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단체 전공노와 ‘법·원칙 수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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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화일보펌 댓글 0건 조회 1,529회 작성일 06-08-28 08:14본문
<금주의 인물> 불법단체 전공노와 ‘법·원칙 수호 전쟁’ |
전공노에 잇단 강력 대응 김태호 경남지사 |
박영수기자 buntle@munhwa.com |
요즘 이 남자 참 외롭게 싸우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도 두 손 놓고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선출직 단체장은 눈치 보기에 급급한데 이 40대 단체장은 그런 눈치 보기도 없었습니다. 바로 전국공무원노조와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태호(44) 경남지사입니다. 그는 지난달 전공노 경남지부 지부장 등 상근자 3명에 대해 업무복귀 명령을 내렸습니다. 또 공무원 교육원 내 상주하고 있는 사무실도 비워줄 것을 요구하는 계고장을 두 차례나 보냈습니다. 이달 중으로 사무실을 비우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으로 전공노 경남본부 사무실을 비우게 하고 불법집회를 할 땐 엄중 고발할 계획이랍니다. 법외단체인 전공노에 대한 그의 칼날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김 지사는 지난 21일 도청 공무원들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실국장회의에서 전공노의 을지연습 반대성명을 강력한 어조로 비난했습니다. “우리사회 내부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흔드는 큰 적이 있을 수 있다. 을지훈련을 통해 단호히 대처하고 정신적인 무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한 을지훈련에 대해 불법단체인 전공노가 자주적인 민족교류의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중단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지, 전공노가 대한민국 국민인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했습니다.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대한민국의 보루로서 희생하고 있는데 전공노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정통성을 흔들며 큰 소리를 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선출직 단체장들은 엄두도 못 내는 발언입니다. 선출직 단체장들은 재선 삼선을 위해 직업공무원들과 혹시 부닥칠까 눈치를 보면서 되도록이면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는데, 김 지사는 아예 불덩이를 들고 불속으로 뛰어들고 있는 격입니다. 그의 행보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뒷짐만 지고 있는 중앙정부와 눈치를 보고 있는 지자체들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김 지사의 외로운 싸움이 밖으로 알려지자 요즘 여야 정치인들은 물론 정부, 학계, 일반 시민들로부터 격려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우리가 있으니 너무 외로워하지 말고 싸워라, 끝까지 소신을 지켜달라”는 전화였다고 합니다. 얼마나 전화가 왔는지 휴대전화 배터리가 뜨거웠을 정도랍니다. 포털 사이트와 도청 홈페이지에도 같은 격려의 글들이 수백건 쏟아졌습니다. 한 네티즌은 “당신 뒤에는 국민이 있습니다.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라며 격려했습니다. 김 지사의 이같은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건 법과 원칙을 잃지 않으려는 젊음과 패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김 지사의 이름 앞에는 항상 ‘혜성처럼 나타난 정치신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그가 민선 광역단체장 최연소인 42세의 나이로 도지사에 당선됐기 때문입니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40대 도백의 패기와 겸손을 갖춘 인물로 평가합니다. 거창농고에서 서울대 농대에 진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를 취득한 그가 정치와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친과 막역한 사이였던 거창 출신의 김동영 전 정무1장관(당시 국회의원) 집에서 하숙생활을 하며 민주산악회 ‘짐꾼’ 노릇을 하면서 정치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1992년 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현실 정치에 참여한 그는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사회정책실장을 지내며 차세대 정치인으로 차근차근 기반을 다졌습니다. 그리고는 돌연 1998년 여의도연구소 실장자리를 던지고 낙향했습니다. 그는 “너무 이르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보란 듯이 그해 치러진 경남도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4년뒤엔 거창군수에, 김혁규 전 도지사가 중도하차한 2004년 6월에는 보궐선거에 나서 42세 젊은 나이로 도지사에 당선됐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행보는 항상 신선하기만 합니다. 김 지사는 보궐선거로 경남지사에 당선되자 도청 간부들에게 ‘경남도청이 망하는 법을 찾아내라’는 파격적인 숙제를 냈습니다. “망하는 법을 알아야 경남도가 살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역발상이었습니다. 그는 또 집무실에 지도를 거꾸로 걸었습니다. 태평양을 마주하는 경남도가 다른 지자체들보다 빨리 세계로 뻗어 가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공노는 최근 김 지사가 강도 높게 비난하며 압박해오자 민주노총과 합세해 투쟁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오는 9월9일에는 전공노 사수, 노조탄압 분쇄, 김태호 지사 규탄을 위한 전국공무원노동자 총궐기대회를 경남도청 앞에서 연다고 합니다. 또 한번의 외로운 싸움을 앞둔 김 지사는 25일 기자와 마주앉은 자리에서 “전국 각지에서 격려전화를 많이 받아서인지 전혀 외롭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격려전화와 격려글을 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법과 원칙 속에 사회가 흘러가길 바라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지켜야 할 가치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김 지사의 용단에 국민의 지지가 쏠리자 두손 놓다시피 한 정부가 뒤늦게 전공노와 그 지도부에 대해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며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김 지사로부터 시작된 전공노와의 싸움에서 법과 원칙이 바로선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창원 = 박영수기자 buntle@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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