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지(소위 ‘중앙지’)는 온통 ‘바다이야기’로 칠갑이 돼 있다. 1면부터 시작해 주요지면 다섯 개 정도는 아예 바다이야기 뿐이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어떻게 그토록 많은 기사를 쏟아낼 수 있는지 같은 언론종사자로서도 경이로울 정도다. 제기된 의혹이 속 시원히 밝혀질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언론으로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전국적인 이슈가 ‘바다이야기’라면 지역의 최대 이슈는 단연 ‘땅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으로 오염돼 있다는 한국철강 터 이야기다. ‘바다이야기’가 돈으로 장난을 친 것이라면, ‘땅이야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갖고 장난을 친 사건이다. 이 또한 ‘바다이야기’ 못지않게 ‘게이트’ 성격의 의혹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오염된 땅을 팔아치운 한국철강, 오염사실을 숨긴 채 그 땅에 아파트를 지어 팔아먹으려 한 지금의 땅 주인 (주)부영, 그리고 오염된 전체 토양은 그대로 둔 채 기름만 파내도 좋다고 한 마산시, 오염 사실을 보고받고도 아파트 사업승인을 해준 경남도…. 여기에다 허점 많은 용역보고서를 내놓은 경남대 환경문제연구소와 각종 개발계획이 추진 중인 한국철강 터 인근과 가포 일대의 땅 소유주들까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의혹투성이 한국철강 터 또 이런 와중에 핵심 관련부서의 책임자인 마산시 환경보호과장이 돌연 사표를 낸 배경도 궁금하고, 황철곤 시장이 도심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던 오동동 한국은행 터를 (주)부영이 매입했던 배경도 의문이다. 또 마산시가 그 터를 옛 가포1대대 터 가운데 도로에 맞닿은 부분과 맞교환하겠다고 발표했던 사실도 이번 사건과 어떤 연관선상에 있는 지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주)부영이 한국은행 터를 매입했던 당시 가포에 있는 경남대 소유의 땅도 매입하겠다고 밝혔던 사실도 주목할 만 하다.
이런 저런 의혹 중에서도 가장 하이라이트는 마산시 정규섭 도시주택국장의 말바꾸기다.
정규섭 국장은 처음 중금속 오염사실이 공개되자 시치미를 뚝 떼고 이렇게 말했다.
“경남대 용역 결과 말고 경희대 연구소 자료는 모르는 사실이다. 부영에 확인하는 중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하고 말았다.
“땅에서 6~7m 올린 지점에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므로 인체에 해를 끼칠 일은 없을 것이다.”
정 국장의 이 말은 오염사실이 들통 난 직후 (주)부영의 직원이 했던 말과 거의 똑같다.
“콘크리트 파일 공법으로 아파트가 지어져 주차공간 위의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은 지면보다 8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따라서 경희대와는 다르지만 매립된 폐기물 위에 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오랜 기간 지반이 다져져 있는 등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아파트가 들어서는 데는 문제가 없다.”
정규섭국장 말바꾸기 언제까지 몰랐다고 잡아떼고, 설사 오염돼 있어도 괜찮다고 강변하던 정 국장은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자 이번엔 ‘경남도에도 보고했다’며 물타기를 시도한다. 자신만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경남도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 국장의 거짓말 행진에 경남도 공무원도 참기 힘들었던 지 “언론보도만 봐도 정규섭 국장은 말 바꾸기의 명수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기에 이른다.
문제가 터진 후 시의회에서 민·관 대책위원회를 꾸리자는 말이 나오자 정 국장은 “100만~200만원도 아니고 하루 이자가 부담되는 모양”이라며 (주)부영을 걱정해주기까지 한다.
이후 (주)부영이 일방적으로 재조사 기관을 선정, 시료채취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소에도 정 국장이 출현한다. 그는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여기서 우리끼리 이러지 말자”고 했다가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부영에 끌려 다니지 마라”는 고함을 듣고서야 택시를 잡아타고 사라졌다.
마산시를 ‘지방정부’로 친다면 정규섭 국장은 중앙정부의 장관 격이다. 만일 ‘바다이야기’와 관련, 중앙정부의 핵심 관련부처 장관이 정 국장처럼 이 정도 거짓말과 행보를 계속했다면 과연 그 장관은 자리에 붙어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