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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강남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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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남거사 댓글 0건 조회 1,889회 작성일 06-08-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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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 한 노파가 귀엽게 기른 외동딸을 혼인시키고, 
첫날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랑 신부가 잠자는 방문 앞에 앉아서 얘기를 엿들으며.. 
방안의 거동을 살피고 있었다.
신랑 신부는 들여놓은 음식을 먹은 다음 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들었다.
곧 신랑의 조종에 따라 딸이 호응을 하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은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그 황홀하고 신비스러운 감동에 젖어 가벼운 신음 소리도 내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한참 이러다가 딸이 신랑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서방님! 너무 좋네요. 이런 감동이라면 곧바로 쉬지 않고 멀리 강남까지도 단숨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신랑은 이렇게 응수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보! 강남의 얼마나 먼데? 강남까지 쉬지 않고 가려면 배가 고파 어쩌려고? 
아마 그 먼 강남까지 가려면 배가 많이 고플껄."
딸은 신음 소리를 멈추고는 이렇게 받았다.
"서방님! 배고픈 것은 걱정 없습니다. 아주 좋은 수가 있으니까요. 
우리 엄마에게 광주리에 밥을 담아 이고 뒤따라오라고 하면 되거든요."
이렇게 속삭이는 딸의 정감어린 목소리를 듣고, 
노파는 옛 시절 자기의 첫날밤을 떠올리며 매우 흐뭇해했다.
이튿날 아침, 
노파가 딸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평소와는 달리 밥을 두 그릇이나 먹는 것이었다.
이를 본 딸이 놀라면서, 
"엄마! 왜 갑자기 밥을 두 그릇씩이나 먹어? 배아프면 어쩌려고 그래? 난 몰라 엄마!"
하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노파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얘야! 네가 신랑하고 누워서 쉬지 않고 강남까지 갈 때 말이다.
밥 광주리를 이고 뒤따라가려면 힘에 부쳐 어찌 견디겠니?
그래서 미리 밥을 두 그릇씩 먹어 두는 것이란다."
이 말을 들은 딸은 부끄러워하면서 웃더라.<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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