 금융기관과 동등한 규정을 적용할 것과 국책은행에 대한 정부 지원 중단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또한 미 금융기관이 한국내 현지법인과 같은 상업적 주재 없이도 한국 고객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국경간 거래와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신금융서비스” 판매를 허용할 것 등 금융업 개방을 적극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국경간 거래의 경우 한국은 해외 여행 보험 등을 이미 개방했으나 미국이 기업대상 손해 보험 , 특히 화재보험에 대한 보험중개업 허용을 요구할 경우 ,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 또한 국경간 거래는 서비스업 개방을 통한 국내 고용 창출이라는 한국의 협상 원칙에도 어긋난다 . 신금융서비스도 국경간 거래와 마찬가지로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갈 수 있지만 금융감독 강화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하고 국내 금융기관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다각도로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
통신분야에서 미국은 현재 49% 인 외국인 소유 지분 한도를 최소 51% 로 상향 조절하거나 폐지할 것과 통신관련 기술 표준 선택을 정부가 아닌 개별 사업자들의 자율에 맡길 것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 예를 들면 , 한국에서는 CDMA 를 이동통신 기본 규격으로 채택했지만 사업자가 원하면 유럽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중인 GSM 방식도 사용할 수 있게 해 미국 업자들의 한국시장 진출을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 한국의 통신사업자들도 이런 기술선택자유를 이용 ,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를 미국에 진출시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한 예가 있다 . 그러나 , 사업자간 중복 투자 방지와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 등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해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
지적재산권 또한 한미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분야다 . 미국은 저작권 보호기간을 70 년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한다 . 하지만 한국은 세계무역기구 지적재산권협정에서 규정한 50 년을 견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 이외에도 한국은 서비스 , 투자 분야에서 일시적 세이프가드 조치와 전문직의 비자쿼터 등을 협정에 반영할 것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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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 동안 역량을 축적한 한국 대표단은 손해보는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애틀로 떠났다 . 이제 협상단을 믿고 힘을 모아줄 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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