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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와 내가본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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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춘기 소년 댓글 0건 조회 724회 작성일 07-09-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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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 전에야 비로소 영화"화려한 휴가"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마침, 문화방송의 피디수첩에서 영화와 관련하여 "못다한 얘기"를 방영하고 나서 다시 한번 영화가 논란이 되는 듯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5.18 을 당시 광주에서 사춘기 소년의 눈으로 보고 들었던 사람이며, 솔직히 말하면 별로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이기도 하다. 
 
즉, 당시의 기억을 다시 되살리고 싶지 않은, 그리고 그 당시 받았던 충격들을 되새김질하고 싶지 않은 게 그 동안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사실, 내게 5.18 은 당시 간호사 신분이었던 누나가 총알이 빗발치는 광주천변을 요리조리 뚫고서 병원에 나가 다친 환자들을 치료하고 돌아와서는 매일매일 들려주었던 얘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진하여 헌혈하러 몰려오는 사람들 얘기, 부상당한 사람들 얘기 등등, .. 우리동네 인근에서는 나이 많은 할머니를 계엄군이 곤봉으로 내리쳐서 피 흘리고 비틀거리는 할머니를 따라가면서 계속 곤봉으로 내리치는 장면을 보고 온 얘기를 듣고 어린 나이에 끓어오르던 분노에 치를 떨었던 기억이 선하기만 하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게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이 많아서 세월이 지나면 아마 반드시 이제 그만 옛날 일은 잊어버리고 용서하자라고 말할 것이라고, ..
 
그러나 나는 절대 용서하지 않고 나중에 전두환은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노라고 혼자 다짐했었다, 그렇게 마냥 감수성이 예민하기만 하던 한 사춘기 소년의 정서는 처참하게 짓이겨 졌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의 이러한 예언(?)은 적중하여 어느덧 세월이 흘러 피해자인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지만, 국민 대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전두환은 사면되고, 어느덧 국가원로, 전직 대통령이 되어 있었다.
 
국가에 중대사가 생기면 현직 대통령이 청와대에 초대해서 만찬을 베풀며 조언을 구하는 존재인 국가원로로서,  그는 오늘도 건재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 역시 사제 폭탄이라도 들고 그에게 던져 보거나, 던질 계획을 짜 본적도 없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고 있을 뿐이다.  
 
   사실, 내가 영화 “화려한 휴가”에 마음을 열고, 그 이야기에 동의하게 된 것은 먹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컸다.
 
즉, 그냥 동네 양아치 수준의 사람들이었지만, 단지 자기 형제와 이웃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들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하여 총을 들었던,
 
그리고 기꺼이 죽어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의도한 점은, 5.18 의 정치적, 상업적 이용이라는 나의 의구심을 많이 희석시켜 주었다. 
 
   아울러, 5.18 을 팔아 권력의 단맛에 빠져버린 386 정치인들과 그 주변의 기생세력들에 대한 분노는 지난 10년간 나의 새로운 분노의 대상이었다.
 
일찌감치 그 싹수가 노랗던 김민석에 대한 평가는 제쳐놓더라도, 그나마 마지막 기대를 걸었던 극소수의 일부 386 마저도
 
- 아무런 전문성도 없이 권력주변을 배회하다가 공천받아 권력의 중심에 편입된 것 까지는 참아준다 하더라도 - 권력에 취해 그저 무능하고 싸가지 없는 존재로 전락해 버린 것을 보며 느낀 분노는 5.18 에 느꼈던 분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많은 현장 활동가들의 피와 땀의 결실을 가로채고, 그 결과물을 기껏 자신들의 출세수단으로만 탕진해버린 자들,… 
 
오늘날 까지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수많은 386 들이 그 젊음과 헌신을 쏟아 이룩해낸 민주정부의 열매를 진흙탕 수렁 속으로 쳐박아 버린 자들에 대한 분노는 어린 소년이 두려움과 공포속에서 치를 떨며 가졌던 분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자주 뇌까리던 말들이 생각난다,,,  어떻게 이룩해낸 민주정부인데….
 
   나는 여전히 전두환을 용서할 수 없다, 영화 밀양에 나오는 말처럼 당사자들이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그를 용서할 수 있다는 말인가,  기껏 수구세력의 강력한 저항을 피하기 위한 타협책으로 내밀었던 카드로서의 용서따위는 그들만의 화해일 뿐이었다.
 
만에 하나 그가 그런 참담한 상황을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해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최근 그가 말한 아프간 인질들을 대신하고자 했다는 말이 진심이기를 빈다.
 
그리고 그 동기가 광주 희생자들에 대한 참회의 표시이기를 진심으로 빈다,.. 진정 그렇다면 어쩌면 적어도 그를 조금은 용서할 명분을 찾을 수는 있지 않을까 싶기 때문이다… 
 
   아울러 나는 386 정치인 그리고 현정권의 실정 책임자들인 386 사칭 이용 권력이 용서되지 않는다.  문제는, 수많은 지지세력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현정권의 실정 책임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할 명분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들이 부셔버린 수많은 이들의 기대와 꿈, 그리고 그들의 땀과 눈물의 결과물들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 분노의 대상마저도 이제는 꼬리를 내리고 변장에 급급하니 말이다....
  내가 광주 학살의 뿌리를 가진 자들에 대해 점점 분노가 엷어져 가는 것은 이제 나에게서 청년의 정신이 사라져 간다는 증거일까, … 
 
영화” 화려한 휴가”는 그렇게 나에게 기억속에서 잃어버렸던 사춘기 문학소년 시절의 사진첩을 다시 보게 해 주었다.  더 암울한 지금의 현실과 함께
[이 게시물은 전체관리자님에 의해 2007-10-10 06:59:40 나도한마디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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