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만 악화시키는 공무원노조 사무실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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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겨레 댓글 0건 조회 2,421회 작성일 06-09-04 10:08본문
사설 | |
경남도가 그제 도 공무원교육원 안에 있는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경남본부 사무실을 강제로 폐쇄했다. 경기도가 이미 같은 조처를 취했고 다른 자치단체들도 사무실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전공노를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공노는 노조 탄압 조처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나쁜 노동계와 정부 관계가 날로 꼬이는 형국이다.
전공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시기적으로나 대응 방식면에서나 적절하지도 현명하지도 못하다. 시기적으로 보면, 지금 부산에서 국제노동기구(ILO) 아태 총회가 열리고 있다. 각국의 노동 관료들과 노조단체들의 눈이 쏠린 상황에서 정부가 이렇게 나오는 건, ‘공무원노조 탄압국’임을 널리 알리는 격이다. 게다가 국제노동기구는 여러 차례에 걸쳐 공무원노조의 노동3권을 완전히 보장하라고 우리 정부에 촉구한 기구다. 한국노총이 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 관련 강경방침에 항의해 이번 행사에서 철수한 사태까지 지켜본 외국 관계자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걱정스럽다. 대응 방식도 문제다. 정부의 공무원노조 정책이 국제기준에 못 미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해 초 공무원노조 합법화가 이뤄졌으나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는다. 노조의 단체행동권은 인정되지 않고 가입 범위도 아주 제한적이다. 공무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이라고 해도 정책 결정이나 예산과 관련되면 교섭 대상에서 제외된다. 무늬만 합법화라는 소리가 나오는 게 무리가 아니다. 전공노가 법외노조로 남아서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전공노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만 고집한다. 각 지자체에 대해 전공노와 맺은 단체협약을 파기하도록 지시했고 일체의 편의 제공도 금지하고 있다. 또 이를 어기는 지자체엔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런 식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전공노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상태여서 정부가 전공노 문제를 피해가긴 쉽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전공노를 자극하는 일만 하고 있다. 사무실 폐쇄 정도로 전공노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면 정부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정부와 노동계가 서로 인정하는 가운데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푸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있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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